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황-이-김으로만 축구할 수는 없다' 이라크전서 확인된 '자유축구'의 약점

박찬준 2024. 1. 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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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클린스만식 축구의 핵심은 '자유'다.

초반 비판을 받았던 클린스만호가 조금씩 위력을 보이고 있다. 상대가 약했다고는 하나, 최근 6경기에서 무려 20골을 폭발시켰다. 한국이 A매치에서 3경기 연속 4골차 승리를 거둔 것은 2000년 이후 23년만이다. 9월 유럽 평가전까지만 하더라도, 공격축구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결과를 낳았던 클린스만호는 10월 A매치부터 기류를 바꿨다.

해법은 역대급 2선 활용이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3위와 6위에 올라 있는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황소' 황희찬(울버햄턴), 독보적인 테크니션 '슛돌이' 이강인(파리생제르맹)까지 한국축구는 '황금 트리오'의 등장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들은 기술과 스피드, 결정력까지 두루 갖춘, '월클급' 라인업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월 A매치부터 '손-황-이' 트리오에 대한 '자유도'를 극대화시켰다. 이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줬다. '해줘' 축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격진영에서는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맡기는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그의 존재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손흥민은 때로는 9번, 때로는 8번으로 보일 정도로, 공격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좌우 측면도 쉴 새없이 오가고 있다. 황희찬의 자리는 왼쪽이다. 황희찬은 좌우 모두 소화가 가능하지만 왼쪽일때 더욱 위력적이다. 이강인의 자리는 오른쪽이다. 중앙 보다는 오른 측면을 기반으로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손-황-이' 트리오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위치에서 좋아하는 플레이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이들은 매경기 공격포인트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모든 팬들이 원하는 손흥민-이강인의 공존도 가능해졌다. 점점 시너지를 높이는 모습이다. 손흥민은 "자유라는 단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르다. 세밀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많은 골을 넣을 수 없다. 물론 선수들의 재능이 좋고, 컨디션이 좋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유로움은 포지션적으로나 움직임적으로나 준비한 것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가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우리가 자유롭게 플레이하면 섬세하게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실텐데 충분히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유축구'를 뒤집어 보면 정해진 틀이나 확실한 시스템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6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클린스만호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플랜B를 가동했다. 그간 나서지 않았던 선수들을 내세웠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핸) 조규성(미트윌란)을 모두 벤치에 앉혔다. 대신 오현규(셀틱)이 최전방에 서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이재성(마인츠)가 2선에 자리했다. 수비에서도 김영권-정승현(이상 울산 현대)이 호흡을 맞췄다.

확실히 전반 공격은 무게감이 떨어졌다. 멤버간 차이와 호흡 등을 감안해야겠지만, 전체적으로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설영우(울산)의 오버래핑 외에는 이렇다할 공격루트가 보이지 않았다. 개인 기량으로 경기를 풀어줄 선수가 없다보니, 답답한 공격이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약속된 플레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후반 핵심 자원들이 모두 들어가자 공기가 달라졌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의 무게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확실히 우리가 최근 보던 대표팀의 공격적인 흐름이 보였다. 상대보다 개인기량에서 앞서다보니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이어졌다.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균일한 축구를 펼쳤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시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번 이라크전을 통해 결국 핵심 자원들의 중요성만 더욱 커졌다. 베스트 전력이 모두 나서는 한국은 확실히 우승후보지만,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해법은 분명 필요하다. 자유축구를 대신할 진짜 '플랜B'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대회 내내 베스트 전력으로 나설 수는 없다. 그래서 '지속성-연속성'을 이유로 새로운 실험을 거부한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이 아쉽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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