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정세운'] 또박또박 이름 쓴 싸인이 어울리는 뮤지션
6번째 미니 앨범 'Quiz' 발매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정세운의 싸인은 아주 반듯하게 '정세운.'이라고 적은 것이다. 그 시작은 2013년 17살의 나이로 SBS 'K팝스타3'에 출연했을 때다. 길에서 자신을 알아보고 싸인을 요청한 사람이 있었는데 당시 싸인이라곤 생각해본 적도 없던 정세운은 정성을 들여 또박또박 '정세운.'이라고 적었다. 싸인을 받은 사람은 '나중에 싸인 바뀌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고 정세운은 '안 바꿀게요'라고 답했다. 이후 2017년 데뷔하고 8년 차가 됐지만 그 싸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6번째 미니 앨범 'Quiz(퀴즈)' 발매를 앞두고 만난 정세운과 한 시간여 동안 대화를 하면서 '딱 저 싸인과 닮았다'고 느꼈다. 반듯하고 꾸밈없지만 어딘가 엉뚱하고 색깔이 분명하다.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팀 정세운'을 만들었다. 아이돌 담당 정세운, 예능 담당 정세운, 보컬 담당 정세운, 춤 담당 정세운 이런 식이다. 상황에 맞게 그 멤버가 나선다", "데뷔 초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저한테 아예 없는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는 그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딱 그랬다.
정세운은 이 '정세운.' 싸인을 처음 하게 됐을 당시를 떠올리면서 "그렇게 시작됐는데 제 이름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싸인을 딱히 멋있게 만들 수 있을 거 같지도 않았다. 휘황찬란한 싸인들 틈에 제 싸인이 딱 있을 때 아쉽기도 하면서 오히려 좋기도 하다. 그리고 그냥 필체랑 다르다. 나름 디테일이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담백하면서 솔직하고 그 안에 위트가 녹아 있는 답변이었다. 정세운은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목표와 방향성에 대해 말할 때도 그랬다. 단단하지만 유연했고 많은 것에 열려있지만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했다. 그가 언급한 '팀 정세운'이란 개념이 그런 정세운의 모습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듯 하다.
'팀 정세운'의 탄생 배경은 정세운이 이번 앨범 'Quiz' 2번 트랙에 수록한 '싱어송라이돌'에 녹아 있다. 포지션이 아이돌이기도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그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곡이다. 'K팝스타3'에서 기타를 치며 자작곡을 불렀던 그는 2017년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 보이그룹 멤버가 되기 위해 춤을 추며 경쟁을 했다. 최종 12위를 차지해 한끗 차이로 워너원 멤버가 되지 못한 정세운은 그해 8월 자작곡을 수록한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하며 싱어송라이터로 첫발을 뗐다.
"전 아이돌에 가면 싱어송라이터고 싱어송라이터에 가면 아이돌이에요. 사람이 본능적인 게 소속감이라고 하는데 데뷔 초엔 크게 인지하지 못하다가 알게 모르게 제가 많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팀 정세운'이 있어요. 보컬 담당 정세운, 예능 담당 정세운, 아이돌 담당 정세운 이런 식으로요. 그러니까 어느 분야에 가서도 괜찮을 수 있고 좋더라고요. '현타'가 찾아오면 그 순간이 아까우니까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몰입을 하려고 '팀 정세운'을 만든 거예요."
정세운은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 춤을 췄지만 춤은 그에게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지금은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춤을 꾸준히 배우고 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저한테 '팀 정세운'이란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힘들었는데 변화라는 게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데뷔 쇼케이스 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던 정세운이 가장 익숙하고 자신있는 기타를 내려놓고 댄스곡으로 무대에 섰던 이유이기도 하다.
"춤을 계속 가져가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타를 이렇게 치는 사람 중에 춤 제일 잘 추는 사람이 돼보자, 가장 뻔뻔하게 추는 사람이 돼보자, 멀뚱멀뚱 서있으면 무안하기도 하고 기왕 비싸게 배운 춤 활용하자 이런 마음이에요. 춤은 가장 향상이 안 느껴지는 부분이긴한데 퍼포먼스 담당 정세운도 앞으로 발전의 여지가 있을 거 같아요.(웃음) 콘서트를 하면 기타 연주를 멋있는 걸 해도 춤 한 번 추는 게 호응이 커요. 공연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팀 정세운'으로 새로운 것, 자신 없는 것에도 열린 마음으로 도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매번 궁금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향한 발걸음이다. 그렇다고 없는 걸 인위적으로 만들고 포장해서 보여주는 건 아니다.
"없는 모습을 억지로 보여주면 저만 힘들어지는 거 같아요. 데뷔 초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런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고 억지로 포장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해요. 행복하게 즐겁게 하는 건 다 티가 나는 거 같아요. 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그 분들도 즐겁게 일하실 수 있고 저도 색다른 경험을 하고 뭔가 얻을 수 있잖아요. 자칫하면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되기 쉬운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항상 주의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동적인 사람이 되려고 해요."
주무기인 기타를 비롯해 여러 악기를 전문적으로 배우면서 음악 역량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한 페스티벌 무대에서 꾸준히 배우고 연주한 색소폰을 활용한 무대를 펼쳤는데 올해는 지금 배우고 있는 여러 악기를 다 활용한 무대를 하는 게 목표다.
"기타를 독학으로 해서 플레이는 됐는데 화성학에서는 이론적으로 부족했어요. 레슨으로 채웠고 기타 말고도 여러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데 제가 원하는 수준이 높아서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계속 공부하며 배우고 있어요. 어떤 음악을 들고 나올까 궁금한, 혹시나 메탈일까 여지를 둬도 이상하지 않은, 다재다능하고 다양한 걸 하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색을 낼 수 있는 아티스트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많은 공부와 연습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정세운은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그에겐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기초 체력 같은 것이다. 그는 "운동하러 가기 싫은데 막상 가서 해내면 게으름, 나태함과 싸워서 이긴 거니까 그 좋은 기분이 하루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가 하루하루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는지 확 와닿는 말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근육 담당 정세운을 영입하긴 했는데 데뷔는 모르겠다. 내 얼굴에 근육이 너무 많아도 안 어울리니까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만족할 정도만 하겠다"고 위트를 더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쇼케이스만 했지 이런 자리는 어색하다"고 엄살을 부렸던 정세운은 "일을 할 때도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고 했는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시간여 동안에도 진심으로 즐겁게 인터뷰에 임하는 마음이 전달됐다.
4일 발매한 6번째 미니 앨범 'Quiz'에 대해선 길게 언급할 것 없다. 이미 자작곡으로 채운 여러 장의 앨범을 통해 '믿고 듣는 정세운'이 됐다. 또 "가사를 적을 때 휴대폰 메모장보다는 연필로 공책에 써내려가는 걸 좋아한다. 그 느낌이 좋다"는 정세운이다. 허투루 만들었을 리 없고 들어 보니 역시나 그랬다. 정세운은 "선우정아와 작업하면서 한계를 뚫은 느낌이 들었다. 녹음한 걸 들을 때 노래 곳곳에 표정이 생긴 듯했다"고 말했다. 각 곡의 가사가 짓는 표정들을 느끼며 즐겁게 감상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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