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사태 이후 첫 메시지는 尹 정부 비판 “이나라 민주주의 위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축사 대부분 정부 비판에 할애… 입원 치료 중인 李 대신해 고민정 대독
한동훈은 총선 앞두고 ‘호남 끌어안기’ 메시지… 한 자리 모인 여야 전·현직 인사들, “증오 정치 종결해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이재명 대표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민주주의도, 민생경제도, 한반도 평화도 모두 붕괴 위기”라며 피습 사태 이후 내놓은 첫 메시지를 윤석열 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민생경제와 남북 관계가 모두 위기입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대중 대통령의 이 말씀은 마치 오늘의 현실을 질타하는 것 같다. 15년 세월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또다시 3대 위기에 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일정 중 발생한 피습 사태 이후 내놓은 첫 메시지다. 그는 당초 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으로 이번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서울대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관계로 불참했다.

지난 2일 부산 방문 중 피습 당해 쓰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 대표가 내놓은 축사 메시지 대부분은 윤석열 정부 비판에 쏠려 있었다. 그는 “지난 1년 7개월 언론탄압과 노동탄압이 되살아났다”면서 “표현의 자유도, 집회·시위의 자유도 제한됐고 정당한 권력 감시도, 견제와 균형도 불가능해졌다”며 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경제위기 때보다 낮은 역대 최저 성장률, 서민과 취약계층의 경제적 고통은 삶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평화와 안보가 가장 중요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군사합의를 스스로 깨트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역사의 소명을 상기하며, 우리가 화답해야 할 때”라며 “‘민주주의는 언젠가는 온다. 행동하는 양심이 돼 달라’는 김 전 대통령의 말에 실천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호남 끌어안기에 나섰다. 기념식에 참석한 한 위원장은 축사에서 “(국민의 정부) 당시 저희 집에서도 금 모으기 운동에 줄을 서서 동참했다. 지역과 진영에 상관없이 정말 이 나라가 하나가 된 굉장한 경험이었다”며 “지금 이 나라에 꼭 필요한 화합과 공감의 경험을 그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모든 국민들과 함께 해내셨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우리 국민의힘은 그리고 저는 바로 그 마음으로 호남에서도, 영남에서도 지금보다도 훨씬 더 열심히 하겠다. 지금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계셨다면 ‘꼭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앞서 지난 4일 광주를 찾아 호남 표심에 구애하며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 위원장은 “5·18 정신은 헌법 정신에 정확히 부합한다”며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대한 동의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기념식에 참석한 전·현직 여야 인사들은 이 대표 피습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증오의 정치’를 종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적대 보복의 정치, 극도로 편협한 이념의 정치로 국민 통합도 더 멀어졌다”며 “정치가 다시 희망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마주한 위기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처럼 우리는 또다시 민주주의, 민생경제, 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무엇보다도 정치가 나라와 국민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불신과 무책임, 증오와 적대감이 만연해있다”고 비판하면서 “증오와 적대감을 화해와 평화로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정치는 김 대통령이 선구한 그 길을 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며 “대립과 반모, 편 가르기, 분열, 과거의 수렁에 빠져 의회주의가 살아있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구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