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태영건설 '불량' 워크아웃 자구안…사실상 '무산 위기'

김태환 2024. 1. 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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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매각 대금 TY홀딩스 지원…채권단과 입장 차이 '명확'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은행 등 채권은행의 부행장과 워크아웃 추진 관련한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태영건설 워크아웃 채권단 설명회에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는 모습. /장윤석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송주원·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태환 기자] 2023년이 저물고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푸른 용의 해'로 불리는 만큼 <더팩트> 독자 여러분들도 용이 비상하듯, 도약할 수 있는 한 해를 보내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새해에도 경제계 안팎으로 굵직한 소식들이 전해졌습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의 온도차가 크게 나타나며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특히 계열사 매각 대금을 지주사인 TY홀딩스에 지원한다는 점, SBS와 같은 알짜 기업에 대한 매각 의지가 없다는 점 등에서 채권단과의 이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모두가 함께 상생하며 '원팀'으로 도약하자는 다짐을 했고, 증권가에서는 태영건설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 태영건설 '워크아웃 자구안'에 채권단 반응 '싸늘'

-이번 주에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가 경제계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채권단 설득을 위해 자구안을 내놨지만 반응은 냉랭할 뿐이었다죠?

-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위한 채권단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설명회에서 공개한 자구안이 지난달 워크아웃 신청 당시 제시한 것과 같을 뿐더러, 이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전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자구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니,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자구안 이행의 골자는 계열사 매각 대금의 사용처에 있습니다.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는 계열사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를 지주사 당사가 사용한 겁니다.

태영건설이 제시한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 원) 태영건설에 지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 태영건설에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4가지 입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 원 가운데 400억 원은 지난달, 나머지 259억 원은 지난 3일 각각 태영건설에 지원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890억 원가량은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의 리테일 채권 상환에 투입된 겁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즉, 태영건설이 내건 자구안은 당장 수혈이 필요한 태영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TY홀딩스 지원하면서 자신들의 '연대보증 빚'을 갚는데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태영건설 측은 연대보증 빚을 갚으면 태영건설의 부채가 줄어드니 사실상 태영건설 지원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채권단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반박하는 것이죠. 해당 연대보증은 TY홀딩스가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에, 태영건설이 갚아야 할 자금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주 채권단 중 하나인 산업은행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에 산업은행은 5일 입장을 발표하고 해당 금액을 즉시 태영건설에 지원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채권단은 당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세금 등을 제외한 2062억 원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할 것을 수 차례 요청했는데, 태영 측이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씨는 경영 책임이 없다는 사유로 해당분 513억 원을 지원할 수 없다고 강하게 거부했다는 겁니다. 이에 TY홀딩스(1133억 원)와 윤 창업회장의 아들 윤석민 회장(416억 원)이 수취한 대금인 1549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마저 지켜지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또 산업은행은 블루원 지분 담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태영건설에 제공한다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태영건설이 역시 말을 바꿔 해당 자금을 TY홀딩스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TY홀딩스는 향후 자구계획을 통해 마련된 자금이 향후에도 TY홀딩스에 사용될 수 있다는 계획까지 밝혔습니다. 블루원 지분 담보 자금 역시 TY홀딩스 측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죠.

-채권단 입장에선 태영건설에 대한 채무보증을 섰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반발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조명되는 이슈가 있을까요?

-네 또 그동안 채권단 설득의 관건으로 여겨졌던 윤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과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매각은 자구안에서 제외돼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태영건설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SBS 지분매각 의사를 묻는 말에 "SBS는 방송사로 제약 요건이 많고, TY홀딩스 자회사라 당사 측에서 관련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는데요. 이에 일부 채권단 관계자들은 설명회에서 구체적인 자구안을 포함하지 않은 데다,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이 많다며 설명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기도 했습니다.

이에 태영건설에 워크아웃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3일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위한 채권단 설명회 직후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최지혜 기자

-태영건설의 채무 상황은 어떤가요? 워크아웃 없이 회생 가능한 수준일까요?

-심각합니다. 태영건설은 총 10조 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습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이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조달한 직접 차입금을 1조3007억 원, 규모가 작은 시행사의 대출에 대해 보증을 선 규모는 9조181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TY홀딩스가 추산한 태영건설의 유위험 보증채무(우발채무)는 브릿지보증 1조2193억 원, 분양률 75% 미만 본 PF 보증 1조3066억 원 등 2조5259억 원이인데요. 태영그룹의 설명대로 9조 원대 PF 보증 채무 가운데 위험성이 높은 우발채무를 2조5000억 원 가량으로 보더라도 이번 자구안이 이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채권단의 시각입니다.

◆ 워크아웃 도달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나 청산절차 돌입…후폭풍 우려

-채권단 동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현재로선 태영건설이 이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면 동의 확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채권단은 5일 다시 한번 회의를 소집하고 자구안 이행이 없을 시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여기서 '자구안 이행'이란 매각 대금을 모두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것이어서 TY홀딩스의 관점과 대조되는 상황입니다. 채권은행단은 이같은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오는 11일 열리는 회의에서 75%의 찬성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태영 오너일가의 뼈 깎는 자구안을 촉구하며 맹폭을 가했습니다. 대통령실도 무성의한 태도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워크아웃 무산 위기는 증폭되는 모양새입니다.

-워크아웃이 무산되면 어떻게 되나요

-워크아웃에 도달하지 못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나 청산절차에 돌입하게 됩니다.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상거래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권이 동결되고, 수주 계약도 해지되는데요. 이렇게되면 협력업체는 물론 수분양자들의 연쇄 피해가 나타나게 됩니다. 협력업체들은 공사대금 등을 받지 못해 도산하게 되고,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들은 입주가 늦어지면서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태영건설은 1000여개의 협력사가 연계돼 있고, 수분양자는 무려 2만 명에 육박합니다.

-무엇보다도 태영건설의 위기가 다른 건설사와 부동산PF 프로젝트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큽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동산PF 대출 잔액 총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4조 원에 육박합니다. 지난 3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에 편승해 상호금융, 저축은행을 비롯한 증권사에서 PF채무보증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태영건설의 붕괴로 다른 건설사마저 도미노처럼 쓰러진다면, 금융권에 큰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과거 세계 경제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한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도 터질 수 있게 됩니다.

-태영건설이 미온적 태도로 워크아웃 절차에 임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국민들의 철저한 지적과 감시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에서 계속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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