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빈자리 채우지 못했다" 토트넘, 슈팅 16개 → 1골…번리에 1-0 힘겹게 FA컵 32강 진출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주포 손흥민 없이 어렵게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토트넘은 6일(한국시간)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영국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에서 번리를 1-0으로 꺾었다. 4라운드(32강)로 향한 토트넘은 무관 탈출을 향한 생존을 이어나갔다.
손흥민 없이 얼마나 활발한 공격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였다. 전반기 12골 5도움을 기록하며 홀로 토트넘을 대표했던 손흥민은 지난 본머스전을 끝으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손흥민은 한국의 성적에 따라 최대 토트넘의 6경기까지 결장할 수 있다.
한 달여 자리를 비우게 된 손흥민은 제몫을 다 하고 떠났다. 전반기 치른 총 21경기에서 12골 5도움을 기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득점과 공격포인트 순위에 있어 모두 공동 3위에 올라있다. 토트넘의 공격을 책임지는 에이스의 지표를 자랑한다.
어디에 놓아도 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개막 초기에는 제 포지션인 왼쪽 미드필더에 배치돼 이타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러다 히샤를리송이 결정력에 문제를 보이자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옮겨 놀라운 퍼포먼스를 과시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본격적으로 뛴 9월 번리전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아스널전 멀티골, 리버풀전 득점까지 빼어난 기량으로 이달의 선수상을 확보했다.
스트라이커로 변신할 가능성을 보여준 손흥민은 최근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때마침 히샤를리송이 연속골을 기록하며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주자 왼쪽에서 더욱 펄펄 날았다. 12월에만 7번의 리그 경기에서 4골 4도움을 폭발했다. 껄끄러운 상대인 맨체스터 시티(1골 1도움), 뉴캐슬 유나이티드(1골 2도움)전을 비롯해 에버턴(1골),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1도움), 본머스(1골)전까지 공격포인트 행진을 펼쳤다.
손흥민이 득점을 책임진 덕분에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개막 초 10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선두에 올랐을 때에 비해 페이스가 꺾이긴 했으나 다시 살아날 계기를 마련한 상태다. 손흥민과 함께 리그 5위에 자리잡으며 언제든 빅4 재진입을 이룰 가능성을 열었다. 손흥민의 몫은 여기까지다. 앞으로 한 달가량은 손흥민 없이 이겨야 한다.
토트넘은 번리를 상대로 히샤를리송을 최전방에 두고 브레넌 존슨이 왼쪽에 배치됐다. 그동안 존슨은 손흥민과 뛸 때는 오른쪽에 섰는데 이날 왼쪽에서 공백을 메우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오른쪽 윙포워드에는 데얀 쿨루셉스키가 제자리를 찾았다. 2선 가운데는 지오바니 로 셀소의 몫이었다.
3선은 손흥민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착용한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올리버 스킵이 호흡을 맞췄다. 포백은 데스티비 우도기,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 페드로 포로로 구성했고 골문은 굴리엘모 비카리오 골키퍼가 지켰다.
토트넘은 번리를 맞아 답답한 초반을 보냈다. 킥오프 4분 뒤 우도기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다 상대 미드필더 아나스 자로우리와 부딪혀 넘어졌다. 토트넘은 페널티킥을 주장했고, 주심도 비디오 판독(VAR)실과 소통했으나 반칙은 주어지지 않았다.
토트넘은 전반 10분 히샤를리송이 문전에서 왼발 슈팅으로 재차 선제골을 노렸지만 부정확해 아쉬움을 남겼다. 골을 위해 계속 두들긴 토트넘은 존슨도 손흥민 존에서 오른발로 감아찼으나 아리자넷 무리치 골키퍼에게 막혀 손흥민을 더욱 그리워했다.
토트넘은 전반 막바지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히샤를리송의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포로의 시도도 수비에 막혔다. 전반 계속된 공세에도 토트넘은 득점 없이 후반을 도모해야 했다.
하프타임에 재정비를 한 토트넘은 후반에도 득점을 향한 경기 운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번리의 수비를 뚫기란 쉽지 않았다. 로 셀소의 슈팅을 시작으로 쿨루셉스키, 존슨 등이 후반 초반 10여분 몰아쳤으나 영의 균형이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다급해진 토트넘은 후반 13분 로 셀소를 빼고 브리안 힐을 투입했다. 측면에 속도가 붙은 토트넘은 후반 21분 우도기의 크로스를 존슨이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기대를 모았지만 또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토트넘은 스킵을 불러들이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넣어 중원부터 다시 다져나가는 걸 택했다.
0-0 상황이 길게 이어지던 후반 33분 토트넘이 기다리던 골을 터뜨렸다. 쿨루셉스키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가 상대 골키퍼에게 향했다. 이를 받은 무리치 골키퍼는 빠르게 공격진으로 연결하려다 포로에게 잘못 패스했다. 포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소 먼 거리였지만 바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발등에 제대로 맞아 골키퍼가 어찌할 수 없는 궤적으로 날아갔다.
토트넘이 한 골 차 리드를 굳히는 데 주력했다. 히샤를리송과 존슨, 벤탄쿠르를 불러들이고 데인 스칼렛, 라이언 세세뇽, 제이미 돈리 등 어린 선수들을 넣어 많이 뛰는 방식으로 남은 시간을 버티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후반 41분 힐의 패스를 세세뇽이 슈팅해 추가 득점을 노려봤으나 무산됐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번리의 맹공이 매세웠다. 번리는 마지막 순간 무리치 골키퍼까지 세트피스에 가담시키며 동점골을 노렸다. 토트넘은 수비에 집중하며 번리 공격을 온몸으로 막았다. 그 덕분에 1-0으로 이기며 4라운드로 향했다.
이날 토트넘은 16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1골에 그쳤다. 유효슈팅은 7개로 나쁘지 않은 적중률을 보여줬으나 골로 연결할 만큼 날카로운 모습은 많지 않았다. 손흥민의 존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1골마저 상대 실수가 기반이 됐고, 수비수인 포로의 원더골이었다는 점은 앞으로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데 공격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을 대체하지 못한 히샤를리송에게 주로 화살이 향했다. 영국 언론 '풋볼런던'은 히샤를리송에게 4점의 낮은 평점을 주며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없는 동안 그에게 많은 걸 요구할 텐데 아쉬웠다"고 했다. '이브닝 스탠다드'도 "손흥민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히샤를리송에게 5점의 혹평을 가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에릭 다이어가 명단에서 제외돼 눈길을 끌었다. 센터백이 부족한 상황에서 FA컵 경기라 백업 수비수들이 뛰어줘야 하는데 다이어가 빠져 화제였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가 이유를 밝혔다. 로마노는 "다이어는 바이에른 뮌헨과 이적에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토트넘은 다이어의 이적을 받아들이는 듯 팀을 떠날 자원을 굳이 FA컵에 기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토트넘과 다이어의 결별이 다가온 모습이다.
로마노는 하루 앞선 5일에도 다이어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예고했다. 그는 "바이에른 뮌헨은 새로운 센터백 옵션으로 다이어를 고려하고 있다. 토트넘도 다이어가 이적할 곳을 찾으면 즉시 떠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탈을 굳이 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스카이스포츠 소속으로 바이에른 뮌헨 정보에 정통한 플로리안 플레텐버그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이어와 바이에른 뮌헨은 구두 합의를 이뤄냈다. 이적료는 500만 유로(약 72억 원)가량이 될 것"이라며 "이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대화 창을 열었고, 한 번또 끊어진 적이 없다. 투헬 감독은 최근 다이어 영입에 대해 스태프와 논의했고 흥미로운 영입 대상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라고 했다.
이런 배경으로 번리와 FA컵 경기에 결장하면서 다이어의 이탈은 기정살실이 된 듯하다. 대신 토트넘은 첼시전 부상으로 지금까지 빠져있던 미키 판 더 펜이 이날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판 더 펜의 복귀가 다가오면서 다이어를 굳이 잡아둘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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