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소녀 강간한 친부…소아성애 다룬 소설, 노벨상을 받다 [나쁜 책]
미국 작가 토니 모리슨은 그야말로 전설입니다. 나이 39세에 첫 소설을 냈는데 세계 최고 권위의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휩쓸었고, 23년 후인 62세에 노벨문학상 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입니다.
토니 모리슨 책 판매량은 1000만부로 추계됩니다. 평단과 대중이 함께 열광하는 행운을 누린 인물이지요. 토니 모리슨은 펜촉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20세기 최고의 작가입니다.
그런데 ‘소설가 토니 모리슨’을 언급할 때마다 논란이 불가피한 책이 한 권 있습니다. 그녀의 데뷔작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입니다. 영아살해, 근친상간, 소아성애가 한 권에 담긴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슬프고도 찬란한 이 소설을 여행합니다.
불행한 사람들만 모여 지내는 하류층의 거리에서도, 피콜라네 가정은 악명이 높았습니다. 피콜라의 친부 촐리 때문이었습니다. 촐리는 늘 만취해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피콜라가 클라우디아 집에 위탁된 이유도 아빠 촐리가 집에 불을 지르고 체포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상처로 가득한 피콜라를 클라우디아는 연민합니다. 사실 두 소녀의 처지는 비슷했습니다. 궁핍한 부모는 매일 서로를 죽일 듯이 싸워댔으니까요. 소설엔 우울한 소녀들의 하루가 묘사됩니다.
클라우디아와 피콜라는 예뻐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고민합니다.
예뼈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건 바로 ‘푸른 눈’이었습니다. 백인 소녀들이 가진, 보석처럼 박힌 두 개의 푸른 눈이었습니다. ‘푸른 눈동자’를 가질 수만 있다면 모두가 백인 소녀를 예뻐하는 것처럼 자신들도 어른들에게서 사랑받을 테니까요.
‘못생긴’ 검은 피부를 상쇄할 세상에서 가장 푸른 눈(제목 ‘The Bluest Eye’)을 달라고 피콜라는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아직 이름도 잘 모르는 신(神)에게 빌면서 말입니다.
◎ 피콜라는 세상을 보고, 세상을 담는 자신의 눈이 지금과는 달리 아름다웠다면, 자신은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피콜라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푸른 눈을 달라고 기도했다. 일 년 동안 아주 열정적으로 기도했다. 다소 낙심하긴 했지만 희망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처럼 멋진 일이 벌어지는 데는 기나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60쪽)
슬럼가 소녀들은 성적으로 유린당합니다. 동네 아저씨 방엔 포르노 잡지가 가득했습니다. 매너가 좋았던 아저씨는 소녀의 몸을 만집니다.
심지어 흑인 소녀들이 만나는 동네 젊은 여성들도 대부분 매춘부였습니다. 예상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소녀들 역시 몇 년 안에 별로 다를 바 없는 운명을 따라갈 처지였습니다.
그는 삶이 지켜내야 할 최소한의 가치조차 학습하지 못한 금수였으니까요. 촐리는 이제 막 월경을 시작한 어린 딸에게 다가갑니다.
(※작가 토니 모리슨은 소설 ‘가장 푸른 눈’의 핵심이 되는 저 장면을 딱 2페이지에 걸쳐 기술하는데, 촐리의 얼굴이 상상되어 토악질이 나올 정도여서 옮겨 쓰진 않겠습니다.)
깨어난 피콜라는 친모 폴린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지요. 그런데 어린 딸을 지켜야 했던 엄마는,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피콜라를 심하게 구타합니다.
불쌍한 소녀 피콜라는 ‘정신분열’을 일으킵니다.
피콜라의 마음에는, 정말이지 단 하나의 목표만 남겨집니다. 바로 ‘푸른 눈’ 말입니다.
그토록 갈망했던 푸른 눈만 가질 수 있다면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리란 마지막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피콜라는 광고 전단을 보고, 정신이 성치 않은 남성 점술가(영매)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게 자신이 푸른 눈을 가질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피콜라가 만난 그 자식은, 하필 또 ‘소아 성애자’였네요. 피콜라는 ‘가장 푸른 눈’을 가질 수 있을까요.
토니 모리슨이 1973년 발표한 두 번째 소설 ‘술라(Sula)’가 미국 최고 권위 전미도서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그녀는 문학적 가능성을 인정 받았고, 1977년 세 번째 소설 ‘솔로몬의 노래’가 결국 전미도서상을 받아내 그녀는 동시대 미국 대표 작가로 도약합니다.
남들은 일생에 한 번 받기도 어려운 상을 첫 소설을 출간한 지 7~8년 만에 받은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기적조차도, 토니 모리슨이란 작가의 작은 출발에 불과했습니다.
토니 모리슨은 1987년 소설 ‘빌러비드(Beloved·사랑받은 사람)’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1993년 결국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됩니다. 당시 그의 나이 62세였습니다.
토니 모리슨의 문학적 영예 이면에서, 그녀의 첫 번째 소설 ‘가장 푸른 눈’ 논쟁은 미국사회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1998년 미국 메릴랜드주 일부 학부모는 ‘가장 푸른 눈’을 “음란한 소설”이라며 문제 삼았습니다. “근친상간과 소아성애 소재의 책은 도서관에서 퇴출당해야 한다”는 이유였지요. 1999년 뉴햄프셔주 고등학교에선 ‘가장 푸른 눈’을 “학생들의 독서목록에서 삭제하라”는 요청이 폭주했습니다. ‘노벨문학상 작가가 쓴 음란소설’이란 ‘딱지’가 토니 모리슨 이름에 낙인처럼 찍혔습니다.
미국 도서관 최대 연합체 ‘미국도서관협회(ALA)’ 집계에 따르면 ‘가장 푸른 눈’은 1990~1999년 대출 및 커리큘럼 폐지 요구 순위에서 100개의 책 중 34위에 올랐습니다. 2000~2009년에는 15위, 2010~2019년에는 10위를 차지하더니 2022년 순위에선 3위를 차지했습니다(2023년 9월 발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최고 소설가의 ‘음란서적’이란 꼬리표, 이것이 ‘가장 푸른 눈’을 둘러싼 미국사회의 금서 논쟁 전말입니다.
‘가장 푸른 눈’은 흑인 소녀 피콜라가 겪은 성폭력의 비극만이 주제는 아닙니다. ‘가해자인 부모 촐리와 폴린이 겪은 피학의 세계’까지 동시에 다룹니다. 세상에 던져진 피콜라의 삶을 추적하면서 동시에 피콜라를 잉태한 부모가 겪었던 세상의 폭력을 함께 전시하지요.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폭력이 유산처럼 상속되는 흑인사회 악의 연대기’에 가깝습니다. 그건 흑인사회를 살았던 흑인 토니 모리슨만이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생아’ 촐리가 자라 생부를 찾아갔을 때, 생부는 자초지종을 듣지도 않고 말합니다. “그년에게 돈을 돌려준다고 말해. 이제 내 앞에서 썩 꺼져.”(186쪽) 그 여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말이지요.
② 피콜라의 엄마 폴린도 한때는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가혹했습니다. 피콜라를 출산하던 날, 폴린은 존엄한 인간이 아니라 마치 ‘암말’과 같은 짐승이었습니다.
백인 여자를 살갑게 대했던 산부인과 의사는, 수술대에 누운 폴린을 보며 후배들에게 말했습니다. “흑인 여성은 고통없이 출산한다. 마치 ‘암말’처럼.” 이건 세상이 흑인 여성을 대하는 절대적인 방정식이었습니다.
다만 토니 모리슨의 이 소설은, 촐리와 폴린이 가정과 사회로부터의 유대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랐음을 간파합니다. 저 둘은 폭력을 유산처럼 피콜라에게 이식하고 있는 겁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 결과, 결국 소녀 피콜라의 신체적·정신적 죽음이라는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그건 사회가 흑인을 바라보는 차가운(차가웠던) 시선에서 기인합니다. ‘검은 건 추하고, 하얀 건 미적이다’라는 미추(美醜)의 오류가 흑인 소녀의 마음에서 씨앗처럼 자라난 것이지요.
세계가 흑인에게 가했던 차별의 역사 때문입니다. 자아와 타자 ‘겹눈의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이것이 흑인의 뿌리 깊은 이중의식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우리가, 우리는 흑인이 아닌 황인이라는 이유로 피부색에 위계를 적용하여, ‘황인은 흑인보다는 좀 더 미적이고, 백인보다는 약간 추하다(덜 미적이다)’라고 한다면 이 논리가 합당할까요. 전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저 보이지 않는 ‘색안경’을 끼고 살지 않던가요.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타인의 눈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규정하려는 어리석음 말입니다.
토니 모리슨은 그 지점에서 흑인(인간)의 뿌리 깊은 이중적 시선, 즉 이중의식을 발견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건 흑인‘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토니 모리슨 소설 ‘가장 푸른 눈’이 이룩한 눈부신 성취입니다.
토니 모리슨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30년이 흐른 현재까지, 여성 작가 9명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92년간 7명이었다가 30년간 9명이니, 노벨문학상을 운영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이었는지를 말해주지요. (물론 한림원도 변화하는 중이란 증거이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저 17인의 여성 노벨문학상 작가 중에서 ‘흑인’은 토니 모리슨 딱 한 명입니다. 토니 모리슨은 노벨상 123년 역사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흑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두 번째 ‘토니 모리슨’은 언제쯤 우리에게 얼굴을 보여줄까요?
젊은 흑인 여성 작가 중에선 ‘절반의 태양’ ‘숨통’ ‘보라색 히비스커스’를 쓴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1977년생), ‘하얀 이빨’ ‘타인들의 책’을 쓴 제이디 스미스(1975년생, 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를 둔 혼혈)가 유력합니다. 하지만 두 작가는 아직 40대여서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겁니다.
따라서 토니 모리슨은 유일한 ‘흑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우리에게 오래 기억될 겁니다.
토니 모리슨은 노벨문학상, 전미도서상, 퓰리처상, 미국 자유의 메달 등 ‘작가’로서 받을 수 있는 전 세계 상은 전부 휩쓸었습니다. 아울러 미국 프린스턴대학 강의실에서 오랜 기간 학생들을 가르칠 만큼 영예와 권위를 가진 학자였습니다. 그러나 거장(巨匠) 토니 모리슨의 작가적 출발은 아주 작은 테이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두 아들의 엄마였던 토니 모리슨은 결혼 6년 만에 이혼했습니다. 두 아들을 먹이고 재울 돈이 필요했던 토니 모리슨은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그녀는 ‘흑인들의 하버드’로 불리는 하워드대를 졸업했고, 탁월한 언어적 능력을 가진 출판사 직원이었지만, 그 시절의 그녀는 누구보다도 ‘엄마’였고 또 생활의 최전선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직장인’이었습니다.
토니 모리슨은 훗날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썼던 첫 소설이 바로 ‘가장 푸른 눈’이었지요.
토니 모리슨의 문학은 ‘최정상 문학의 나침반은, 언제나 바로 자기 옆의 소외당한 사람들의 자리를 향한다’는 명징한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위대한 문학은 이처럼 아주 작은 개인사가 세계사적 보편성을 획득할 때 완성됩니다.
※다음주에는 타슬리마 나스린 ‘LAJJA’을 다룹니다. 종교분쟁과 인종학살을 다룬, 방글라데시 최악의 금서입니다. 국내 미번역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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