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음악성 없다?···'싱송라이돌' 정세운이 말하는 '요즘 가수'[허지영의 케해석]

허지영 기자 2024. 1.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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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뮤지션 전천후 활약
'팀 정세운'은 무한 확장
신보 '퀴즈'···편안한 스타일
[서울경제]

주목할만한 케이팝 아티스트, 가요 담당 허지영 기자가 케-해석 해봤습니다!

"제가 아이돌 사이에 가면 싱어송라이터고, 싱어송라이터 사이에 가면 아이돌이거든요. 그래서 전 스스로 '팀 정세운'이라고 생각해요. 보컬 담당, 춤 담당, 아이돌 담당 정세운이 따로 있죠. 이렇게 생각하니 되게 좋더라고요."

4일 정세운이 발매한 신보 '퀴즈(Quiz)'의 수록곡에는 '싱어송라이돌'이라는 노래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 아이돌'이라는 뜻으로, 정세운에게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재밌는 걸 어떡해 아이돌 쨍한 노란색 / 싱어송라이터 묘한 보라색 / 기타 치고 드럼 베이스 피아노도 치고 가끔 가다 색소폰도 불곤 해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제일 전문적으로 배운 건 '댄스'야 등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재치가 묻어난다.

아이돌과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주로 '보이는 음악'에 치중한다면, 싱어송라이터는 스스로의 내면과 음악성에 집중해 '듣는 음악'에 방점을 둔다. 그러나 화려한 퍼포먼스도 놓지 않으면서 음악성을 발전시켜 나가는 조화로운 가수들도 많다. 그중 정세운은 아이돌과 싱어송라이터의 경계를 가장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로운 유형의 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세운 /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K팝 스타→프로듀스 101···'오디션 가수'로 시작 = 정세운은 지난 2013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시즌 3'에서 대중을 처음 만났다. 당시 17세였던 그는 깔끔한 중저음 보컬로 호평받았지만, 당시 출연진인 버나드 박·정승환·권진아 등에 밀려 생방송 직전 경연에서 탈락했다. 그가 대중 앞에 다시 등장한 건 4년 뒤인 2017년,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는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였다.

아이돌 업계에서 인기를 끌려면 퍼포먼스 능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기에 '명창' 보컬 멤버는 희소성을 가진다. 소개 문구부터 '믿듣세운'을 걸고 나온 정세운은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몇 없는 보컬 특화 연습생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방송 내내 10위권에 머무르며 인기를 끌었다. 11위까지 데뷔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그의 최종 순위는 12위. 아쉬운 마무리였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2017년 8월, 정세운은 '에버(EVER)'라는 미니 앨범으로 솔로 데뷔했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 최종회 / 사진=Mnet

◇'팀 정세운', 솔로지만 그룹입니다 = 솔로로 활동하며 정세운은 자신을 독특하게 지칭했다. '팀 정세운'이다. 팀 정세운은 정세운이 솔로 활동을 하며 홀로 소화해야 할 다양한 역량을 하나하나 쪼개어 마치 멤버처럼 나누어 둔 구조를 일컫는다. 일종의 부캐인 것이다. '기타 정세운'을 시작으로 '댄스 정세운', '예능 정세운' 등 다양한(?) 멤버들이 있다. 솔로지만 다양한 분야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정세운의 고충과 의지가 반영된 시스템인 것이다.

원년 멤버이자 핵심 멤버는 '기타 정세운'이다. 기타를 멘 고등학생으로 음악을 시작한 만큼, 정세운에게 기타는 음악의 동반자와도 같다. 공연할 때도 늘 노래하며 기타를 연주한다. 정세운은 소극장 콘서트를 열고 음반을 프로듀싱하는 등 기타 정세운과 함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뽐낸다. '오해는 마', '닿을 듯 말 듯', '화이트'를 비롯해 신보 '퀴즈'에서도 기타 연주가 어우러진 자작곡을 확인할 수 있다. 기타 외에도 드럼, 피아노,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덕에 '피아노 정세운', '색소폰 정세운' 등 번외 멤버도 존재한다.

첫 번째 미니앨범 ‘EVER‘ 쇼케이스 당시 정세운 / 사진=서울경제스타DB

'기타 정세운'이 싱어송라이터 멤버라면 아이돌 정세운을 담당하는 멤버는 '댄스 정세운'이다. 데뷔곡 '저스트 비'에서도 퍼포먼스를 선보인 그는 지난해 5월 발매한 곡 '롤러코스터'에서는 재기발랄하고 상큼한 아이돌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앨범 발매 당시 "'싱어송아이돌'로 오랜만에 댄스를 한다. 댄스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율동 정도"라면서도 "댄스 정세운으로서 숨 덜 차는 척하는 능력을 터득했다"며 웃어 보였다. 정세운은 이 곡으로 챌린지도 다수 촬영하며 아이돌 활동의 정석 루트를 밟았다.

'예능 정세운'도 빼놓을 수 없는 멤버다. '프로듀스 101 시즌 2'때부터 진솔하고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사랑받은 정세운은 데뷔 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2022년 5월에는 KBS2 예능 '요즘것들이 수상해'에서, 지난해 3월에는 넷플릭스 예능 '19/20'에 고정 MC로 합류해 입담을 뽐냈다. MBC FM4U '아이돌 라디오'에도 스페셜 DJ로 다수 출연했다. 진솔하고 재치 있는 성향은 글에서도 빛을 발했다. 정세운은 2022년 3월에는 이 시대의 청춘을 위로하는 메시지가 담긴 '아끼고 아낀 말'이라는 에세이도 출간했다. 새 멤버 '작가 정세운'의 활약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넷플릭스 예능 ‘열아홉 스물'(19/20)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정세운 / 사진=서울경제스타DB

◇가장 조화로운 솔로...독보적 '싱어송라이돌' = 지난 4일 발매된 신보 '퀴즈'에는 그간 정세운이 걸어온 '싱어송라이돌'의 조화로움이 느껴진다. 우선 정세운은 '싱어송라이터 정세운' 멤버로서 그만의 음악성을 신보에 펼쳐냈다.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정세운이 전곡 작사·작곡·프로듀싱에 적극 참여했다. 덕분에 정세운 특유의 담백하고, 담담하고, 따스한 분위기의 곡들이 탄생했다. 타이틀곡 '퀴즈'와 수록곡 '퍼펙틀리(Perfectly)', '글로우 인 더 쇼(Glow in the show)', '17' 등에서는 편안한 멜로디 속 데뷔 때부터 추구한 '청춘'과 '위로'를 느낄 수 있다.

'댄스 정세운'은 이번에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퀴즈'의 뮤직비디오에서 정세운은 부츠컷 바지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장난기 가득한 댄스를 선보인다. 그러면서도 포근한 일상을 부드럽게 연기한다. 화려할 땐 화려하고, 진지할 땐 진지한 '팀 정세운'의 매력이다.

정세운 미니 6집 '퀴즈' 콘셉트 포토 /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정세운은 최근 서울경제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춤을 배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도 들어올 때도 춤을 배우리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 받은 수업이 댄스 레슨"이라며 당시 당혹감을 떠올리면서도 "지금은 재미있다. 기타 치는 사람 중 제일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욕심을 보이기도 했다.

기실 음악과 예능을 넘나드는 육각형 아이돌은 많다. 그러나 자신을 '팀'이라고 부르는 가수는 정세운이 유일하다. 정세운은 '팀 정세운'을 만든 이유에 대해 "살기 위해서"라고 농담하다가도 "좀 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다. 소중한 기회를 '현타'로 놓치면 아깝지 않나. 물론 유독 어떤 멤버가 더 진한 날도 있고,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하는 날도 있지만, 계속 도전하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팀 정세운은 언뜻 농담 같은 말이지만, 그의 진중함이 담겨 있는 핵심 시스템인 것이다. 정세운이 조화로운 '싱어송라이돌'이 될 수 있었던 건 두 번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으로 단단해진 성정, 주어진 상황에 빠르게 녹아드는 적응력, 그리고 늘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정세운의 유연하고 우직한 성격이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그가 영입할 '팀 정세운'의 새로운 다음 멤버가 궁금해진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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