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포커스] '손·황·강·민 뛰어야 우승 후보?' 플랜 A↔B 심각한 간극…'감각 찾기 최우선 과제'
[STN스포츠] 이상완 기자 = 64년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대회 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남은 기간 조직력과 경기력을 끌어 올려야 하는 시급한 과제만 얻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23위)은 6일 밤 10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최종 평가전을 치러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지난해 3월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A매치 전적 6승 3무 2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첫 승을 신고한 이후 A매치 6연승을 달렸다. 이날 이라크전은 조별리그에서 만날 바레인(15일·86위) 요르단(20일·87위)전을 대비하기 위한 최종 모의고사다.
◇지속성·연속성 깬 클린스만…전력 감추고 1.5군 실험
클린스만 감독은 비난 여론에도 꾸준히 최정예 멤버들로만 A매치를 치렀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같이 '깜짝 발탁'은 없었다. 선발 명단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다. 아시안컵까지 길지 않은 시간을 고려해 최정예 멤버로 조직력 극대화와 전술 완성도에 초점을 맞췄다. 이라크전은 달랐다. 개막을 앞두고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과 본 무대에서 부상 이탈 등 돌발 변수 대비, 새로운 전술 조합, 국내파들의 실전 감각을 찾기 위해 1.5군 로테이션을 돌렸다. 손흥민(토트넘) 조규성(미트윌란)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공수 핵심 전력을 빼고 시작했다. 최전방에는 오현규(셀틱)이 원톱으로 나섰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황인범(즈베즈다) 박용우(알 아인) 홍현석(KAA헨트) 이재성(마인츠)을 출전시켰다. 경기 감각이 우려되는 이기제(수원삼성)와 설영우(울산HD)가 좌우 풀백을 맡았고 중앙 수비는 '울산의 트윈벽' 김영권 정승현이 지켰다. A매치 3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 포함된 김승규(알 샤밥)이 골문 앞에 섰다.
◇떨어진 경기 감각, 새로운 조합 우려 그대로…불안한 '원톱' 오현규
지난달 초에 K리그 일정을 마치고 휴식을 취했던 국내파 선수들의 경기 감각 우려와 새로운 조합에 대한 우려가 그대로 나타났다. 경기 초반부터 선수들의 움직임은 민첩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라크의 빠른 수비 후 역습에 수비진이 고전했다. 순간 스피드를 막지 못하고 뚫리며 실점 위기를 맞았다. 상대의 저돌적인 돌파에 애를 먹었다. 최종 명단 발표 때부터 경기력 저하 여론에 뭇매를 맞았던 이기제도 동료들과 호흡이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다. 소속팀에서 선발 주전 경쟁에 밀린 오현규도 전반 23분 이기제의 택배 크로스 득점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다. 전반 중반을 기점으로 미드필더부터 점유율을 갖고 오면서 기회가 열렸다. 전반 19분 정우영이 시원한 헤더로 골문을 두드렸다. 좌우 이기제와 설영우의 움직임도 빨라지면서 실마리를 찾아갔다. 중원에서는 박용우가 초반 보이지 않는 실수를 딛고 재빨리 자리를 찾았다. 공수 흔들림 속에서 나선 것은 '베테랑' 이재성이다. 이재성은 2선 중앙에서 공격을 주도하는 패스와 돌파로 활로를 열었다. 답답한 흐름 속에서 침묵을 깬 것도 이재성이다. 이재성은 전반 40분 오른쪽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시원한 왼발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꽂았다.
◇'손·황·강·민·조' 후반 투입하자 180도 달라진 공기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김민재 조규성을 투입했다. 그라운드의 공기가 달라졌다. 클린스만 감독 아래서 1년 가까이 손발을 맞춰온 탓에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가 살아났다. 프랑스 슈퍼컵(5일)에서 팀의 통산 12번째 우승 달성에 결승골로 기여한 이강인의 컨디션은 최고조였다. 빠른 돌파와 넓은 시야, 간결하면서도 구석구석 찌르는 패스로 공격 라인을 주도했다. 황희찬이 상대 수비진을 괴롭히는 사이 조규성이 공간 침투로 슈팅 기회를 연 것도 눈에 띈다. 손흥민도 2선 좌우를 지배하면서 키패스와 위협적인 크로스로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전에는 큰 실수없이 주도권을 잡고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후반 막판에 이강인이 상대 선수와 신경전을 강하게 주고 받다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은 '초호화 2선'이 핵심…경기 감각 최대치 끌어올리기 과제
64년 만에 정상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초호화 멤버로 구성된 2선 활용이 핵심인 가운데 손흥민 이강인 이재성 황희찬 등 이들의 호흡은 완벽하다는 평가다. 아쉬운 것은 '원톱' 마무리 부재다. 오현규가 떨어진 경기 감각을 여실히 보여줬고 조규성도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득점포를 올리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규성과 오현규가 조별리그 전까지 감각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손흥민 또는 황희찬이 스트라이커로 나서는 '플랜 B'도 가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해 수비 라인도 현재보다도 더 견고해질 필요가 있다. 이기제와 설영우의 움직임에 있어서 넓은 반경이 필요해 보인다. 김영권과 정승현의 중앙 수비도 상대의 역습 스피드에 고전하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남은 기간 동안 선수들의 실전 감각 찾기가 최우선으로 선행되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STN뉴스=이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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