이번엔 2000조 짜리 피해라고?…고개드는 日 최악 지진 시나리오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4. 1. 7.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중일 톺아보기-115
2011년 3월11일 일본 미야기현 해안가 마을에 밀려드는 쓰나미 [교도=연합뉴스]
지난 1일 규모 7.6의 강진이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를 강타했습니다. 1885년 이후 이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한 지진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13년여만에 대(大)쓰나미 경보가 발령 됐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시카와현 와지마시는 완전 초토화 됐고, 확인된 사망자는 5일 기준 90명을 넘어섰습니다. 여진 위험이 여전하고 100명 이상이 아직도 건물 잔해 밑에 고립된 것으로 알려져 피해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사실 일본 미디어에서는 이번 지진 발생 며칠전은 물론 불과 몇시간 전에도 거대 지진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사들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지진이 많은 나라인 것도 있지만, 지진 전문가들이 동일본 대지진을 능가하는 지진 가능성을 계속 경고해왔기 때문입니다.

향후 일본 열도를 강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초강력 지진은 크게 ‘난카이(南海) 트로프(trough·해저협곡) 대지진’ ‘도쿄 직하형 지진’ 두가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들중 더 강하고 더 많은 피해를 부르며 발생 확률도 더 높다고 분석되고 있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역사적 지진들...684년 “온천이 사라졌고 논밭은 바다로 변했다”
1854년 발생한 안세이 대지진(安政大地震)을 묘사한 삽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라는 ‘일본서기’(720년 완성)에는 지진과 관련된 내용이 다수 등장합니다. 416년 처음으로 ‘지진’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당시 규모나 피해정도를 추측할 수 있는 서술은 없습니다.

이어 599년 5월 28일 “건물이 모조리 무너져 내리자 사방에 영을 내리고 제사를 올렸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지진 원인을 알길이 없었던 전근대 사회에서 일본인들은 지진을 신의 분노를 사서 생긴 일로 인식했던 겁니다.

지진 강도와 피해에 대한 구체적 서술이 등장하는 건 하쿠호 시대(白鳳時代·645년~710년)들어서 부터 입니다. 일본은 ‘육식금지령’을 내렸던 것으로 유명한 텐무 덴노 시대(673년~686년)들어서야 율령체제가 구축되면서 이때부터 각지에서 일어난 재난 정보가 중앙정부로 집중됐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684년 발생한 지진은 일본서기가 기록하고 있는 최초의 난카이 트로프 지진으로 추정되는데,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습니다.

<<밤 10시경.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 온나라 사람들이 소리치며 도망쳤다. 산이 무너졌고 강은 넘쳐났다. 파괴된 건물은 헤아릴수 없었고 많은 사람과 가축이 죽고 다쳤다. 온천이 사라졌고 논밭 50만결이 가라앉아 바다로 변했다. 바다에서는 높은 파도가 몰아쳐 많은 배들이 사라졌다. 노인들은 “이만큼 크게 땅이 흔들린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말했다>> - 684년 10월 14일
30년내 발생 확률 80%...‘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이란?
일본 서부에 길게 걸쳐 있는 난카이 해저협곡.
난카이 트로프는 일본 시코쿠 남쪽 해저에 위치한 수심 4000m 급의 깊은 협곡을 가리킵니다. 필리핀해 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어가는 경계에 자리한 이 협곡은 거대 단층을 품고 있는데, 이 단층의 움직임이 지진을 유발하게 됩니다.

판의 경계에서 계속 조금씩 변형중인 단층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하면 단번에 어긋나면서 거대한 지진을 촉발하는데, 이것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입니다.

지난 2021년 일본문부과학성 산하 지진조사위원회규모 9를 능가하는 지진 30년내 난카이 트로프에서 발생할 확률을 70~80%로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는 40년내 발생할 확률을 기존의 80~90%에서 90%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래픽=유제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난카이 트로프에서는 역사적으로 평균 100년 내지 150년 정도 시간차를 두고 규모 8 수준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왔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것은 1946년 와카야마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쇼와 난카이 지진’ 으로, 가옥 3만5000채가 붕괴됐고 1443명의 희생자를 낳았습니다.

난카이 트로프 지진에는 항상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수반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후지산까지 분화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실제로 1707년 호에이 지진 당시 후지산도 분화 하면서 에도(도쿄) 도심부까지 화산재가 날려 피해를 더 증폭 시킨 바 있습니다.

야마무라 타케히코 일본 방재시스템 연구소 소장은 “호에이 지진 발생 49일 뒤 후지산이 폭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다음 난카이 트로프 지진때 후지산이 조용할 거란 보장은 없다” 고 우려했습니다.

후지산은 호에이 분화 이후 300년 넘게 분화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5000년 동안 가장 긴 공백기 인 것으로 알려져 일본인들의 불안감을 더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이번 지진,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의 전조? 최악의 경우 사망 32만명·경제 피해 220조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 상황을 가정해 NHK가 제작한 CG 동영상. [NHK 캡처]
지진 고고학자 산카와 아키라 박사는 이번 노토 반도 지진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일 산케이 신문에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 수십 년 전부터 노토 반도 포함 서일본 지역에서 지진이 빈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지진이) 단층 활동기의 일환일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단층 활동으로 변형이 풀리며 지진이 일어나는데, 이런 현상이 최근 연동해서 차례로 일어나고 있다” 며 “향후 노토 반도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고 우려했습니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시 최악의 경우 사망자만 32만명에 달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최대 34m에 달하는 쓰나미가 몰려와 소실되는 건물이 240 만채, 이재민은 9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죠.

추산되는 경제적 피해액은 일본 국가예산의 2배가 넘는 220조 3000억엔(약 2011조원)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때 피해액의 11배가 넘습니다.

지난 2021년 TBS가 방송한 소설 원작 드라마 ‘일본침몰’. [TBS 캡처]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지진 대응 기본계획에서 사망자 수를 약 80% 줄이고, 붕괴되는 건물 숫자도 절반으로 막는다는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이를 위해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지자체 등은 내진설계, 쓰나미 대피 타워 설치 등 지진 대책을 강화하는 중입니다.

이후로도 거의 매년 상정되는 피해규모를 재검토하고 바뀌는 상황을 반영해 우선순위 조정 및 대응책 개정에 나서고 있죠.

한편, 아직 현대과학으로 지진을 예측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발생 확률이 부풀려졌다는 일부 반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및 지진 전문가들은 언젠가 거의 확실하게 난카이 트로프에서 대지진이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불의 고리’ 밖 한국도 안전지대 아냐...日 강한 지진땐 영향 받을 가능성 커져
지난해 11월 30일 경주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한 뒤 같은 날 오후 서라벌여자중학교 학생들이 지진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주요 지진대인 판의 경계에 위치해 있지 않아 지진 피해가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을 완전한 안전지대로 봐선 안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최근 들어 판 내부에도 힘이 축적되고 있는데다 ‘불의 고리’ 라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응축돼 있던 힘이 풀려나면서 한반도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경주·포항 등 동남권 일대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하는 빈도가 예전보다 늘었습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는 일본 난카이 해곡 등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한반도에도 연쇄적으로 큰 지진이 올 수 있습니다.

그는 매일경제에 “조선시대 때도 매우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있다. 힘이 누적되면 서울에서도 지진이 날 수 있다는 증거”라며 “수도권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쓰나미 피해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지리서 ‘탐라지’에는 1707년(숙종 33년)10월과 11월 난카이 트로프에서 발생한 호에이 대지진으로 지진 해일, 즉 쓰나미가 제주까지 도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번 일본 노토반도 지진때도 31년만에 동해 묵호에 85㎝, 부산에는 20㎝의 쓰나미가 관측됐고 경북 문경 지역 지하수 수위가 1m 넘게 출렁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해안에는 국내 원전 약 80%가 밀집해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내진설계가 된 건물들이 드물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유인창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명예교수는 “학계에서 연구한 바로는 최대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회차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매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