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2000조 짜리 피해라고?…고개드는 日 최악 지진 시나리오 [한중일 톺아보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시카와현 와지마시는 완전 초토화 됐고, 확인된 사망자는 5일 기준 90명을 넘어섰습니다. 여진 위험이 여전하고 100명 이상이 아직도 건물 잔해 밑에 고립된 것으로 알려져 피해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사실 일본 미디어에서는 이번 지진 발생 며칠전은 물론 불과 몇시간 전에도 거대 지진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사들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지진이 많은 나라인 것도 있지만, 지진 전문가들이 동일본 대지진을 능가하는 지진 가능성을 계속 경고해왔기 때문입니다.
향후 일본 열도를 강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초강력 지진은 크게 ‘난카이(南海) 트로프(trough·해저협곡) 대지진’과 ‘도쿄 직하형 지진’ 두가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들중 더 강하고 더 많은 피해를 부르며 발생 확률도 더 높다고 분석되고 있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어 599년 5월 28일 “건물이 모조리 무너져 내리자 사방에 영을 내리고 제사를 올렸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지진 원인을 알길이 없었던 전근대 사회에서 일본인들은 지진을 신의 분노를 사서 생긴 일로 인식했던 겁니다.
지진 강도와 피해에 대한 구체적 서술이 등장하는 건 하쿠호 시대(白鳳時代·645년~710년)들어서 부터 입니다. 일본은 ‘육식금지령’을 내렸던 것으로 유명한 텐무 덴노 시대(673년~686년)들어서야 율령체제가 구축되면서 이때부터 각지에서 일어난 재난 정보가 중앙정부로 집중됐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684년 발생한 지진은 일본서기가 기록하고 있는 최초의 난카이 트로프 지진으로 추정되는데,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습니다.
판의 경계에서 계속 조금씩 변형중인 단층은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하면 단번에 어긋나면서 거대한 지진을 촉발하는데, 이것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입니다.
지난 2021년 일본문부과학성 산하 지진조사위원회는 규모 9를 능가하는 지진이 30년내 난카이 트로프에서 발생할 확률을 70~80%로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는 40년내 발생할 확률을 기존의 80~90%에서 90%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난카이 트로프 지진에는 항상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수반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후지산까지 분화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실제로 1707년 호에이 지진 당시 후지산도 분화 하면서 에도(도쿄) 도심부까지 화산재가 날려 피해를 더 증폭 시킨 바 있습니다.
야마무라 타케히코 일본 방재시스템 연구소 소장은 “호에이 지진 발생 49일 뒤 후지산이 폭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다음 난카이 트로프 지진때 후지산이 조용할 거란 보장은 없다” 고 우려했습니다.
후지산은 호에이 분화 이후 300년 넘게 분화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5000년 동안 가장 긴 공백기 인 것으로 알려져 일본인들의 불안감을 더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일 산케이 신문에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 수십 년 전부터 노토 반도 포함 서일본 지역에서 지진이 빈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지진이) 단층 활동기의 일환일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단층 활동으로 변형이 풀리며 지진이 일어나는데, 이런 현상이 최근 연동해서 차례로 일어나고 있다” 며 “향후 노토 반도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고 우려했습니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시 최악의 경우 사망자만 32만명에 달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최대 34m에 달하는 쓰나미가 몰려와 소실되는 건물이 240 만채, 이재민은 9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죠.
추산되는 경제적 피해액은 일본 국가예산의 2배가 넘는 220조 3000억엔(약 2011조원)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때 피해액의 11배가 넘습니다.
이후로도 거의 매년 상정되는 피해규모를 재검토하고 바뀌는 상황을 반영해 우선순위 조정 및 대응책 개정에 나서고 있죠.
한편, 아직 현대과학으로 지진을 예측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발생 확률이 부풀려졌다는 일부 반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및 지진 전문가들은 언젠가 거의 확실하게 난카이 트로프에서 대지진이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을 완전한 안전지대로 봐선 안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최근 들어 판 내부에도 힘이 축적되고 있는데다 ‘불의 고리’ 라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응축돼 있던 힘이 풀려나면서 한반도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경주·포항 등 동남권 일대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하는 빈도가 예전보다 늘었습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는 일본 난카이 해곡 등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한반도에도 연쇄적으로 큰 지진이 올 수 있습니다.
그는 매일경제에 “조선시대 때도 매우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있다. 힘이 누적되면 서울에서도 지진이 날 수 있다는 증거”라며 “수도권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쓰나미 피해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지리서 ‘탐라지’에는 1707년(숙종 33년)10월과 11월 난카이 트로프에서 발생한 호에이 대지진으로 지진 해일, 즉 쓰나미가 제주까지 도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번 일본 노토반도 지진때도 31년만에 동해 묵호에 85㎝, 부산에는 20㎝의 쓰나미가 관측됐고 경북 문경 지역 지하수 수위가 1m 넘게 출렁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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