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양규가 주인공? 최수종 못지않은 지승현의 존재감('고려거란전쟁')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1. 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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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연인> 에서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던 찌질남이었던 지승현은 KBS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 에서 통쾌한 승리의 화신으로 떡상했다.

<고려 거란 전쟁> 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역시 강감찬이고, 그가 벌이는 귀주대첩은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고려 거란 전쟁> 에서 양규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또다시 칼을 든 지승현의 모습은 과연 같은 배우가 맞나 싶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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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양규앓이 지승현 ‘연인’의 찌질남 어디 갔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MBC 드라마 <연인>에서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던 찌질남이었던 지승현은 KBS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에서 통쾌한 승리의 화신으로 떡상했다. 그가 등장하면 어딘가 든든해진다. 적은 숫자의 군사를 이끌지만 반드시 승리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겨난다. 서북면 도순검사 양규라는 독보적인 장수의 캐릭터를 입어서다. 이쯤 되면 <고려 거란 전쟁>의 주인공은 양규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존재감이다.

이같은 '양규앓이'의 시작은 이 사극이 맨 먼저 선보인 흥화진에서 벌어진 거란과의 전투를 통해서다. 마치 별처럼 쏟아져내리는 적이 쏘아올린 불화살과 불덩어리 앞에서 마치 홀로 그것과 싸우겠다는 듯 노려보는 양규의 모습은 향후 이 인물이 써나갈 무용담의 서막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흥화진 전투에서 그는 활을 쏘고, 맹화유를 퍼붓고 함마갱에 적들을 유인해 빠뜨리는 전술로 40만 거란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흥화진을 지켜냈다.

하지만 그 후로 거란과의 전쟁에는 승리보다는 안타까운 패배의 소식들이 이어진다. 물론 강감찬(최수종)이 거짓 친조를 통해 시간을 벌게 함으로써 서경을 지켜내는 서사가 등장하지만, 백전백승의 지채문(한재영)이 거란군에게 패했다는 소식에 도순검사 탁사정(조상기)이 서경을 버리고 도망치고 지채문을 구하러 나섰던 대도수(이재구)마저 적에게 붙잡히면서 서경은 함락된다. 개경까지 밀어닥친 거란군에 의해 결국 현종(김동준)은 몽진을 하지만 지방의 호족들은 오히려 현종을 붙잡아 거란황제에게 바치려는 배신을 일삼는다.

이러니 <고려 거란 전쟁>의 답답한 전쟁 양상에 시원한 승전보를 알리는 인물은 양규 뿐이다. 그는 흥화진에서의 승리에 머물지 않고 단 1,700명의 군사로 거란군의 보급 거점으로 활용되던 곽주성을 탈환하며, 도주하는 거란군들을 섬멸하는 통쾌한 승전보를 계속 들려준다. 이것은 드라마가 극적으로 구성한 게 아니라 실제 역사로 남겨진 사실이다. 즉 드라마가 양규라는 인물을 제대로 재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감찬이 소배압(김준배)을 만나 철군을 설득하려 하지만, 결국 야율분노(이상홍)에게 붙잡혀 갖은 고문을 당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마음은 또 한번 양규에게로 기울어진다. 양규와 그를 따르는 김숙흥(주연우)이 귀주 협곡에 군사들을 매복시켜 거란군 본군을 섬멸하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러니 양규앓이를 안 할 수 있을까.

<고려 거란 전쟁>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역시 강감찬이고, 그가 벌이는 귀주대첩은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게릴라 전투를 통해 양규가 전해오는 승전보들은 그 최종전인 귀주대첩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지치지 않고 드라마를 바라보게 해준다.

양규 역할을 했던 지승현은 종영한 사극 <연인>에서도 조선의 무관 역할을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작품에서 구원무라는 인물은 끝내 보수적인 조선의 사고관에 묶여 청나라에 끌려간 부인인 유길채(안은진)를 외면하는 답답한 캐릭터였다. 그래서인지 <고려 거란 전쟁>에서 양규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또다시 칼을 든 지승현의 모습은 과연 같은 배우가 맞나 싶은 느낌이다. 물론 좋은 캐릭터를 만난 것이지만, 다양한 작품으로 연기공력을 쌓아왔기에 잡을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을까. 양규앓이를 불러일으키고 드라마까지 살리고 있는 존재감이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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