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어록 인용한 한동훈·이재명… 메시지는 달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김대중(DJ)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지금 이 나라에 꼭 필요한 화합과 공감의 경험을 김대중 대통령께서 모든 국민들과 함께 해내셨다”며 “국민의힘과 저는 바로 그 마음으로 호남에서도 영남에서도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고민정 의원이 대독한 축사에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를 우리 손으로 지키자”며 “우리가 하나가 될 때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는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모두 김 전 대통령의 어록을 인용하며 ‘DJ정신’ 계승을 강조했지만, 방향은 다소 달랐다.
한 위원장은 “저는 여당인 국민의힘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온 것이기도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온 것이기도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저는 90년대 대학을 다녔는데 그때 김대중 대통령의 새 정부가 미증유의 경제 위기 속에서 출발했었다”며 “나라의 존망을 걱정할 정도로 어려운 여건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특유의 뚝심과 지혜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저희 집에서도 금 모으기 운동에 길게 줄을 서 동참했었는데 지역과 진영에 상관없이 정말 이 나라가 하나 되는 굉장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한 ‘통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영호남에서 일하겠다며 “지금 김대중 대통령이 계셨다면 꼭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계셨기에 이 위대한 나라가 더 자유로워지고 더 평등해 졌다고 생각한다”며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어록 중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피습 사건으로 서울대병원에서 회복 중인 이재명 대표는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고민정 의원이 축사를 대신 낭독했다.
이 대표는 축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두 달 전까지 ‘민주주의와 민생, 남북관계와 평화가 후퇴하고 있다. 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15년 세월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또다시 3대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년 7개월 언론탄압과 노동탄압이 되살아났고 표현의 자유, 집회 시위의 자유도 제한됐다”며 “정당한 권력 감시도 견제와 균형도 불가능해졌다. 한반도 긴장감은 나날이 고조된다”고 했다. 현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이 했던 ‘민주주의는 싸우는 자, 지키는 자의 것이다. 싸우지도 않고 지키지도 않고 하늘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려선 안 된다. 민주주의는 언젠가 온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하면 빨리 오고 외면하면 늦게 온다. 행동하는 양심이 돼 달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어 “김 대통령이 했던 ‘행동하는 양심이 돼 달라’는 말씀의 실천으로 응답해야 한다”며 “우리 각자 이 말씀을 가슴에 품고 현실을 바꿔 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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