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은퇴 위기+입단 테스트까지→연봉 초대박 상승, 이런 반전이 또 있나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런 반전이 또 있을까. 강제 은퇴 위기에 몰렸던 '노장' 투수들이 초특급 대우를 받으며 재계약을 마쳤다.
SSG 랜더스 구단은 6일 2024시즌 연봉 재계약 결과를 발표했다. SSG는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연봉 협상을 끝냈다. 불펜 투수들의 인상폭이 눈에 띈다. '세이브왕'으로 개인 타이틀을 차지하며 자신의 전성기를 알린 서진용은 2억6500만원에서 1억8500만원 인상된 4억5000만원에 사인을 했다. 재계약 대상자 가운데 최고 연봉이다.
그리고 필승조 투수들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았다. 노경은은 1억7000만원에서 1억원이 인상된 2억7000만원에 사인했고, 고효준은 8500만원에서 6800만원 인상된 1억5300만원에 재계약을 마쳤다. 1984년생인 노경은과 1983년생인 고효준은 팀내 투수조 가운데 최고령, 최고참인 40대 선수들이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고과를 인정받으면서 빠르게 재계약을 마쳤다.
불과 2년전과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2년전, 2021시즌이 끝난 후 고효준과 노경은은 새 소속팀을 찾아야 하는 방출 선수 신분이었다.
노경은은 롯데 자이언츠와의 2년 계약이 끝난 후 자유 계약 신분이 됐다. 사실상의 방출이었다. 새 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많은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노경은은 계속해서 현역으로 뛰겠다는 의지와 경쟁력이 살아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쉽게 그를 영입하고자 하는 구단은 없었다. 강제 은퇴 위기까지 몰린 상황에서 손을 내민 팀은 SSG였다. SSG는 선발, 불펜이 모두 가능한 노경은 영입으로 마운드 뎁스를 두텁게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SSG도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노경은은 강화 2군 구장에서 입단 테스트까지 거쳐 '통과'하는 절차까지 밟았다. 베테랑 투수의 마지막 몸부림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SSG에서 보낸 그 후 2년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영입 초반, SSG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났을때 그 자리를 채워준 것이 노경은이었다. 만약 노경은이 대체 선발로 그렇게 준수한 활약을 못했다면, 그해 SSG의 우승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경은이 초반 선발로 버텨줬고, 불의의 골절 부상으로 이탈했다가 다시 돌아온 후 불펜으로 힘을 더하면서 SSG도 통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그는 완전한 필승조로 자리매김 했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노경은이었다. 그는 지난해 SSG의 144경기 중 76경기, 거의 절반을 등판했다. 노경은에 대한 불펜의 의존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22시즌 SSG 입단 당시 연봉 1억원+인센티브 1억원의 조건이었던 노경은은 이제 3억에 육박하는 2억70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40대 선수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고효준의 처지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2021시즌 LG 트윈스에서 한 시즌을 뛴 후 다시 방출됐다. 갈 곳이 없는 상황. 정말 강제 은퇴 위기에 몰려있었다. 그러다 고효준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SK 와이번스 출신인 그에게 이제는 SSG가 된 친정팀이 손을 내밀었다. 고효준 역시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에 입단했다. 첫 해 연봉 4000만원. 사실상의 최저 연봉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고효준은 좌완이 필요한 팀의 불펜 사정에 맞았고, 그 역할을 해냈다. 2023시즌 연봉 8500만원으로 2배 이상 인상됐고, 2024시즌에는 1억5300만원으로 무려 6800만원이 올랐다. 마흔을 넘긴 투수, 그것도 강제 은퇴 위기에 몰리며 2번이나 방출됐던 투수가 다시 1억5000만원이 넘는 연봉에 80% 인상율을 기록한다는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노경은과 고효준의 성공 사례는 후배들에게도 자극이 되기에 충분하다. 두 사람의 또다른 공통점은 성실한 훈련 태도, 철저한 자기 관리 그리고 구단 직원들에게도 인정받는 성품이다. 이런 기본적인 태도가 만든 반전. 고효준과 노경은은 2024시즌 다시 한번 기적을 꿈꾼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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