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오너 경영' 무너진 남양유업, 예견된 일이었다

한전진 2024. 1. 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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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 남양유업, 오너 경영 '종지부'
대리점 갑질부터 불가리스 사태까지
오너 일가 '독단적 결정·도덕 불감증' 원인
/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이변은 없었습니다.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이 60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참 지리한 '촌극'의 연속이었습니다. 대리점 갑질, 불가리스 사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대국민 사과, 경영권 매각 번복까지 말입니다. 이번 남양유업 사태는 기업을 일가족의 소유물처럼 주무르는 오너 경영의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몰락은 예견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는 거죠. 오너 일가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구조, 도덕적 불감증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힙니다. 새 주인이 된 한앤컴퍼니(한앤코)는 이 과오를 씻고 새로운 남양을 만든다는 입장입니다. 쉽지 않은 길입니다. 남양유업의 실추된 이미지와 실적까지 되살려야 합니다. 

무너져갔던 '남양'

지난 4일 대법원은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앞으로 홍 회장 일가는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한앤코에 넘겨야 합니다. 이로써 2년 이상 이어지던 경영권 분쟁 소송은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남양의 오너 경영이 종지부를 찍은 겁니다.

남양유업은 1964년 홍 회장 부친인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이 창업한 회사입니다.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의 아기용 분유를 생산한 곳이기도 합니다. 한때 서울우유 다음으로 유(乳)업계 2위까지 올랐던 기업입니다. '아인슈타인 우유', '맛있는 우유 GT',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등이 대표 히트작입니다. 다들 한 번쯤은 마셔봤던 제품들일 겁니다. 

지난 2021년 불가리스 사태로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홍 회장 / 시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지난 2013년 대리점주에 물품 강매·폭언 사실이 알려져 거센 불매운동에 휩싸였습니다.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으로 기업 이미지도 실추됐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 4월 '불가리스 사태'는 경영권 매각의 불씨가 됐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당시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를 자초했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홍 회장은 그해 5월 회장직 사퇴, 경영권 불승계를 선언했습니다. 이때 자신과 일가의 보유 지분 53%를 한앤코에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하지만 9월 홍 회장은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합니다. 한앤코가 남양유업 외식 사업인 '백미당' 매각 제외, 오너 일가의 처우 보장 등의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후 남양유업과 한앤코는 법정 소송을 벌였고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졌습니다.

우연이 아닌 필연

홍 회장의 몰락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오너 기업의 특유의 독단적 결정구조가 기업을 망쳤다는 분석입니다. 홍 회장 일가가 지배했던 남양유업 이사회가 대표적입니다. 불가리스 사태가 터졌던 2021년 당시 남양유업은 6명의 이사진을 뒀습니다. 이중 사내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홍 회장 일가였습니다. 홍 회장을 본인을 포함한 모친, 장남 등이었죠. 나머지 한 명도 홍 회장의 '최측근'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였습니다. 

/ 시진=이명근 기자 qwe123@

오너 일가를 통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던 겁니다. 이는 곧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이어졌습니다. 내부에서 옳은 말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홍 회장이 경쟁사에 대한 조직적 비방 댓글 작성을 지시했을 때도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무리수'였던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도 이렇게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너 일가의 도덕적 불감증도 문제였습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건, 황하나씨 마약 사건, 경쟁사 댓글 비방 사건 등이 터졌을 때 항상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습니다. 빠른 해명과 사과로 일을 더 키우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오너 일가가 대외적 소통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입니다. 

새출발 위한 과제는 

주인이 바뀐 남양유업은 이제 새 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우선 과제는 '경영 정상화'입니다. 앞날은 녹록지 않습니다. 남양유업 연 매출은 2020년 1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2022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한앤코는 무너저 내린 기업 이미지를 되살리는 동시에 실적까지 개선해야 하는 이중고를 해결해야 합니다.

경영권 분쟁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던 신사업도 추진해야 합니다. 현재 우유업계는 침체기입니다. 극심한 저출산으로 우유와 분유의 소비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값싼 수입 우유까지 밀려 들어오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은 이미 단백질 제품, 고령층을 위한 케어푸드, 외식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남양유업 역시 하루빨리 신사업에 집중해 체질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남양유업 / 사진=비즈워치

한앤코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경영 효율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을 인수해 빠르게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이 사모펀드니까요. 실제로 한앤코는 지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한 뒤 5년 만에 인수 가격의 두 배 넘는 가격에 매각했습니다. 한앤코 측은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며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양유업 역시 판결 이후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종결로 조속한 정상화가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남양유업 구성원들은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남양유업은 지난날의 '과오'를 벗어던지고 '재탄생' 할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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