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총선 앞둔 지방의원 ‘눈치 게임’ 본격화

한준성 2024. 1. 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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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여야 주자들의 공천 경쟁이 본격화 된 가운데 충북지역 전·현직 지방의원들의 '눈치 게임'도 시작됐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모두 국회의원 공천을 받는 자가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사실상 해당 지역을 진두지휘 하게 되고, 차기 지방선거 공천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예비후보가 여럿이고 공천 결과가 예상되지 않는 선거구의 전·현직 지방의원은 어느 쪽에 줄을 서야 이득일지 고심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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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총선 후보, 사실상 차기 지방선거 공천권 휘둘러
최근 여론조사 결과 공개 등 ‘누가 황금 동아줄’ 고심 커
‘줄서기 정치’ 부추기는 지방자치제도 ‘안타까운 현실’

[아이뉴스24 한준성 기자]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여야 주자들의 공천 경쟁이 본격화 된 가운데 충북지역 전·현직 지방의원들의 ‘눈치 게임’도 시작됐다. 과연 누가 공천장을 거머쥘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이다.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총선 예비후보들은 지역에서 세력을 이루고 있는 아군을 한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전·현직 지방의원과 접촉하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관계는 각 당에서 공천이 마무리되면 뒤바뀐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모두 국회의원 공천을 받는 자가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사실상 해당 지역을 진두지휘 하게 되고, 차기 지방선거 공천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기표 도장. [사진=뉴시스]

경선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구의 지방의원들은 예비후보와 함께 원팀을 꾸려 순탄한 본선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예비후보가 여럿이고 공천 결과가 예상되지 않는 선거구의 전·현직 지방의원은 어느 쪽에 줄을 서야 이득일지 고심하는 모양새다.

얼마 전 같은 당, 같은 선거구의 두 예비후보의 출마 선언 기자회견이 30분 격차로 진행됐는데 해당 지역 지방의원들은 두 기자회견 모두 단상에 서서 후보자 곁을 지키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방의원들의 고심은 지난 2일 KBS 청주방송총국의 여론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더욱 심해진 모습이다.

그동안 예비후보 이름값과 이력으로만 총선 경쟁력이 측정된 상황에서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수치화된 지지율이 나온 까닭이다.

6·1 지방선거에서 12대 충북도의원 35명이 선출된 가운데 도의회 사무처 직원이 당선자들에게 나눠줄 의원 배지를 정리하고 있다. 2022. 06. 09. [사진=충북도의회]

현역 국회의원 강세가 뚜렷한 가운데 기존 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후보군의 지지율이 높게 나왔고, 화려한 스펙의 정치신인들이 고전하면서 어떤 줄이 ‘황금 동아줄’인지 판가름하기 더욱 힘들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태세 전환을 한 지방의원들도 여럿 있다고 한다.

특정 후보와 동향이라며 물심양면 돕던 A지방의원은 여론조사 이후 반대편 선거캠프에 연락해 ‘행사가 있으면 알려달라,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B지방의원도 지지율이 높게 나온 선거캠프에 ‘지역 행사가 있는데 같이 가자’는 연락을 취했다고도 한다.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처음 선거를 준비할 당시 선을 그으며 우리와는 함께 할 수 없겠다고 하며 전화도 잘 안 받던 분이 (여론 조사) 결과를 보고 도움을 주고 싶다며 만나자는 전화를 하루에도 몇 통씩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방의원들에게 이 문제는 ‘단순히 누굴 지지하고 돕는다’가 아닌, 정치생명을 좌우할 중차대한 사안이다.

지방의원 C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인사가 지금 (총선) 공천을 받을 확률이 희박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분위기 좋은 쪽으로 가고 싶지만, 의리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중립을 선언했다는 D지방의원은 “중립 선언 이후 여기저기서 ‘간’을 보는 것 아니냐는 욕을 먹는다”며 “내 경쟁자가 될지 모르는 사람이 한쪽에 몸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이고, 도통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국회의원 배지. [사진=뉴시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E씨는 “캠프 구성부터 나서서 예비후보를 돕고 있다”며 “내가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데 잘되면 다음 지방선거 때 나를 버리진 않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줄서기 정치는 결국 지방자치제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한 정가 관계자는 “현역 지방의원이나 이를 꿈꾸는 사람들이 자신이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필하고 그를 통해 주민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공천을 위해 줄부터 서는 상황”이라며 “이런 과정 속에 진짜 일을 잘할 것 같던 사람이 걸러지는 모습도 여럿 봐왔는데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청주=한준성 기자(fanyk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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