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전유물?…칠곡 할매·할배, 랩 배우며 치매예방
[생생 네트워크]
[앵커]
전국 최초의 할매 래퍼그룹을 배출해 유명한 경북 칠곡에서 전국 최초로 랩을 활용한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정지훈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벙거지에 체인 목걸이, 감각과 개성이 넘치는 복장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랩을 합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열정만은 청년 못지 않습니다.
<현장음> "나는 아직도 청춘이다. 나는 최고 행복하다."
이들은 95살의 리더 송석준 할아버지 등 할아버지 3명과 할머니 10명으로 구성된 평균연령 88살의 13인조 혼성 래퍼 그룹입니다.
경북 칠곡의 한 민간 주간요양보호센터에서 랩을 활용한 치매 예방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지난해 래퍼 그룹까지 결성했습니다.
<송석준 / 래퍼그룹 '우리는 청춘이다' 리더> "마음이 점점 젊어진 것 같고, 또 친구들 많고 다 참 좋습니다."
<오재선 / 래퍼그룹> "여기 와서는 이렇게 전 그게 우울증이 휙 날아갔어요. 새로운 걸 첫째 공부하는 게 좋아요."
생활관에 모인 60여 명의 노인들은 함께 랩을 따라부르며 비트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춥니다.
시각 장애가 있는 전기옥 할머니는 글을 볼 수 없어 가사를 따로 외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함께 배우고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전기옥 / 래퍼그룹 '우리는 청춘이다'> "머리가 아파요. (웃음) 다른 이는 보고 하지만 나는 머리로 외우려고 하니 (웃음)"
중증 치매 환자 등 배우는 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많지만, 한 주에 2차례씩 매번 반복하는 랩과 율동으로 만족감이 높습니다.
<장복순 / 민간 주간요양보호센터장> "오늘 해도 내일 되면 또 안 되고, 새로운 것이고. 그런데 결국은 잘하시든, 못 하시든 하시는 동안 너무 즐거워하시니까…"
노래 가사를 외우고 가벼운 율동을 하면서 말하듯 노래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호원 / 경북대 의과대 교수> "정서적 안정감, 사회적인 친밀감을 회복하고, 그리고 운동까지 합쳐지는 일석 3조의 효과를 발휘하는 새로운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인들이 랩을 배우기 시작한 건, 전국 최초의 할매 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공연을 본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수니와 칠공주'는 평균 연령 85세로,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랩에 도전한 할머니들로 구성된 8인조 래퍼 그룹입니다.
칠곡엔 수니와 칠공주 외에 평균 연령 75살의 또 다른 할매 래퍼그룹 '보람할매연극단'까지 이미 유명한 할매 래퍼그룹이 2개나 있습니다.
<현장음> "비트 주세요!"
젊은 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랩이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정지훈입니다. (daegurain@yna.co.kr)
#할매래퍼 #경북_칠곡 #치매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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