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광 귀족과 가난한 엔지니어의 만남…명품차 끝판왕이 태어났다 [추동훈의 흥부전]
[흥부전-38][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33] 찰리 롤스 & 헨리 로이스
다사다난한 2023년이 끝나고 청룡의 해,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엔데믹이 본격화된 지난해에는 거시 경제의 위기속에 기업들 역시 진검승부를 펼치며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갔습니다. 미국에선 거대 정보통신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 신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진 가운데 유럽 역시 여러 기업들이 성과를 내기도, 미끄러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해 유럽 기업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기업은 어디일까요. 유럽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루이뷔통, 샤넬 등 명품 기업? 아닙니다. 정답은 명품과 자동차의 교집합, 바로 명품 자동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입니다.
어쨌든 같은 아버지 아래 나고 자란 것은 분명한 롤스 로이스. 새해 첫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의 주인공은 롤스 로이스의 창업주 바로 찰리 롤스와 헨리 로이스입니다. 개별 기업으로 창업했다 추후 인수 합병한 ‘록히드 마틴’이나 ‘크래프트 하인즈’와 달리 롤스 로이스는 롤스와 로이스가 공동창업해 처음부터 함께한 브랜드입니다.
이야기에 앞서 간단히 정리하면 귀족 가문 출신으로 자동차광에다 장사 수완이 좋았던 롤스와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눈썰미가 좋고 손기술이 뛰어났던 엔지니어 로이스라는 환상의 콤비가 만들어낸 명품 브랜드의 탄생으로 압축됩니다.
부유한 배경 덕분에 18세의 나이에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난 그는 생애 첫 자동차로 푸조의 페이톤을 샀고 프랑스에서 자동차 모임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푸조 차량은 웨일스 지역을 돌아다닌 최초의 자동차 3대 중 한대이기도 합니다. 평소에 운동도 워낙 좋아했던 그는 사이클에도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케임브리지 자전거 경주에 참가하고 자전거 클럽의 주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1898년 케임브리지를 졸업한 롤스는 증기 요트선 산타 마리아호에서 일을 시작했고 노스웨스턴 철도회사에서도 일했습니다. 엔지니어링에도 흥미가 컸지만 그보다는 물건을 파는 세일즈 역량과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출중했던 그는 진로를 자동차 판매로 결정합니다. 1903년 아버지로부터 6600파운드를 지원 받은 그는 영국 최초의 자동차 대리점 C.S Rolls&Co.를 차려 본격적인 차량 대리점 사업을 시작합니다.
1878년 그의 숙모의 도움으로 ‘Great Northern Railway’라는 회사에서 견습 생활을 시작한 그는 엔지니어로서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리버풀의 한 극장에서 조명일을 하거나 각종 도구를 제작하는 회사 등을 다니며 일거리를 찾아다니던 그는 1884년 21살의 나이에 영국의 대표적 공업도시 맨체스터로 향하게 됩니다.
맨체스터는 그에게 살아 숨 쉬는 엔지니어링 교육현장이었습니다. 그는 F.H. Royce&Co 라는 회사를 창업해 발전기와 전기 크레인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손기술이 좋았던 그의 발전기는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1894년 회사명을 Royce Ltd로 바꾼 그의 사업은 계속 번창했습니다. 이 시기 전 세계는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독일과 미국 등지에서 크레인과 발전기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고 로이스 역시 이러한 전 세계의 변화 추세 속에서 자동차 산업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가 꿈꾸던 차량이었습니다. 롤스는 로이스를 만나 함께 사업을 할 것을 제안합니다. 로이스 차량을 롤스 대리점에서만 팔자는 독점 계약을 맺자고 했습니다. 여러 논의 끝에 롤스와 로이스느 1906년 합작회사 롤스 로이스를 만들기로 했고 이게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롤스로이스의 시작입니다. 롤스는 기술 전무 이사로 임명돼 로이스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롤스는 실제 영국에서 두 번째로 비행기를 탄 사람이기도 합니다. 모험을 즐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던 그는 안타깝게도 1910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32세의 나이에 사망하고 맙니다. 로이스는 롤스의 뜻을 이어받아 롤스로이스 이글이라는 회사 최초의 항공기 엔진을 개발합니다. 세계 1차대전이 터지자 영국군 요구사항을 반영해 제작에 성공했고 이외에도 크레인 등을 개발했습니다.
정리해보면 지난해 220% 주가가 상승했던 롤스로이스는 바로 항공 엔진 개발업체 롤스로이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롤스로이스라고 하면 여전히 명품 자동차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회사는 그 어떤 회사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임을 이번 2023년 주가 상승세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공동창업자의 유산은 이제 과거속에 머무르게 됐지만 롤스로이스의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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