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르신들 삶이 바뀌는 날, 우리는 망하겠습니다" 폐지로 만드는 더 나은 세상
■ 방송 : 뉴스룸 / 진행 : 강지영
[앵커]
어르신들이 모은 폐지를 높은 가격에 사고 이걸 또 작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폐지로 사랑을 전하는 기업 러블리페이퍼의 기우진 대표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우진/러블리 페이퍼 대표 : 안녕하세요.]
[앵커]
반갑습니다. 인상이 참 좋으십니다. 2017년부터 러블리페이퍼를 운영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인지 대표님이 직접 한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기우진/러블리 페이퍼 대표 : 러블리페이퍼는 영어 이름으로 얘기하면 사랑스러운 종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사실 영어로 표기할 때는 러블리가 LY가 아니라 RE거든요. 그래서 사랑의 리사이클의 리로 해서 이렇게 지었어요.]
[앵커]
러블리 그렇군요.
[기우진/러블리 페이퍼 대표 : 그래서 종이를 새롭게 하는데 이 종이가 어떤 종이냐면 우리 일상에서 만나뵐 수 있는 페지 수거 어르신들의 폐박스 그걸 저희는 새롭게 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앵커]
폐지를 시세보다 6배가량 비싸게 매입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사기꾼 아니냐 이런 오해도 받으셨다면서요?
[기우진/러블리 페이퍼 대표 : 저희가 구조가 어르신들에게 폐지를 비싸게 사서 이걸로 업사이클이라는 것을 통해서 페이퍼캔버스라는 새로운 과정을 만들거든요. 그 과정에서 첫 단추로 어르신들한테 폐지를 비싸게 사야 하는데 저희는 시세보다 6배 정도 비싸게 사요. 그러다 보니까 현재는 킬로에 1kg에 50원 정도 하는데 저희는 300원에 매입을 하거든요. 어르신들이 상도에 어긋난다, 너네가 뭔데 이렇게 비싸게 사냐 이런 핀잔도 들은 적이 있는데 끊임없이 설득을 해서 이제는 거래를 잘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판매 수익금 일부를 또 어르신들을 위해서 쓰신다면서요?
[기우진/러블리 페이퍼 대표 : 저희가 이제 물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비용들이 들어가는데 그러고 나서 수익이 남으면 그 수익으로 어르신들의 생계와 안전, 여가를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어요. 그래서 청년들과 같이 여행도 가고 또 이런 추운 날에는 방한용품이라든지 더운 날에는 혹서기 안전지원 용품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좀 지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앵커]
폐지 수입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또 고용까지 하고 계신 것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지금 여섯 분 정도가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계시죠? 주로 그러면 그 여섯 분들은 어떤 일들을 하시는 걸까요?
[기우진/러블리 페이퍼 대표 : 저희가 만들어지는 제품의 거의 모든 걸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일종의 노인일자리죠. 그래서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되게 간단한 소운동 작동으로도 충분히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구조화를 시켰고. 그래서 폐박스로는 이제 캔버스라는 걸 만들고 또 폐쌀포대라는 종이가죽을 만듭니다.]
[앵커]
어르신들이 일을 하실 때 어려워하시지 않으십니까?
[기우진/러블리 페이퍼 대표 : 처음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난생처음 하는 작업이고 거의 미술과 같은 비슷한 작업을 해내야 되기 때문에. 그런데 어르신들의 특기가 좀 집념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꾸준히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오히려 더 견고한 제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 불량률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이득이었습니다.]
[앵커]
창업 이후 제일 기뻤을 때가 2019년 시니어 직원분을 처음 고용했을 때였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우진/러블리 페이퍼 대표 : 사실 어르신들 저희 보면 평균 연령이 70대 중반이세요. 가장 고령이 86세이신데 그분 같은 경우는 사실 일자리에서 어떤 정규직이라든지 계약, 이런 개념도 없으시지만 일자리 자체를 가져본 적이 별로 없으세요. 그런데 저희랑 같이 하시게 되면서 출근을 하시게 되니까 너무 설레고 기분이 너무 좋다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소풍 가기 전날처럼 너무 기분이 좋다. 그런 분들한테는 이 러블리페이퍼라는 작은 기업의 일자리가 그분들의 삶 전체를 바꾼 그런 계기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앵커]
여러 가지로 참 어르신들에게도 좋고 또 대표님에게도 참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계신데 그런데 사실 회사를 운영하려면 이게 어쨌든 인건비를 다 제외하고도 이익이 남아야지만 계속해서 운영이 가능한 거잖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를 좀.
[기우진/러블리 페이퍼 대표 : 사실 정말 어려운 부분이고요. 이익을 남긴다는 것은 사실 큰 대기업도 못하는 일인데 저희 같은 작은 기업도 정말 고만고만하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가 올해는 비영리라는 또 법인으로 전환을 해요. 그러면서 그동안 저희한테 지원해 줬고 후원해 줬던 많은 분들이 더 후원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그런 체계를 만들고자 조직을 바꾸는 거거든요. 그래서 제품을 팔아서 생긴 수익도 있지만 기부나 기증을 받아서 생기는 수입도 또한 플러스하기 위해서 좀 새로운 길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그런데 경제가 좋을 때는 그런 기부나 후원이 많이 들어올 법도 하지만 지금 전체적으로 좀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더 어렵지 않았을까. 그래도 오시면서 2017년에 시작하셨으니까 지금 너무 힘들다, 이게 올해는 가능할까? 내년에 가능할까 이런 순간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거든요.
[기우진/러블리 페이퍼 대표 : 가장 큰 게 아마 코로나였을 것 같아요. 저희가 이제 19년도에 어르신들을 고용하고 사업이 그나마 확장될 만한 쯤에 코로나가 오면서 기업으로 저희가 사회공헌 활동 같은 것들을 많이 기획해서 하는데 그때 그런 것들이 다 이렇게 없어지고 학교의 교육활동도 없어지면서 매출이 한 4분의 1토막으로 나고 말 그대로 매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죠.]
[앵커]
마지막으로 러블리페이퍼의 최종 목표가 멋지게 망하기다. 여기에 대해서 한말씀.
[기우진/러블리 페이퍼 대표 : 사실 이상적인 목표이기는 한데 그렇게 생각해요. 저희가 사회적 기업이지만 저희 같은 기업이 많이 생겨나는 건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닌 것 같거든요. 오히려 어르신들이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도록 사회가 온전해져야지 저희가 생겨나지 않는 이유일 것 같고 오히려 저희가 이런 미션들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럼 저희는 없어져도 된다 생각해서 멋있게 망하자가 저희 미션이 되었습니다.]
[앵커]
멋진 목표를 가지고 계신 러블리페이퍼의 기우진 대표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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