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젬픽과 위고비, 자살 충동 위험과 무관”
당뇨병과 체중 감량을 위해 오젬픽이나 위고비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약을 복용하는 동안 자살 충동 위험이 높아질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새로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와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연구진의 리뷰 논문을 토대로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자금 지원을 받은 이 연구는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오젬픽, 체중 감량의 경우 위고비로 판매되는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한 사람과 같은 목적으로 다른 약물을 사용한 사람의 자살 충동 위험을 비교했다. 1억 건 이상의 환자 기록과 2만3000건 이상의 보고서가 담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FDA 부작용 보고 시스템(FAERS)'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것이다.
분석 대상에는 비만 환자 24만 명 이상과 제2형 당뇨병 환자 150만 명 이상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약을 시작한 지 6개월 이내, 이후 시간대에 자살 생각을 할 위험성을 살펴봤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의대의 룽 쉬 교수(생물의학정보학)는 지난 7월 유럽 규제당국이 세마글루타이드가 자살 충동을 야기한다는 우려에 대한 조사 착수 발표를 보고 미국 국립보건원(NHI) 산하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의 노라 볼코우 소장과 함께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FDA도 이번 주 오젬픽과 위고비를 포함한 여러 체중 감량 약물 사용자 사이에서 유사한 보고를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볼코우 소장은 "우리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GLP-1 수용체 표적이 아닌 약물을 복용한 환자보다 자살 충동이 더 낮은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GLP-1 수용체는 세마글루타이드가 표적으로 삼는 체내 물질이다.
체중 감량을 위해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하는 사람 가운데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자살 생각이 날 위험은 73%, 재발성 자살 생각을 할 위험은 56%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마글루타이드와 비교된 대조군 약물로는 부프로피온, 날트렉손, 오르리스타트, 토피라메이트, 펜터민 등이 포함됐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각각 64%, 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대조군 약물로는 인슐린, 메트포르민 및 DPP-4 및 SGLT-2억제제로 알려진 새로운 종류의 약물이 포함됐다.
지난 몇 년간 오젬픽과 위고비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오히려 약을 복용하는 동안 중독성 있는 행동이 감소했다는 보고가 많았다고 쉬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자살충동에 대한 유럽 규제당국의 조사와 덜 중독적인 행동에 대한 일화적인 보고가 상호 충돌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현재 수백만 명의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으며, 이와 유사한 약물(티르제파타이드)인 문자로와 젭바운드도 함께 처방되고 있다. 위장 마비와 같은 보다 심각한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보고도 나오고 있지만,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변비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위고비와 젭바운드에는 자살 충동 위험성 경고문이 달려있다. 같은 GLP-1 수용체 부류에 속하는 좀더 오래된 체중감량제 삭센다의 처방 정보 역시 환자들에게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이나 행동을 감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볼코우 소장은 또한 이전의 체중 감량 약물인 리모나반트(rimonabant)가 자살 충동 우려로 2008년 유럽 시장에서 철수했던 것에 대해선 "리모니반트가 겨냥하는 칸나비노이드 1형 수용체가 차단되게 되면 부정적 감정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격한 체중 감소의 영향이 "일부 사람들을 취약하게 만들 순 있다"면서도 세마글루타이드가 자살충동을 낮춰준다는 점에서 우울증의 잠재적 치료제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3-02672-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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