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중 최고의 명연설가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전설이 된 인디언 추장의 항복 연설
미국 역사를 장식한 명연설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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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often loses his audience.”
(그는 자주 관중을 잃는다)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는 해입니다. 선거 유세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을 연설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해가 될 것입니다. 한 전문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실력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lose’는 ’잃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말의 방향성을 잃다’라는 뜻도 포함됩니다. 대화할 때 횡설수설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you’ve lost me”라고 충고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너는 나를 잃어버렸다’는 ‘나는 네가 하는 말을 못 따라가겠다’라는 것입니다. “I can’t follow what you’re saying”이라는 뜻입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산만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연설은 끝까지 관중을 잃지 않는 연설입니다. 미국에는 그런 연설 실력을 갖춘 대통령이 7명 정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아니어도 연설력이 뛰어난 명사들은 차고 넘칩니다. 최고의 연설로 평가받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역사에 남는 명사들의 연설을 알아봤습니다. 자기 의견을 밝혀야 하는 기회가 많은 요즘 참고할만한 연설들입니다.
My faith in the Constitution is whole, it is complete, it is total.”
(헌법에 대한 나의 믿음은 온전하고 완전하고 전면적이다)
연설 전문가 137명으로 구성된 연구단체 ‘아메리칸 레토릭’이 꼽은 ‘20세기를 만든 연설 100선’ 20위 안에 여성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딱 2번입니다. 5위와 13위로, 모두 바바라 조던이라는 여성입니다. 명연설로 소문이 자자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유엔 여성인권 연설(35위)을 가뿐히 누른 조던은 누구일까요. 1970년대 활동한 텍사스 출신의 흑인 여성 하원의원입니다. 1976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이 5위,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탄핵 청문회 연설이 13위에 올랐습니다.
조던 의원이 전국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1974년 닉슨 청문회 연설을 보겠습니다. 탄핵의 법적 정당성을 따지는 하원 법사청문회 개회를 알리는 연설이었습니다. 13분간의 짧은 연설로 ‘speech’(연설)이 아닌 ‘statement’(성명)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조던 같은 초선 의원이 청문회 개회 연설을 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녀의 연설을 눈여겨보던 동향 텍사스 출신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적극 천거한 덕분에 저녁 9시 프라임타임 연설자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무명의 정치인 조던 의원은 우선 자신을 알려야 했습니다.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 출신으로 역경을 딛고 이 자리에 섰다’라는 식상한 소개로는 주목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과감한 도입부를 선택했습니다. 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 등 건국의 주역들이 ‘We the People’ 서문으로 시작하는 헌법을 만들 때 ‘we’에 “실수로 나를 빠트린 줄 알았다”라는 소개로 초기 헌법에 나왔던 ‘5분의 3 조항’을 은근히 비꼬았습니다. 흑인 노예를 백인 자유인의 5분의 3 취급을 하는 독소 조항입니다. 이런 조항이 있는 줄도 몰랐던 관중들은 단번에 그녀를 주목했습니다.
핵심 구절입니다. 차별의 역사를 살아온 자신과 같은 흑인 여성에게도 헌법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라는 것입니다. 비슷한 의미의 ‘whole’ ‘complete’ ‘total’을 반복적으로 쓰는 강조 화법입니다. 헌법 앞에서 대통령이든 누구든 평등하다는 메시지입니다. 닉슨 대통령 탄핵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좋은 연설은 듣는 사람이 논리적으로 추론할 여지를 줘야 합니다. 조던 의원의 연설 실력은 대학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텍사스 오스틴대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인종분리 정책 때문에 흑인 대학인 텍사스서던대에 들어갔습니다. 학교를 대표하는 디베이터(토론자)로 활동하며 예일대, 브라운대를 꺾고 하버드대와 동률을 이룬 실력입니다.
I am tired of fighting.”
(싸우는 데 지쳤다)
미국인들의 티셔츠나 머그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친숙한 인디언 원주민 얼굴이 있습니다. 네즈퍼스 족을 이끈 조셉 추장입니다. 그의 원래 이름은 ‘Thunder Rolling in the Mountains’(산에 치는 천둥)이라는 뜻으로 ‘조셉’은 나중에 백인 선교사가 지어준 것입니다. 대대로 오리건 왈로와 지역에 살아온 네즈퍼스족은 미국 정부로부터 아이다호 이주 명령을 받았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네즈퍼스족 젊은이들이 백인 주민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조셉 추장이 이끄는 300명의 네즈퍼스족은 북쪽을 향해 머나먼 도피 길에 나섰습니다. 조셉 추장은 도피 과정에서 백인 포로들을 정중히 대해 신망을 얻었습니다.
1877년 캐나다 국경을 65km 앞두고 몬태나 산에서 추위와 굶주림 때문에 3개월간의 도피 여정은 막을 내렸습니다. 조셉 추장이 현장에서 작성한 7줄짜리 즉석 항복문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연설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인디언 언어로 말한 것을 백인 군인이 영어로 바꿨습니다. “나는 싸우는데 지쳤다”라는 진솔한 도입부로 시작합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전투 의지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From where the sun now stands I will fight no more forever.”(지금 태양이 비추는 곳에서 나는 영원히 더는 싸우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연설 공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고백 화법의 항복문으로 조셉 추장은 ‘셀럽’이 됐습니다. 당시 러더퍼드 헤이즈 대통령까지 만났습니다. 그의 의회 연설은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에서 배운 것 같은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치켜세웠습니다. 하지만 새로 이주한 거주 환경은 그에게 위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원래 살던 왈로와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임종을 지켜본 백인 의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Chief Joseph died of a broken heart.”(조셉 추장은 상심해 사망했다)
Fans, for the past two weeks you have been reading about the bad break I got. Yet today I consider myself the luckiest man on the face of this earth.”
(팬들이여, 지난 두 주 동안 나의 고난에 대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1939년 7월 4일 독립기념일 야구선수 루 게릭이 뉴욕 양키스 구장에 나왔습니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식을 하러 나온 것입니다.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LS) 진단을 받은 직후였습니다. 이후 ‘루게릭병’이라는 불리게 되는 전신 마비 질환입니다. ALS 진단과 함께 2130 경기 연속 출장 기록도 막을 내렸습니다. 은퇴식은 선물 증정식, 동료 격려사, 본인 고별사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어린아이로부터 청소부, 퇴역군인까지 각계각층의 팬들로부터 선물이 쏟아졌습니다. 루 게릭은 선물더미를 들고 있을 힘조차 없어 곧바로 내려놓았습니다.
뉴욕 시장, 양키스 구단주, 동료 베이브 루스의 격려사에 이어 루 게릭이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연설 첫 부분입니다. ‘break’은 ‘중단’이라는 뜻입니다. ‘휴식’ ‘휴가’를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bad break’이니까 ‘나쁜 중단,’ 즉 ALS 병을 말합니다. 그런데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얼굴’은 ‘face’의 아주 일부분의 뜻입니다. ‘표면’ 또는 ‘대하다’라는 뜻으로도 많이 씁니다. ‘face reality’는 ‘현실을 직시하다’입니다. ‘on the face of the earth’는 ‘지구의 표면상에서’ ‘in the world’(세상에서)와 같습니다.
미국인들이 이 연설을 좋아하는 것은 겸손의 표본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인 연설이지만 루 게릭 목소리가 실린 연설 전문(full text)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잘린 필름 형태로 앞쪽 문장 3개와 마지막 문장 1개 정도가 보존돼 있습니다. 신문 잡지 등에 부분적으로 보도된 것들을 모아 나중에 연설문이 만들어졌습니다. 연설 2년 뒤 루 게릭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명언의 품격
총사령관에서 사임할 때 워싱턴 장군은 떠오르는 정치 스타였습니다. 1783년 의회 연설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독립전쟁을 승리를 이끌고 8년 동안 군 책임자 임무를 수행한 것을 본인의 공이 아닌 국가의 업적으로 돌렸습니다. 널리 인용되는 구절입니다.
I resign with satisfaction the Appointment I accepted with diffidence. A diffidence in my abilities to accomplish so arduous a task, which however was superseded by a confidence in the rectitude of our Cause, the support of the Supreme Power of the Union, and the patronage of Heaven.”
(나는 조심스럽게 받아들였던 임무에서 만족스럽게 사퇴합니다. 어려운 과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자신감 부족은 우리 명분의 올바름, 연방의 절대적인 지지, 하늘의 보살핌에 대한 확신으로 대체됐습니다)
‘confidence’(확신)와 ‘diffidence’(소심)를 대비시켰습니다. ‘diffidence’는 자신의 능력, ‘confidence’는 주변의 도움을 가리킵니다. 연설하는 워싱턴의 목소리는 떨렸다고 당시 기록은 적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사임 결정은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조지 3세 영국 국왕은 이렇게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If Washington does that, he will be the greatest man in the world.”(만약 워싱턴이 물러난다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당시 영국에 머물던 미국 화가 존 트럼벌도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트럼벌은 미국 정부로부터 건국 역사를 상징하는 4대 명장면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는 독립선언, 영국군 항복 등과 함께 워싱턴 사임 연설 장면을 꼽았습니다. ‘Washington Resigning his Military Commission’(군사령관을 사퇴하는 워싱턴)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오늘날까지 미 의회 건물 1층에 걸려있습니다.
실전 보케 360
중대한 안보 문제인가 싶었는데 ‘Chick-fil-A’라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때문입니다. 우선 발음부터 보겠습니다, 미국에 여행 가서 치킨 샌드위치로 유명한 이 레스토랑의 정확한 발음을 몰라 난감해하는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칙필레이’라고 합니다. ‘chicken’(닭)의 ‘chick’과 ‘살코기’를 뜻하는 ‘fillet’(필레이)를 살짝 비튼 ‘fil-A’(필-에이)를 합친 것입니다. ‘A’는 A등급 닭고기만을 사용한다는 의미라고도 합니다. 남부 조지아주에서 출발한 칙필레이의 독특한 점은 창업주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일요일,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등에 영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요일과 공휴일에 문을 닫는 것은 엄청난 수익 손실이지만 칙필레이가 60년 넘게 지켜온 전통입니다.
최근 뉴욕주 의회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고속도로 휴게소 레스토랑들은 주 7일 영업하라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중에는 칙필레이 매장도 다수 포함됩니다. 일요일에 문을 열라는 것은 칙필레이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일입니다. 칙필레이 단골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조지아주 옆 동네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인 그레이엄 의원이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New York is off base.”
(뉴욕이 틀렸다)
공간을 나타내는 명사 앞에 ‘off’가 나오면 ‘벗어나다’라는 뜻입니다. ‘the car is off the road’는 ‘차가 도로에서 벗어났다’라는 뜻입니다. ‘off base’는 ‘베이스에서 벗어나다’라는 뜻입니다. 야구에서 유래했습니다. 선수는 베이스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합니다. 베이스에서 벗어나면 잘못된 것, 틀린 것입니다. 뉴욕주 당국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인들이 중시하는 종교의 자유,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 간섭의 범위에서 논란이 됩니다.
그레이엄 의원은 영업 의무화 법안을 무효화하지 않으면 뉴욕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이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상원 예산위원회, 세출위원회 소속인 그는 그럴만한 권력이 있습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법안을 발의했던 뉴욕주 의원은 반발에 부딪히자 공익을 내세웠습니다. “To find one of the restaurants closed on the Thruway is just not in the public good.”(뉴욕으로 통하는 스루웨이 도로의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 것은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1월 3일 소개된 새해 명언에 관한 내용입니다. ‘새해 결심’을 ‘new year’s resolution’이라고 합니다. ‘운동을 한다’ ‘취미생활을 한다’ ‘담배를 끟는다’ 등 결심은 다양합니다. 이것들이 단기 목표라면 장기적으로 삶의 방향을 잡아줄 줄 명언들도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들이 전하는 새해 명언들입니다.
▶2022년 1월 3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103/111059566/1
It always seems impossible until it′s done.”
(이루기 전까지는 언제나 불가능하게 보인다)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이 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남긴 말입니다. 그가 종신형을 받고 27년간 감옥에서 지내면서 지지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에서 나온 구절입니다. 도전하기 전까지 산은 너무 높아 보이지만 일단 발을 떼고 올라가기 시작하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미리부터 겁먹고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Don′t be afraid to give up the good to go for the great.”
(좋음을 포기하고, 위대함을 향해 나아가라)
미국의 석유황제 존 D 록펠러의 명언입니다. 그에게 재산 축적이 ‘좋음’(the good)이었다면 부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깨달음은 ‘위대함’(the great)이었습니다. 좋은 지도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지도자는 나오기 힘듭니다.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킹, 마하트마 간디 등이 위대한 지도자입니다.
Every single year, we′re a different person. I don′t think we′re the same person all of our lives.”
(매년 우리는 다른 사람이다. 일생 같은 자리에서 머무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이야기꾼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이 한 말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가끔 뒤돌아보며 자신이 이뤄놓은 성과를 칭찬하는 격려도 중요합니다.
The secret of change is to focus all of your energy, not on fighting the old, but on building the new.”
(변화의 비결은 과거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미래 지향적 인간이 되라고 소크라테스가 오래전에 남긴 교훈입니다.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를 향한 동력을 잃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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