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준비됐다" 염경엽 감독은 참을 준비가 됐다, 고우석 후임이 맞고 흔들려도

신원철 기자 2024. 1. 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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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찬 ⓒ곽혜미 기자
▲ 유영찬 ⓒ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나는 준비됐다."

LG 염경엽 감독이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없는 시즌을 맞이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두 차례 국제대회 참가와 거기서 따라온 부상 탓에 전력에서 이탈한 시간이 길었던 고우석이지만, 그래도 올해는 부활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고우석이 포스팅 마감 직전 극적으로 샌디에이고와 계약하면서 염경엽 감독의 첫 번째 기대는 무산됐다. 이제 두 번째 기대, 후임 마무리 투수 유영찬에 관심이 쏠린다.

유영찬은 2020년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43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배명고와 건국대를 거쳐 LG에 입단했는데 사실 프로 지명 과정에서는 의문이 남았던 것도 사실이다. 건국대 시절 유영찬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취업을 앞둔 2019년 성적이 2승 2패 평균자책점 6.82에, 피안타율은 3할대였다. 입단 후에는 2020년 퓨처스리그를 뛰고 바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그랬더니 기적 같은 변화가 찾아왔다.

소집해제 후 첫 등판에서 갑자기 구속이 껑충 뛰었다. 유영찬은 지난해 5월 "군대(사회복무요원) 갔다 와서 첫 등판에 148㎞가 나왔다. 그 뒤로 캠프 보내고, 시범경기 뛰면서 150㎞까지 찍었다. 캠프에서 코치님과 하체 쓰는 훈련을 많이 했고, 지면을 잘 누르는 여러가지 훈련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전역 후에 여러 측정 장비를 사용했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 데뷔 첫 세이브 공을 전달받는 유영찬. ⓒ곽혜미 기자

염경엽 감독은 개막 첫 달부터 유영찬을 백승현과 함께 국가대표급 셋업맨 자질을 갖춘 선수라고 호평했다. 1군에서 보여준 것이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도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대로 유영찬은 1군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67경기에서 6승 3패 1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4로 활약했다. 고우석이 아시안게임에 출전을 위해 선수단을 떠나있던 9월 27일 데뷔 첫 세이브도 기록했다.

가장 돋보인 순간은 역시 한국시리즈다. 0-4를 5-4로 뒤집은 2차전에서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역시 역전 드라마였던 3차전도 2이닝을 틀어막았다. 우승을 결정한 5차전에서는 선발 케이시 켈리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을 책임졌다. 시리즈가 끝난 뒤에는 염경엽 감독이 선정한 '비공식 MVP'로 용돈 천 만원을 받았다.

여기서 보여준 담대한 투구가 염경엽 감독과 코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의 후임 마무리로 유영찬을 낙점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유영찬은)파워피처에 가까운 구속을 가졌다. 구속은 여기서 시속 1~2㎞ 정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포크볼 던지면서 완성도가 올라왔지만 캠프를 통해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더 잘 던지게 된다면 충분히 30세이브를 올릴 수 있다고 봤다. 마무리 투수에게 필요한 멘탈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었다. 가장 중요한 무대 한국시리즈에서 큰 경험을 했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한국시리즈 세이브는 없었지만 올 시즌 마무리를 맡길 만한 투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염경엽 감독 ⓒ곽혜미 기자

단 유영찬이 시행착오 없이 승승장구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믿음'을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은 "새로 마무리를 맡게 된 선수들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지는 못했다. 구단과 감독, 코칭스태프가 믿어주고 선수가 어떻게 이겨내는지가 중요하다. 그 준비는 돼 있다. 구단도 나도 코치들도 준비는 됐다. 선수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감독이 믿어주고 시간을 준다면 충분히 모면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마무리 투수들을 키워오면서 경험한 것 중에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이 유영찬을 마무리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당사자인 유영찬도 이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한다. 동료들도 5일 구단 신년회 행사에서 유영찬을 "마무리"라 부르며 장난을 쳤다. 유영찬은 "작년에는 살아남기 위해서 던졌다. 올해는 조금 더 정신차리고 팀이 조금이라도 더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힘이 많이 되는 투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6일 귀국한 '전직 마무리' 고우석도 유영찬을 믿고 있었다. 그는 다음 마무리 투수를 유영찬이 맡게 됐다는 얘기에 "잘하지 않을까. 의심하지 않고 잘할 거로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 유영찬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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