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으로 돌아온 시원한 액션 《외계+인 2부》
전편의 ‘떡밥’들 회수되니 재미와 스펙터클함 극대화
(시사저널=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전편의 부진을 디딤돌 삼은 도약이 될 수 있을까. 2022년 7월 개봉했던 《외계+인》이 2부로 돌아왔다. 그사이 속편을 새로 찍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연이어 촬영한 분량을 2부로 나눠 개봉한 사례다. 촬영에만 총 387일. 한국 영화로는 가장 긴 프로덕션 기간이다. 지구를 손에 넣으려는 외계인들이 당도한 2022년 서울과 630년 전 고려시대를 오가는 모험 활극은 이제야 반쪽이 아닌 온전한 모습으로 공개를 맞게 됐다.
전편이 154만 관객의 선택을 받으며 극장가에서 아쉬운 퇴장을 해야 했기에 2부를 선보이는 제작진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1년 반 만에 공개된 2부는 감독부터 배우들 모두가 왜 입을 모아 "빨리 완성본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을 언급했는지 수긍이 가는 구석이 있다. 1부가 이리저리 꼬아둔 미스터리의 매듭이라면, 2부에서는 모든 것이 풀리며 해갈의 재미를 안긴다.
모든 미스터리의 퍼즐이 맞춰진다
"1부를 개봉한 후 많이 힘들었다.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됐을까'를 많이 물어봤다.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사람들이 반이었고, 너무 파격적이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고민했지만 답을 찾진 못했다. 2부를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어서 여러 편집본을 만들며 작업했다." 《외계+인 2부》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최동훈 감독은 눈물을 보이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범죄의 재구성》(2004년, 212만 명)부터 《타짜》(2006년, 684만 명), 《전우치》(2009년, 613만 명), 《도둑들》(2012년, 1298만 명), 《암살》(2015년, 1270만 명)까지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는 화려한 기록을 세웠던 그는 《외계+인 1부》로 처음 쓴맛을 봤다. 총 제작비 700억원대 초대형 블록버스터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2부가 절치부심의 기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초 예상보다 더 긴 중간 공백을 가지고 속편을 선보이게 된 것 역시 막판까지 편집을 놓지 않으면서 극장가에 나서는 최적의 타이밍까지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2부에서는 민개인(이하늬)의 첫 등장 신을 재촬영하기도 했다.
다행히 판세를 뒤집기에는 나쁘지 않은 때다. 극장가에선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된 1부가 OTT에서 공개된 이후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과 함께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재평가됐기 때문이다. 천만 관객을 이미 돌파한 《서울의 봄》과 순항 중인 《노량: 죽음의 바다》를 필두로 연말부터 한국 영화에 흥행 순풍이 다시 불고 있는 것 역시 호재다.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로 이미 판타지 액션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외계+인》은 그보다 한층 방대한 상상력을 아우른다. 외계 생명체들이 오래전부터 인간의 뇌 속에 죄수를 가둬왔고, 지구에서 그들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은 이들이 존재한다는 세계관이다. 2022년의 서울과 630년 전 고려시대를 오가며 벌어지는 소동은 지구의 대기를 바꾸는 '하바'의 폭발을 막기 위한 사투로 이어진다. 1부에서 차원의 문을 통해 과거로 날아가 갇힌 이안(김태리)이 미래로 돌아가기 위해 신묘한 힘을 지닌 신검을 찾는 사이, 도사 무륵(류준열) 등 다른 인물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신검을 쫓는다.
두 편으로 나뉜 덕에 1부는 인물과 배경 소개만 펼치다 마무리된 구조적 한계를 보였다. 그 가운데 도술을 기본으로 한 무협 사극, 시간을 잇는 차원의 문, 외계 생명체와 비행선을 중심으로 한 SF 액션까지, 섞이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것들이 한데 모여 발휘되는 희한한 활력 정도를 경험할 수 있었다. 2부에서는 1부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모든 비밀이 풀린다. 현재와 과거로 따로 떨어진 듯한 줄기가 하나로 모이며 모든 '떡밥'이 회수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재미. 적은 분량으로 등장했던 민개인의 정체가 밝혀지고, 모든 등장인물의 인연이 서로 어떻게 얽혀있는지 제시된다. 1부에 등장했던 주요 장면을 새로운 인물의 시점으로 다시 보여주면서 전체적인 설계 역시 다시 보인다. 이안과 무륵 사이에는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반전이 존재하기도 한다.
해학적 태도 돋보이는 '한국형 어벤져스'
《타짜》 《도둑들》 등 그간의 작품에서 개성 강한 여러 플레이어의 개별 장기와 팀플레이를 능수능란하게 그려냈던 최동훈 감독의 장기는 2부에 이르러 한층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시공간을 쉴 새 없이 넘나들며 수많은 인물을 보여주지만 각각의 캐릭터성과 매력을 보여주는 솜씨는 일목요연하다. 삼각산의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콤비가 한층 더 찰진 코믹함을 선보이는 사이, 밀본의 자장(김의성)에게 복수심을 품고 있는 맹인 자객 능파(진선규)의 합류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서는 《범죄의 재구성》의 쌍둥이 형제, 《암살》의 옥윤(전지현) 쌍둥이 자매, 《전우치》의 도술 등 주체의 분신(分身)을 다루는 게 언제나 중요했으나 이번만큼은 서사와 연결한 특정한 의미가 발생하는 것 같지는 않다. 같은 모습으로 복제될 수 있는 가드·썬더(김우빈), 2022년의 이안과 고려의 '천둥 쏘는 처자' 이안이 동일 인물이라는 설정 등이 등장하긴 하지만 극의 미스터리와 연결되진 않는다. 그보다는 부적으로 분신을 여럿 만들며 상대에게 혼란을 주는 청운의 비기(祕技) 정도로 제시되는 식이다.
실제로 《외계+인》은 외형적으로는 무협 액션과 SF를 만나게 하고, 내적으로는 해학적 태도를 갖춘 '한국형 어벤져스'를 꿈꾸는 듯 보인다. 전편에 이어 '21세기 뉴 타입 동방불패'를 연상케 하는 이안의 시원시원한 총격 액션, 헐렁함과 진지함 사이를 오가는 무륵의 도술, SF에 기반을 둔 가드·썬더의 액션까지 맞붙어 수놓는 장면들에는 고유한 세계관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활력이 넘친다. 모든 인물이 2022년으로 날아와 벌어지는 하이라이트 액션 신에서 이 같은 지향점은 두드러진다. 전속력으로 내달리는 화물열차의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대결은 1부와 2부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액션 신으로 꼽을 만하며, 클라이맥스에서 무륵부터 흑설까지 각각의 활약을 보여주며 흐르는 원 테이크는 야심 차다.
아쉬움이 전혀 없는 작품은 아니다. 애초에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세계관을 이리저리 퍼즐로 나눠두었던 트릭은 약간의 피로감을 동반하고,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의 눈에 액션의 고유성은 희미할 듯하다. 다만 《외계+인》은 의심할 바 없는 유희의 영화다. 모든 장면은 스펙터클한 시각적 체험과 아기자기한 재미를 위해 복무한다. 신선하고 거침없는 시도를 하나씩 밟아가며 발전해온 한국 영화의 2000년대를 떠올릴 때, 오직 재미와 대중성을 향한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새로운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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