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경력은 없지만…KBO 최초 98년생 외인, 노시환도 느낌 왔다 "배트 스피드 엄청나"
[OSEN=이상학 기자] “제가 외국인 타자를 잘 보는데…”
지난해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노시환(24·한화)은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의 타격 영상을 보곤 느낌이 팍 왔다. 2019년 프로 입단 후 여러 외국인 타자들과 함께한 노시환은 잘할 것 같은 선수와 그렇지 않을 선수를 잘 보는 ‘눈썰미’로 팀 내에서 인정받고 있다.
아직 페라자를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영상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모양이었다. 노시환은 “페라자가 잘할 것 같다. 배트 스피드가 굉장히 빠르다. 스윙이 짧게 나오면서 맞는 순간까지 속도가 엄청나다”며 “공을 맞힐 때 임팩트도 강하게 준다. 공을 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고 기대했다.
한화는 지난해 외국인 타자 농사가 대흉작이었다. 거포로 기대한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22경기 타율 1할2푼5리(80타수 10안타) 무홈런 8타점 OPS .337로 극도의 부진 끝에 방출됐고, 대체 선수 닉 윌리엄스는 68경기 타율 2할4푼4리(258타수 63안타) 9홈런 45타점 OPS .678로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빠른 공에 대한 약점이 뚜렷했다. 외야 수비도 불안했다.
외국인 타자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화는 발 빠르게 움직였고, 지난해 11월19일 베네수엘라 출신 스위치히터 외야수 페라자를 일찌감치 영입했다.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로 KBO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를 꽉 채웠다.
그 흔한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다. 지난 5일까지 계약한 2024년 KBO 외국인 선수 27명 중 메이저리그 출장 기록이 없는 선수는 페라자와 멜 로하스 주니어(KT) 둘뿐이다. 로하스는 2020년 KBO MVP 출신으로 일본프로야구도 2년 경험했지만 페라자는 아시아 무대가 처음이다.
경력이 화려하거나 경험이 풍부한 빅네임 선수는 아니지만 KBO리그 최초 1998년생 외국인 선수다. 11월생이라 아직 만으로 25세에 불과한 젊음이 페라자의 최대 강점이다.
17살이었던 지난 2015년 8월 시카고 컵스가 계약금 130만 달러에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할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은 페라자는 마이너리그에서 쭉 성장 과정을 밟았다. 특히 지난해 컵스 산하 트리플A 아이오와에서 121경기 타율 2할8푼4리(461타수 131안타) 23홈런 85타점 100득점 76볼넷 119삼진 13도루 출루율 .389 장타율 .534 OPS .922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메이저리그 데뷔가 임박해 보였지만 외야 자원이 풍부한 컵스에선 기회가 없었다. 내야에서 외야로 포지션을 바꾼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수비에 약점이 있었고, 시즌 후 마이너 FA로 풀렸다. 이에 한화가 빠르게 접촉해 100만 달러로 낚아챘다.
노시환 말대로 페라자는 배트 스피드가 빠르다. 175cm, 88kg으로 키는 작지만 온몸이 근육으로 다져져 있다. 단단한 근육질 몸매에서 나오는 스윙이 날카롭다. 강한 손목 힘과 빠른 배트 스피드로 라인드라이브 타구 생산에 능한 중장거리 타자로 장타력도 점점 좋아지는 추세. 미국보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떨어지는 KBO리그에선 장타형 타자로 발전할 수 있다.
또 하나 기대되는 부분은 강렬한 에너지. 열정적인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다. 그동안 얌전한 성격의 외국인 타자들이 많았던 한화는 페라자의 이런 에너지도 눈여겨봤다. 한화 주장 채은성도 “외국인 타자는 와서 적응하는 게 중요한데 페라자는 활기차고 파이팅 있어 보인다. 조용한 친구보다 활발한 친구가 적응도 빠르다. 그런 점에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외국인 타자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페라자의 경우 외야 수비에 대한 물음표도 지워야 한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성공을 향한 동기 부여가 분명하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가질 만하다. 가장 최근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까지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를 거쳐 좋은 대우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페라자도 이들처럼 한국에서 성장해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어한다.
지난해 11월22일 베네수엘라 일간지 ‘울티마스 노티시아스’와 인터뷰에서 페라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겠다는 목표를 잃지 않았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간다. 이곳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면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다. 한국에 간다고 해서 메이저리그 꿈을 포기한 게 아니다. 그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목적이 뚜렷하면 할수록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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