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관음, 일본 최고의 미불(美佛)…‘백제’는 지우고 싶다(?) [일본 속 우리문화재]
호류지 ‘백제관음’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미불(美佛)이다. 그 아름다움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국보 중의 국보’, ‘동양의 비너스’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1698년 작성된 ‘호류지제당불체수량기’(法隆寺諸堂佛體數量記)는 백제관음과 호류지의 인연을 밝힌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여기에 ‘허공장입상(虛空藏立像)은 백제에서 온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당시엔 관음보살이 아닌 허공장보살(지혜와 복덕을 무한히 중생들에게 베푼다는 보살)로 인식했다. 1886년 궁내성, 문부성 등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조선풍관음’이라 했다. 허공장보살인지, 관음보살인지 명확치 않다가 1911년 호류지에서 관음을 상징하는 아미타여래가 새겨진 보관(寶冠)이 발견되면서 관음보살로 정착됐다.
백제관음이라 널리 불리기 시작한 건 20세기에 들어서면서다. 1919년 나온 와츠지 테츠로의 책 ‘고사순례’(古寺巡禮)가 큰 계기를 만들었던 모양이다. 와츠지는 일본 윤리학 체계 구축과 문화사 연구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당시 나라(奈良) 제실박물관에서 만난 이 불상을 백제관음이라 부르며 인상적인 감상을 남겼다.
“형태 자체의 아름다움을 지향하기 보다는 형태에 의해 암시되는 무언가 추상적인 것을 지향한다. 처음으로 인체에 서 끝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한 놀라운 마음의 소산이다.”
깊은 애정, 넘치는 자부심의 대상이 다른 나라의 고대 왕조에서 유래했고, 그런 이유로 백제관음이라 불리는 것을 일본은 어떻게 생각할까. 백제관음을 소개한 글들을 보면 흔쾌하지는 않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쇼가쿠칸(小學館)이 발행한 ‘일본의 국보 100-팔등신 미불 호류지 백제관음’는 한반도에서 유래했다는 가장 오래된 기록을 부정하면서 시작한다.
“현재는 백제로부터의 도래불(渡來佛)이라는 전래도 의문시 되고 있다. 백제관음은 머리부터 발받침까지 녹나무 한 재료로 제작됐다. 그런데 당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제작된 불상 중 녹나무로 만든 건 현재 전하는 사례가 없다. 반면 그 즈음 일본에서는 같은 재료가 불상 제조에 사용돼 본상(백제관음)은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호류지 소장 ‘구세관음’(救世觀音·국보)과 다른 특징을 가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백제관음을 만든 장인 집단이 따로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보탰다.
‘일본제’임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증거로 호류지 금당 내부를 장식했던 ‘간조반’(灌頂幡·국보)의 문양이 백제관음 팔찌 문양이 동일하다는 점을 들었다. 책은 이런 사실을 근거로 “전래가 불분명했던 백제관음이 오래 전부터 호류지 가까운 곳에 소재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해 졌다”고 적었다.
일본에서 이런 시각은 정설인 듯 싶다. 1988년 도쿄국립박물관 ‘백제관음’ 특별전 도록을 근거로 작성된 일본판 위키피디아에는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다. 브리태니커 국제대백과사전은 “이 조각의 유래는 명확치 않지만 아스카시대(6세기 후반∼8세기 초) 후반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우고 싶은(?) ‘백제’
크게 애정하고, 자랑하는 미술품이 온전히 일본 문화의 소산이길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런 바람에 부합하는 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백제관음이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근거를 가졌다.
그러나 100% 인정하기에는 ‘백제로부터 전래되었다’는 기록이 아무래도 걸린다. 고대 일본에서 제작된 것이 맞다면 왜 당시엔 백제 전래로 못박은 걸까, 라는 의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듯 싶다. ‘백제관음의 유래는 미스터리’라는 정도로 뭉개고 있는 듯 보인다. 백제관음에서 백제를 지우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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