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있던 몇시간 지옥 같아”…백령도 주민들 안도의 한숨 [현장, 그곳&]
“대피소에 있었던 몇시간이 지옥같았습니다.”
6일 오후 5시30분께 인천 중구 인천연안여객터미널.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코리아프라이드호에 탑승해 백령도에서 출발한 승객 458명은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자 긴 줄을 늘어뜨리며 지친 모습으로 출입문 쪽으로 향한다. 지난 5일 북한의 포격으로 발이 묶인 승객들이 이틀만에 육지를 밟는 순간이다. 터미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족·지인들은 혹여나 다친 곳은 없는 지 부둥켜 안은 채 이곳저곳을 쓰다듬으며 “고생했다”고 안심시킨다.
백령도 주민 김유근씨(77)는 “대피소에 있던 모든 주민들이 혹여나 연평도 때처럼 폭탄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시간 뒤 해제되긴 했지만 대피소에 있던 시간이 지옥 같았다”며 “많은 주민들이 해제가 된 뒤에도 대피소를 떠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희경씨(56·백령면)도 “대피 방송을 듣고 어떻게든 대피소까지 가려고 했지만 너무 무서워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웃들 중에서도 대피소로 가지 못하고 집에 있던 분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친구 4명과 함께 육지로 나온 박서연양(16)은 “어제 오후 2시쯤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와 어른들과 함께 대피소로 향했다”며 “최근 북한이 위성을 발사했을 때도 대피했는데, 2번째다”고 전했다. 이어 “백령도에선 북한이 무언가를 쏠 때마다 대피소에 가야해 너무 힘들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터가 백령도에 있는 조정식씨(69)도 “오후 3시가 넘었는데 ‘꽈당꽈당’, ‘탕탕’ 하는 우리 군의 포 소리를 들었다”며 ”혹여나 우리 군의 대응으로 북한이 다시 포를 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에 떨었다”고 했다.
이날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승객들은 어제 발생한 북한 포격에 우리 군이 대응하면서 배가 뜨지 못해 하루 늦게 도착했다. 특히 7일에도 기상상황이 좋지 못해 배가 뜨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 5일 예정했던 209명보다 2배가 넘는 승객이 코리아프라이드호에 몸을 실었다.
지난 5일에 이어 이날 오후 4~5시께도 북한군이 연평도 북서방에서 포탄 60여발을 발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평도 주민들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평도 주민 김영식씨(73)는 “오후 4시부터 3분마다 총소리가 났다”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런 일이 발생하니 너무나 불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박성익씨도 “크게 소리가 난 것은 아니지만 이틀 연속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니 너무 불안하다”며 “이제는 총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전했다.
연평면 이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중배씨(76)는 “포 쏘는 소리가 멀리서 작게 들렸고, 안내·대피방송은 없었다”며 “주민들은 북한 포격이 며칠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와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 5일 북한 포격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 포격으로 연평면에서 508명, 백령면 269명, 대청면에서 36명 등 총 813명이 대피소 29곳에 나눠 피신했다. 또 오후 1시30분께 승객 209명을 싣고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운항하려던 고려고속훼리 코리아프라이드호가 통제됐으며, 낮 12시30분께 승객 76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백령으로 출발한 코리아프린세스호가 선수를 돌려 오후 2시5분께 인천연안여객터미널로 회항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지우현 기자 whji7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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