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라는 구단, 팬들의 열정" 고우석 ML 꿈 망설였던 이유…"일어나라 LG 팬들이어" 엘린이는 돌아온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LG 트윈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환호하던 '엘린이'는 성인이 돼 29년 만의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투수가 됐다. 이제는 LG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그 직행 선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꿈을 이뤘다. 빅리거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LG가 있다.
포스팅 일정 마감 직전 메이저리그 계약에 성공한 고우석이 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고우석은 4일 오전 7시까지였던 포스팅 일정이 끝나기 7분 전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거가 됐다. 2일 샌디에이고의 제안을 받은 뒤 단 닷새 동안 합의와 LG의 허락, 메디컬테스트에 이은 계약과 귀국까지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이번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독특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원 소속팀인 LG는 고우석의 포스팅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구단의 제안이 오더라도 적절한 규모의 계약이 아니라면 LG에 남겠다는 조건이 붙었다. LG 차명석 단장은 이 조건이 구단이 받을 포스팅 금액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금액 면에서 마무리 투수를 보낼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우석은 귀국 인터뷰에서 "나 개인의 꿈을 지원해 준 LG에 고맙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FA가 아닌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도 LG에 대한 애정과 로열티가 있었다. 그만큼 LG와 LG 팬들에 대한 마음이 각별한 고우석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LG의 포스팅 신청 승인이다. 고우석은 "(계약을 마친 뒤)그래서 시원섭섭한 느낌도 들었다. 친정 팀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 지금은 모든 것들이 다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지난해 우승을 했다는 것 또한 고우석의 포스팅이 가능했던 이유다. 고우석은 "사실 포스팅을 준비한 시간이, 작년 시즌 전부터였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 팀이 우승하지 못했다면 신청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닐 거로 생각했다. 팀이 모두 잘해서 우승했고 나는 발만 담궜다. 그런 기쁜 순간 뒤에 포스팅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내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해서 신청한 것이 가장 컸다. 마지막까지 기다렸는데 별다른 소식이 없어서, 언론에서는 얘기가 나왔지만 적극적인 오퍼가 있지는 않아서 기대하지 않았다. 막판에 오퍼가 오면서 고민을 했다. 사실 FA를 1년 앞두고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왜 그렇게 했는지 묻는 분들이 많았다. LG를 떠나기는 하지만 LG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포스팅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G라는 구단, 그룹에 내가 남긴 것들은 굉장히 작다. 나 개인의 꿈인데도 믿어주고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LG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고우석은 "어떻게 보면 미국에 가야겠다고 결정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LG라는 구단과 팬들의 뜨거운 열정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주신 사랑과 응원에 감사하다. 영원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더 발전해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못 하면 짧게 있다가 돌아올 수도 있다. 그 짧은 시간 안에서라도 발전하고 싶다. 나 개인의 꿈인데도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답했다.
LG 선수들도 고우석의 도전을 응원했다. 고우석은 "비행기 타는 날까지도 잠실에서 운동을 했다. 짐작을 했는지 알고 그랬는지 연락을 많이 받았다. 돌아가서 잠실에서 인사드리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구단에도 "계약 직후에 연락드려서 감사하다고 했다. 축하한다고 해주셨고, 허락해주셔서 감사하고 덕분에 좋은 계약 할 수 있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유영찬을 차기 마무리로 생각한다고 했다. 고우석은 "잘하지 않을까. 의심하지 않고 잘할 거로 생각한다"며 유영찬을 믿었다.
▶ "외쳐!!! 탑지!!!"→29년 만의 우승 마무리
2013년 8월 20일, LG는 2003년부터 계속된 '암흑기'를 뚫고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당시 양천중학교 야구부 소속이던 고우석은 SNS 페이스북에 "외쳐!!! 탑지!!!", "가을야구 보러 가자 LG 팬들이어"라는 글을 올렸다. 고우석이 '엘린이' 출신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이 글은 고우석이 LG의 1차 지명을 받으면서 화제가 됐고, 지난해 LG가 통합우승을 일궈내면서 또 한번 화제가 됐다.
고우석은 야구를 하기 위해 서울에 있던 친척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전 두산 유재유가 고우석의 고종사촌이다. 고우석은 고모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LG 팬이 됐다고 한다.
LG에서는 차근차근 성장 코스를 밟았다. 첫 2년 동안은 중간투수로 경험을 쌓았다. 2017년 데뷔해 25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고, 2018년에는 56경기에 나와 3승 5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을 남겼다.
2019년 처음 마무리투수를 맡았다. 원래 LG의 마무리 투수는 정찬헌(키움 히어로즈)이었는데, 정찬헌은 허리 수술 여파로 컨디션 조절이 필요한 상태였다. 당시 류중일 감독은 정찬헌을 대신할 임시 마무리 투수가 필요하다면서도 고우석은 아직 보완할 점이 있다고 봤다. 2년차 시즌까지는 공만 빠른 투수였다.
그런데 고우석이 스프링캠프를 보내면서 제구에서 안정을 찾자 류중일 감독의 마음이 바뀌었다. 개막 후 정찬헌이 등판하지 못하는 경우 대체 마무리로 고우석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고우석은 4월 21일 키움전에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고, 정찬헌이 복귀한 뒤에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2019년 시즌을 65경기 8승 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로 마치면서 국가대표 불펜투수로 급부상했다. 시즌이 끝난 뒤 열린 프리미어12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3경기에 등판했다.
올해는 부상 여파로 등판 경기 수와 성적 모두 예년 같지 않았다. 두 차례 국제대회 참가 영향이 있었다. 결국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매일 컨디션이 들쑥날쑥했지만, 그래도 5차전에서 마지막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LG의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우승 세리머니가 끝난 뒤 고우석은 "한 시즌이 끝났다는 게 느껴졌다"며 "늘 질 때마다 울었는데 올해는 금메달도 따고 우승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울어서 다행이다. 올해만큼 부상이 많았던 시즌이 없는데 동료들 덕분에 내가 큰 도움이 된 것이 없는데도 야구하면서 한 번이 올까말까 한 기회를 얻게 됐다"고 했다.
'엘린이'가 우승한 소감에 대해서는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작년에도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냥 기뻤으면 좋겠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아쉬운 생각도 든다"며 "내년에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고 했다. 다시 LG에서 우승하겠다는 이 꿈은 당분간 접어둔 채 메이저리그로 향한다.
▶ 숨가빴던 1박 4일→버저비터 계약 완료
그런데 고우석은 지난달 5일 오후 10시(한국시간 기준)부터 30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사이 꽤 오랫동안 메이저리그 구단의 제안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마감을 이틀 앞둔 2일 샌디에이고의 제안이 도착하면서 갑자기 바빠졌다. 포스팅 기간에도 잠실구장에 출근해 비시즌 훈련을 하던 고우석은 3일 잠실에서 운동한 뒤 오후에 샌디에이고행 비행기에 올랐다.
샌디에이고 직항 항공기가 아니라 도쿄를 거쳐 미국으로 떠났다.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뒤에는 메디컬테스트를 받았고, 펫코파크에서 계약서에 사인했다. 펫코파크에서도 비시즌 루틴을 지키기 위해 구단의 양해를 구해 간단한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고. 이 과정에서 다르빗슈 유를 만나 대화하고 사진도 찍었다고 했다.
'버저비터'처럼 마감을 앞두고 극적으로 계약이 성사됐다. 고우석은 "계약하기 직전까지 시간이 남지 않아서 걱정했다. 7분 앞두고 계약이 성사됐다. 기쁠 줄 알았는데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7분도 계약서에 사인한 시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예랑 대표는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받은 것이 마감 7분 전이었다고 밝혔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도 복잡했다.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새벽 5시가 조금 지난 시간. 인터뷰를 준비하는 고우석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밝은 얼굴로 "아침부터 고생하신다"며 취재진을 챙기는 배려심을 보였다. 약 15분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된 배경을 솔직하게 밝혔다.
이름의 영어 표기에 대한 질문에 유쾌하게 대처하는 순발력도 돋보였다. 고우석은 '이니셜 WS Go를 월드시리즈 진출로 해석해 반기는 팬들이 많다'는 질문에 "내가 본 건 이름이 좀…그런 것만 봐서. 기분이 나쁘기보다 일단 이름을 제대로 알렸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다행이다. 좋은 쪽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유쾌하게 넘어갈 수도 있어서 이름 지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답했다.
▶ "아직 메이저리거 아니다" 고우석 일문일답
- 샌디에이고는 처음 가봤나. 어떤 느낌이었나.
"샌디에이고는 처음 가봤다.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날씨도 너무 좋고 눈에 보이는 풍경들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꼈다."
- 장인어른(이종범)과 처남(이정후)은 뭐라고 하던가.
"가기 전에 비행기 탈 때 축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모님도 기뻐하셨다. 그래서 기분 좋았다."
- 메이저리거가 됐다는 실감이 나나.
"사실 아직 첫 등판을 하지 않아서 메이저리그에 대해 크게 와닿는 점은 없다. 경쟁을 해야하는 위치니까 잘 이겨내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간다면 그때 실감이 날 것 같다."
- 서울에서 데뷔전을 치를 수도 있다.
"그런 점이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경쟁을 해야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내가 메이저리거라고 말하기에는 성급한 면이 있다. 몸 잘 만들어서 서울에서 첫 경기 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메이저리거에 대한 꿈이 예전부터 있었나.
"머릿속으로 어릴 때부터 꿈꿨던 장면은 있지만 아직 메이저리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아서, 메이저리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을 보여드려야 그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LG에서 포스팅을 허락한 덕분이기도 한데.
"그래서 시원섭섭한 느낌도 들었다. 친정 팀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 지금은 모든 것들이 다 감사하다."
- 김하성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됐다.
"정후 통해 먼저 연락처를 받아서 연락드렸다.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외국에서 야구를 하는데 같은 리그에서 뛰었던, 대표팀에서 만났던 선배가 있어서 마음이 안정이 된다."
- FA가 아닌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이유.
"사실 포스팅을 준비한 시간이, 작년 시즌 전부터였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 팀이 우승하지 못했다면 신청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닐 거로 생각했다. 팀이 모두 잘해서 우승했고 나는 발만 담궜다. 그런 기쁜 순간 뒤에 포스팅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내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해서 신청한 것이 가장 컸다. 마지막까지 기다렸는데 별다른 소식이 없어서, 언론에서는 얘기가 나왔지만 적극적인 오퍼가 있지는 않아서 기대하지 않았다. 막판에 오퍼가 오면서 고민을 했다. 사실 FA를 1년 앞두고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왜 그렇게 했는지 묻는 분들이 많았다. LG를 떠나기는 하지만 LG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포스팅을 신청하게 됐다."
"LG라는 구단, 그룹에 내가 남긴 것들은 굉장히 작다. 나 개인의 꿈인데도 믿어주고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
- 기다리는 동안 어떤 마음이었나.
"나보다 에이전시에서 마음고생을 했다. 나는 선수니까 실패했을 때도 준비했다. LG에서 야구하면 되는 거였는데, 에이전시는 계속 좋은 계약을 위해 노력해주셨다. 감사하다."
- 스스로 인정할 메이저리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2월 중순쯤 첫 경기에 들어가거나 할 것 같다. 그때까지 몸을 잘 만드는 것이 첫 번째 같다. 연습경기 하고 타자와 승부하면서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로스터에 들어가야 메이저리거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일단 집에서 좀 쉬고, 다음 주부터는 하던대로 운동하면서 일정을 조율해야 할 것 같다."
- 이니셜 WS Go를 월드시리즈 진출로 해석해 반기는 팬들이 있더라.
"내가 본 건 이름이 좀…그런 것만 봐서. 기분이 나쁘기보다 일단 이름을 제대로 알렸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다행이다. 좋은 쪽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유쾌하게 넘어갈 수도 있어서 이름 지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 LG 팬들에게.
"어떻게 보면 미국에 가야겠다고 결정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LG라는 구단과 팬들의 뜨거운 열정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주신 사랑과 응원에 감사하다. 영원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더 발전해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못 하면 짧게 있다가 돌아올 수도 있다. 그 짧은 시간 안에서라도 발전하고 싶다. 나 개인의 꿈인데도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 LG 선수들에게 연락도 많이 받았나.
"비행기 타는 날까지도 잠실에서 운동을 했다. 짐작을 했는지 알고 그랬는지 연락을 많이 받았다. 돌아가서 잠실에서 인사드리겠다고 했다."
- LG 구단과 나눈 대화가 있나.
"계약 직후에 연락드려서 감사하다고 했다. 축하한다고 해주셨고, 허락해주셔서 감사하고 덕분에 좋은 계약 할 수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 팀에서는 유영찬을 후임 마무리로 꼽던데.
"잘하지 않을까. 의심하지 않고 잘할 거로 생각한다."
- 메이저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진짜 메이저리거가 된다면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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