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라인업]'흥민-강인-희찬-민재 4대장 모두 벤치' 클린스만호, 플랜B 가동 '오현규-정우영-홍현석 선발'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클린스만호가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플랜B를 가동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펼친다. 이번 경기는 13일 개막하는 카타르아시안컵을 대비한 테스트다. 한국은 그동안 아시안컵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1956년, 1960년 2연속 우승 뒤 정상을 밟지 못했다. 준우승만 네 차례(1972, 1980, 1998, 2015년) 기록했다.
우승을 향해선 중동의 '모래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치른 7차례 대회 중 중동팀에 패해 탈락한 경우가 네 차례나 된다. 직전 2019년 UAE 대회에서도 8강에서 카타르에 0대1로 패해 짐을 쌌다. 한국은 이번 대회 E조에서 바레인(15일)-요르단(20일)-말레이시아(25일)와 대결한다. 바레인, 요르단 두 중동팀을 상대해야 한다. 토너먼트에서도 중동팀을 만날 수 있다.
이라크는 만만치 않은 팀이다. 중동 특유의 끈적한 축구를 펼친다. 헤수스 카사스 감독이 이끄는 이라크는 2023년 A매치 13경기에서 6승5무2패(24골-13실점)를 기록했다. 지난 11월 치른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조별리그 F조에선 인도네시아(5대1)-베트남(1대0)을 제압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카사스 감독은 이라크를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이라크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유세프 아민(아인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 알리 알 하마디(AFC 윔블던), 아미르 알-암마리(할름스타드), 오사마 라시드(비젤라), 지단 이크발(위트레흐트), 후세인 알리(헤이렌베인) 등 유럽파를 대거 소집했다. A매치 18골을 넣은 모하나드 알리(알쇼르타)도 경계 대상이다.
클린스만호의 이번 아시안컵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우승이다.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은 1960년 한국에서 열린 2회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한국은 본선 진출국 4팀(이스라엘, 남베트남, 대만)과 4강 리그전을 치렀다. 3전 전승 1위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한국은 아시아 맹주로 자리매김하며,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시안컵만큼은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15년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게 최근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 부터 지금까지 아시안컵 우승을 노래했다. 각종 논란에도 "결과로 평가해달라"고 했고, 그게 바로 아시안컵이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소집됐다. K리그 일정을 끝낸 K리거들을 중심으로 전반기 일정을 마친 일부 해외파 선수들이 함께 했다. 국내 소집 1차 훈련은 31일까지 진행됐다. 클린스만호는 28일 용산 CGV에서 아시안컵에 나설 26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깜짝 발탁 없이 지난 10월, 11월 A매치에 나섰던 선수들이 그대로 나섰다. 양현준(셀틱)과 김지수(브렌트포드)가 나머지 두 자리를 채웠다.
이재성은 "개인적으로 도전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이번 아시안컵은 저희만의 도전이 아니라 64년을 이어 온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이 트로피를 들어 올릴 기회다. 기필코 카타르에서 우승컵을 들고 돌아오겠다. 그런 도전이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리고 "많은 분이 기대하시는 만큼 자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매일 최선을 다해서 최종 목표인 우승까지 가겠다. 팬들의 기대와 응원이 부담스럽지는 않고, 오히려 기대감이 생긴다"며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결승전 당일이 설날(2월 10일)로 알고 있는데, 행복한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민재는 "아시안컵 목표는 우승"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공격수들의 화력이 워낙 좋다. 매경기 득점하고 있다. 아무래도 수비수들이 좀 더 집중해 줘야된다. 우리가 잡고하는 경기가 많다. 잘 유의하고 준비하면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클린스만호 본진은 다음 달 2일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나 아부다비에서 현지 적응을 위한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턴),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유럽파 핵심 선수들은 아부다비에서 클린스만호에 합류, '완전체'를 이뤘다.
클린스만호는 마지막 평가전에서 그간 나서지 않았던 선수들을 내세웠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김민재 조규성(미트윌란)이 모두 벤치에 앉는다. 이강인은 예상대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강인은 소속팀 일정탓에 대표팀에 지각 합류했다. 이강인은 4일 열린 툴루즈와의 트로페 데 샹피옹(슈퍼컵)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우승컵을 올렸다. '맨 오브 더 매치'에도 선정됐다. 이후 5일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강인은 최근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 중이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휴식을 주는 것을 택했다. 리그 경기를 최근까지 소화했던 손흥민과 황희찬에게도 휴식을 줬다. 대신 오현규(셀틱)이 최전방에 서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이재성(마인츠)가 2선에 자리한다.
3선부터는 기존의 멤버들이 그대로 나선다. 더블볼란치에는 황인범(즈베즈다)과 박용우(알 아인)이 자리했다. 황인범은 2선을 오가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포백은 김민재 대신 김영권이 들어갔다. 이기제(수원 삼성)-김영권-정승현-설영우(이상 울산 현대)가 선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가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했음에도 신뢰를 보여주며, 최종 엔트리에도 뽑았다. 이날 경기에도 선발로 기용하며, 이기제가 왼쪽 풀백의 확실한 주전임을 알렸다. 골문은 김승규(알 샤밥)가 지킨다.
이날 경기의 눈길은 클린스만 감독의 해법에 쏠린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딱 한차례 중동팀을 만났다. 사우디 아라비아다. 당시 한국은 1대0으로 승리하며, 클린스만 감독 체제 후 첫 승을 신고했다.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진의 자유도를 최대한 살린 전술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5연승을 달렸다. 19골을 넣는 동안 단 한골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한국이 자랑하는 손흥민-이강인-황희찬 '빅3'를 동반 폭발시켰다는게 고무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라크를 통해 밀집수비와 중동 축구에 대한 면역력을 높일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상이다. 이날 다친다면 그동안 준비가 말짱 도루묵이 된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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