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가객’ 김광석이 사랑하는 이들 곁을 홀연히 떠난 지 28년이 흘렀다. 그의 죽음엔 여전히 물음표가 가득하고 많은 이들은 김광석의 이름과 그의 노래를 잊지 않고 있다.
1964년 대구에서 태어나 1984년 데뷔해 동물원의 보컬로 사랑 받은 김광석은 1989년부터는 솔로 가수로 훨훨 날았다. ‘그날들',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먼지가 되어’, ‘이등병의 편지’, ‘사랑이라는 이유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히트곡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1996년 1월 6일 향년 32세로 돌연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예상치 못한 헤어짐이라 현재까지도 고인의 사인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그의 노래가 2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 받고 있듯 고인의 사망 미스터리 역시 강한 의문부호가 남아 있다.
지난 2017년 10월,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김광석의 사망 전후 이야기를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5년 11월, 갑작스럽게 미국 이민을 준비했다가 뉴욕에서 당시 아내와 겪은 갈등,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죽음을 맞닥뜨린 그날의 이야기를 담았다.
1995년 11월, 김광석은 당시 매니저를 불러 음악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이민가겠다고 했다. 두 달 동안 집을 알아보겠다고 했던 그는 아내와 함께 뉴욕에 갔지만 10일 만에 좌절하고 말았다. 그때 쓴 일기에서 김광석은 "아내가 2일 밤이나 외박하고 첫 날은 공연 전 날인데 소식도 없이 나를 애태우게 했다. 경찰서에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아내가 낯선 남자들과 이틀 밤이나 술 마신 것에 대해 나에게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미국에서 딸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꿈꿨던 김광석은 크게 상처받았다고. 뉴욕에서 머물며 한 무대에 섰는데 이 때 영상을 본 지인들은 "이렇게 힘들게 노래하는 건 처음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일기에서도 아픔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김광석은 아내에 관해 "처음엔 화가 나고 참기 어려웠다. 한편으론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내 잘못이라곤 하지만 너무 힘들다"라고 표현했다. 반면 서해순 씨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다 같이 놀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광석은 한 달 만에 귀국했다. 그리고는 다시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다만 평소와 달리 머리카락을 직접 빡빡 밀었고 무대에서도 무겁게 노래했다. 하지만 자살 징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사망 전날인 1996년 1월 5일, 김광석은 박학기와 함께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 노래했다. 오후 8시쯤 녹화가 끝나 김광석은 '절친' 백창우를 만났고 팬클럽 회장에게 앞으로 활동 계획을 전화로 알리며 다음 날 오전 만나기로 했다.
이후 김광석은 귀가했고 결국 1월 6일 새벽 3시 30분쯤 자택에서 위중한 상태로 발견됐다. 전깃줄로 목을 맨 채 계단에 비스듬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자세였다고. 김광석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하늘의 별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당시 진술과 부검 소견서 등을 토대로 "사인은 질식사다. 누가 목을 조른 교사가 아닌 스스로 목을 매 죽은 의사로 판단된다. 누군가 그를 제압한 흔적이 없다. 체중이 끈에 실려서 목이 졸린 것으로 보인다"며 타살 흔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아직도 김광석의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목을 맨 채 계단에 비스듬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고인의 자세가 부자연스러우며 현장에 발견된 담배 두 종류를 토대로 누군가 그의 곁에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당시 그의 아내는 담배에 관해 "저는 안 피운 것 같은데 그 밤에 누가 오셨나?"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자신이 연출한 영화 ‘김광석’을 통해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그 용의자로 아내를 지목했다. 이에 김광석의 아내는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2017년 11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상호 기자는 4년간의 법정다툼 끝에 지난 2022년 1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았다. 다만 민사소송에선 패소해 배상금 1억 원을 물어줬다.
죽어서도 편치 못한 김광석이다. 타살 흔적은 없다지만 팬들은 여전히 의혹을 품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고인이 남기고 떠난 노래들에 더 많은 감정과 메시지가 실리는 느낌이다. 그렇게 28년이 흘렀고, 2024년 1월 6일에도 김광석의 노래는 진한 여운 속 울려 퍼지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