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다 안다' 김민재, IFFHS 월드팀 → 팬 선정 분데스리가 전반기 베스트 11 겹경사!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독일 언론과 팬들의 눈은 달랐다.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현지 팬들의 높은 눈높이에 부응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6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3-24시즌 전반기 베스트 11을 선정해 발표했다. 포지션별로 전반기 활약을 선수들을 후보로 선정해 팬 투표를 진행한 결과다.
김민재가 팬들의 의견을 반영한 전반기 베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전반기 활약이 좋았던 11명을 살펴보면 김민재를 비롯해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제레미 프림퐁(이상 바이어 레버쿠젠), 마츠 훔멜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포백을 이뤘다.
중원에는 그라니트 자카와 플로리안 비르츠(이상 바이어 레버쿠젠), 사비 시몬스(라이프치히)가 뽑혔고, 최전방 세 자리는 해리 케인, 르로이 사네(이상 바이에른 뮌헨), 세루 기라시(슈투트가르트)가 선정됐다. 골키퍼는 그레고어 코벨(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 차지했다.
클럽별로 전반기 리그에서 한 번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은 1위 레버쿠젠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김민재와 케인, 사네가 뽑힌 바이에른 뮌헨이 3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 도르트문트 2명, 라이프치히와 슈투트가르트가 1명씩 배출했다.
이번 시즌부터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김민재는 전반기 치른 분데스리가 15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1,318분을 뛰었다. 입단 첫해부터 주전으로 자리잡으면서 혹사에 가까운 출전 기록을 세웠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김민재의 기량에 만족한 것은 물론 우파메카노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가 돌아가면서 다쳐 쉴 틈이 없었다.
오죽하면 지난달 A매치를 앞둔 시점에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이 보유한 3명의 수비수 중 유일하게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며 "올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는 올 시즌 소화 가능한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990분 중 959분을 뛰었다. 챔피언스리그도 조별리그 4경기를 다 뛰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바이에른 뮌헨의 크리스토프 프로인드 단장은 "김민재는 지난 몇 달 동안 모든 경기에서 90분을 뛰고 있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지쳤고 한계에 달했다. 김민재도 인간이라 집중력을 잃은 것 같다"라고 원론적인 문제를 이해했다.
그래도 김민재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질 시점이던 지난해 12월 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게 컸다. 바이에른 뮌헨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에서 치른 코펜하겐전을 쉬어갔다. 여기에 우니온 베를린과의 분데스리가 경기도 폭설로 연기되면서 다시 한번 휴식을 취했다.
김민재가 쉬는 사이 바이에른 뮌헨은 공백을 여실히 느꼈다. 코펜하겐전을 무승부로 마치자 독일 언론 '아벤트 차이퉁(AZ)'는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의 숨겨진 영웅이었다. 전사와 같은 김민재를 언제라도 놓치면 안 된다"며 "쾰른전에서 김민재는 14분 만에 그라운드를 떠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바이에른 뮌헨은 바꿀 수 없었다. 그게 바로 김민재의 파이터 성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단순히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고 호평하는 건 아니다. 김민재의 활약은 바이에른 뮌헨이 기대하던 것 이상이다. 아벤트 차이퉁은 "김민재는 강인한 수비수라는 이미지에 걸맞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센터백이 부족한 상황에 즉시 주전으로 자리잡기는 했지만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아무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의 숨겨진 영웅인 이유"라고 칭찬했다.
기대대로 쉴 새 없이 달려오다 열흘가량 푹 쉰 괴물은 돌아오자마자 맹위를 떨쳤다. 김민재는 전반기 막바지 슈투트가르트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고, 볼프스부르크전에서는 단단한 수비력으로 다시 찬사를 이끌어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보낸 전반기만으로도 김민재는 최고 평가를 이끌어냈다. 프랑스풋볼 발롱도르는 지난해 활약한 30명의 최고 선수 중 김민재를 22위에 놓았다. 전 세계 센터백 중 넘버원 평가도 받았다. 세계 최고 중앙 수비수라는 명함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연말 영국 매체 '스포츠키다'는 "김민재는 2022-2023시즌 나폴리를 33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에 우승시켰다. 피지컬은 물론이고 기술과 정신적인 면에서도 최고다. 현재 기준 세계 최고의 센터백 수비수"라며 1위로 꼽았다.
최근에도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은 지난 한 해를 빛낸 '월드 팀 2023' 축구선수 11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1984년 설립해 축구 기록과 통계를 37년째 다루고 있다. 이들의 기준에 김민재가 부합하면서 베스트 11에 당당히 포함됐다. 이밖에도 축구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이 공개한 분데스리가 전반기 베스트 11에서도 김민재는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김민재는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를 떠나 이탈리아 나폴리에 입단하며 빅리그에 노크했다. 괴물답게 적응 시간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단숨에 빅리그에서 통하는 수비수가 됐다. 시즌 시작부터 주전을 꿰찬 뒤로 기복 하나 없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며 나폴리를 이탈리아 세리에A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를 기반으로 이탈리아축구선수협회(AIC)가 2022-23시즌을 대상으로 한 그란 갈라 델 칼초에서 김민재를 올해의 팀에 포함됐고, 아시아축구연맹(AFC) 국제선수상은 물론 대한축구협회(KFA) 어워즈에서도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탁월한 기량을 인정받아 상복도 넘친 한 해를 보낸 김민재가 팬들에게도 확고한 지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번 분데스리가 팬 선정 전반기 베스트 11은 억지로 트집을 잡는 독일 여론과 상반된 결과라 자신감을 얻을 만한 대목이다. 김민재를 향해 호평이 상당한 가운데에도 정작 독일 언론은 흠집을 내려고 노력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빌트'는 바이에른 뮌헨의 전반기를 정리하며 김민재를 팀 내 16번째 수훈 선수로 정리했다. 평균 평점은 3.26점에 불과했다.
김민재에게 야박한 시선을 보내는 건 독일 레전드도 마찬가지. 전반기 도중에도 "우리가 기대한 기량이 아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불안 요소"라고 김민재를 비판했던 바이에른 뮌헨 출신의 레전드라는 로타어 마테우스는 전반기를 정리하며 베스트 11 센터백에 김민재를 제외해 논란이 일었다.
평가가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정리한 2023 월드 베스트 11 후보에서는 제외됐다. 전 세계 프로축구 선수가 직접 투표해 의미가 큰 상이지만 그만큼 이름값에 기대는 인기 투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2023년 유럽에서 활약상이 전무한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 카림 벤제마(알 이티하드) 등이 포함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민재가 FIFA·FIFPRO 월드 베스트 11 후보군에도 낙마한 아쉬움이 컸지만 그보다 더 값진 팬들의 지지를 확인한 게 의미있는 대목이다. 이번 분데스리가 팬 선정 전반기 베스트 11은 바이에른 뮌헨 팬들에게 김민재가 성공적인 영입생으로 평가받는 부분이라고 해석할 만하다.
이를 발판 삼아 글로벌을 배경으로 하는 매체의 평가는 아주 좋다. 'ESPN'도 26살 축구선수 중 세계 최고로 김민재를 선정하며 "유럽 빅리그에서 겨우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굉장히 빛나는 시간을 보냈다. 김민재가 팀 승리에 끼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결론을 냈다. 앞으로 5년 동안 김민재는 세계 최고의 센터백 수비수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제 김민재 없이 또 시간을 보내야 한다. 김민재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려 한 달가량 분데스리가를 소화하지 못한다. 김민재는 전반기를 마치고 바로 귀국해 휴식을 취했다. 혹사로 쌓인 피로를 확실하게 푼 뒤 대표팀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에 차린 훈련 캠프에 합류했다.
김민재는 중동 현지에서 완전체를 구성한 클린스만호의 최후방 센터백으로 전력을 다한다. 6일 밤 열리는 이라크와 최종 평가전부터 김민재가 가동될 전망이다. 이라크전을 마치는대로 김민재를 비롯한 대표팀은 10일 결전지인 도하에 입성한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에 속한 한국의 첫 상대는 바레인으로 1월 15일 오후 8시 30분에 격돌한다. 이어 20일 오후 8시 30분 요르단과 2차전을 펼치며 마지막 최종전도 25일 같은 시간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와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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