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교 총격 현장서 몸 던져 학생 지킨 ‘교장 영웅’

부상 무릅쓰고 총격범 막아선 마르버그, 수술 후 병원 회복 중
공안 당국, “추가 피해 막는 데 중대한 역할”

4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아이오와주 페리시 주민과 학생들이 이날 페리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숨진 중학생을 추모하고 있다. 이날은 새해 첫 등교일이었다. 페리 AFP=연합뉴스

미국 아이오와주 한 고등학교의 새해 첫 등교일에 벌어진 총격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키느라 위험을 무릅쓴 교장 선생님이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공공안전부는 “페리 고등학교의 댄 마르버거 교장이 총격 사건 당시 이타적으로 행동했으며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밝혔다. 공안부 대변인은 이 지역구에서 1995년부터 교장으로 재직한 마르버거 교장이 총격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있어서 “꽤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마르버거 교장은 사건 당시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현재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4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아이오와주 페리의 페리 고등학교에서 법 집행관들이 상황을 살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장 증언과 미담도 잇따르고 있다. 마르버거 교장의 딸 클레어는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장이) 총격범을 진정시키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하면서 학생들이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썼다. 이어 부친의 평소 모습을 ‘온화한 거인’(gentle giant)이라고 묘사하면서 “학생들을 지키려 한 행동이 놀랍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총격범에 대해 듣자마자 아빠가 학생과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위험에 빠뜨렸을 것이기 때문에 그가 희생자 중 한 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심정을 회상하기도 했다. 클라크 윅스 교육감도 마르버거 교장을 ‘영웅’이라고 말하며 다른 교직원들도 영웅적으로 행동했다고 강조했다. 윅스 교육감은 다친 학생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겨 준 옆 중학교의 아담 젠슨 교감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들이 이타적 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총격 사건으로 옆 중학교에 다니던 11살 학생이 숨졌으며, 마르버거 교장을 비롯해 교직원 2명·10대 학생 4명 등 모두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 측은 당초 부상자를 5명으로 집계했으나 이날 조사 과정에서 교직원 2명이 추가로 다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총격 피의자는 이 학교에 다니던 17살 딜런 버틀러로, 그는 범행을 저지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이었던 버틀러가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변인의 증언이 나온 가운데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