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해태 ‘캡틴’ 김재근 “올 시즌 전 최약체 지목에 오히려 자극받았죠”

황국성 MK빌리어드 기자(ceo@mkbn.co.kr) 2024. 1. 6. 1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PBA팀리그 4R서 팀 극적 우승 이끌어
포스트시즌 전략? “팀원이 자신 경기 책임지는 것”
퍼펙트큐 4번…긴장하면 오히려 집중력 최고
올시즌 목표 포스트시즌+개인투어 우승
크라운해태라온 팀을 상징하는 왕관을 머리위로 그려보이는 김재근. 올시즌 개막전 팀이 최약체로 지목받은게 오히려 4라운드 우승의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 팀리그 시작 전 개막식 현장에서 김현석 해설위원이 크라운해태 팀을 최약체로 꼽더라고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우승에 큰 자극제가 됐습니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PBA 팀리그 4라운드 우승경쟁을 뚫고 최후에 트로피를 거머쥔 팀은 크라운해태라온이었다.

크라운해태에게 이번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그간 따라다니던 ‘만년 준우승’ 꼬리표를 떼내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여건에서 포기하지 않고 극적으로 역전우승했다.

크라운해태 ‘주장’ 김재근(51)은 시즌 시작 전부터 최약체로 지목받은 게 우승에 큰 자극제가 됐고, 여기에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팀웍이 더해져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팀 우승은 구단 지원+팀웍이 가장 큰 힘
눈여겨보는 후배, 조명우 김행직 김준태 김영원
김재근은 실력과 매너를 갖춘 ‘당구계 신사’로 통한다. 그는 프로 이전에도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적 있는 베테랑이다. 아직 PBA에선 우승 타이틀이 없지만, 입상권을 자주 넘나드는 강호다. 팀리그 5라운드 시작(6일)을 앞두고 인천 청라에서 김재근을 만났다.
김재근은 주장으로서 단합을 가장 신경쓴다면서 이번 우승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팀웍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크라운해태가 팀리그 첫 우승트로피를 들었다. 주장으로서 감회가 남다를텐데.

=일단 너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벙찐 기분이었다. 힘들게 우승하니 ‘아, 이게 바로 우리가 수많은 고난을 뚫고 달려온 것에 대한 보상인가’ ‘이제부터 시작인 건가’ 등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이후 마음을 다잡고서 더 힘차게 달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승 순간은 짧지만 앞으로 보여줄게 더 많다는 마음으로 나아가려 한다.

▲우승 후 방송 인터뷰때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많다고.

=당시 우승 소감을 묻는데 웬지 어색한 기분이었다. 내가 방송에서 우승소감을 말한 것 자체가 워낙 오랜만이라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팀리그 우승은 또 처음이니 말이 잘 안나왔다. 무엇보다 우리 크라운해태 관계자들께 다시한번 제대로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렇게 좋은 팀을 구성해 활동할 수 있게 해주신 크라운해태 윤영달 회장님을 비롯, 기종표 단장님과 우리 팀의 7번째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최진효 팀장님 등 구단 관계자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구단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고.

=그렇다. 정말 다방면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대표적으로 우리팀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 임원진, 관계자분들과 매주 산행을 했는데, 당시 회장님께서 선수들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등산장비를 장만해 주셨다. 매주 함께 모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산행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체력도 향상됐고 팀원 및 구단과 더욱 끈끈한 유대감도 형성하게 됐다. 팀웍 다지는데 정말 큰 효과가 있었다.

▲주장으로서 팀 운영할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단합, 즉 팀웍이다. 어떤 연구결과를 보니 사람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려면 최소 4시간 전에는 기상해야 한다고 하더라. 내가 먼저 시험해 보니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시즌 때 팀원 모두 경기 시작 최소 5시간 전에 모여 함께 식사하고 연습했다. 경기 중에도 팀원들에게 몇 가지 주문했다. 바로 함께 응원하는 것이다. 우리 팀은 항상 구령에 맞춰 동시에 응원을 시작한다. 공격에 실패했을 때 오히려 더 크게 박수 쳐준다.

세계팀선수권 우승 멤버…“(최)성원 역할 커”
후진 양성에 큰 관심…체계적인 아카데미 구상
▲6일 팀리그 5라운드를 시작하는데, 4라운드 우승으로 포스트시즌에 직행한다. 포스트시즌을 위한 전략이 있다면.

=전략을 모두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큰 틀에서 각 포지션마다 이전보다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모든 선수가 ‘내가 맡은 세트만큼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갖자는 것이다. 그러면 포스트 시즌에서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구단에서 내건 우승공약이 있는지.

=아직 확실한건 아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우승하면 외국 전지훈련을 보내준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마 5라운드 끝나면 윤곽이 잡히지 않을까.

김재근은 프로 이전부터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으나, PBA에선 아직 우승 타이틀이 없다. “올 시즌엔 팀의 포스트시즌과 개인투어에서 우승하고 싶습니다.”그의 각오다.
▲‘당구계 신사’로 불리며 매너 좋기로 유명하다. 매너를 유독 중시하는 이유는.

=일단 개인적인 성향이 그런 것 같다. 과거 처음 당구를 접했을 때도 당구는 신사 스포츠, 최고 매너를 자랑하는 종목 중 하나로 배웠다. 이후 오랫동안 당구를 쳐 오면서도 매너에 대한 부분을 항상 생각하며 연습했다.

다만 이 부분과 관련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최근 ‘NH농협카드배’ 때 응우옌 프엉린 선수와 경기를 하던 중, 프엉린 선수가 공을 바꿔치려 해 손을 들어 이를 정정해준 적 있다. 사실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인데, 심판이 다가와 “말씀하시면 안된다”고 주의를 줬다.

알고 보니 내 행동이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다음부터는 매너 플레이를 할 때도 규정을 지키는 선에서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해 보니 프엉린 선수도 휼륭한 매너를 갖췄더라. ‘아직 어린 선수이지만 성숙한 마인드를 가진 선수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김재근 선수를 나중에 알게된 당구팬을 위한 질문이다. 당구경력이 30년을 넘는데, 어떻게 당구를 시작하게 됐는지.

=해가 바뀌었으니 32년째다. 1992년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는데 몇 명이 제때 오지 않아. 먼저 온 친구들과 당구치며 기다렸다. 그때 대대를 처음 봤고, 이후 당구에 빠져들어 이듬해 바로 인천당구연맹에 선수등록 했다.

선수등록 한다고 바로 선수가 되는게 아니어서 동호인대회를 있는대로 찾아다녔다. 근데 아무것도 못하고 질 때가 많아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래도 계속해서 당구에 매진했다. 내가 승부욕이 엄청나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이후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영업소에서 자동차보험 및 등록, 채권업무를 하며 선수생활을 병행했다. 90년대 후반부터 IMF 여파로 영업직으로 전환해 딜러 생활을 해야 했지만, 여전히 선수로 활동했다.

▲당구팬들에게는 2017년 세계팀3쿠션선수권 우승 기억이 선명하다.

=일단 그때 우승할 수 있었던 건 최성원 선수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최)성원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성원이는 실제로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예선 때 자신이 생각한 전략을 제안했고, 그렇게 경기했더니 전략대로 예선을 통과했다.

결승 전날 밤에는, 대회를 앞두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오셔서 2층 관객석에서 날 응원하셨다. 다음날 결승전 결정적인 공격 상황에서 내가 조준하는 방향이 딱 꿈에서 아버지가 앉아 계시던 방향이었다. 당시 내 수구가 코너에 위치해 브릿지도 어렵고, 난구풀이도 힘든 공이었다. 게다가 충돌(키스) 가능성이 높은 진로였다. 그런데 정말 간발의 차로 충돌을 피해 득점했다. 이 공격이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늘에서 아버지가 날 도우신 셈이었다.

▲이후 프로 출범과 동시에 2019년 PBA행을 선택했는데.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SNS에 내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데, 그 때만큼은 내 결정에 관한 게시글을 올렸다. 새로운 시도가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누군가는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것이 또다른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PBA 5시즌 차다. 프로 무대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미디어 노출이 많다 보니 극적인 경기가 많아졌다. 룰 특성상 비교적 경기 시간이 짧아 순간적인 몰입도가 많이 향상됐다. (PBA가) 여러 장점을 통해 단체를 잘 다져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LPBA의 경우 출범 이후 여자선수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 이대로라면 LPBA도 조만간 승강제를 하지 않을까 싶다.

▲한번도 하기 어려운 퍼펙트큐를 네 번이나 했는데. (김재근은 개인투어에서 3회, 팀리그서 1회 퍼펙트큐를 기록했다)

=내가 퍼펙트큐를 했을 때를 되돌아보면 긴장을 많이 했을 때더라. 시작과 동시에 엄청 긴장, 매 공격마다 그 긴장감이 이어졌다. 그렇게 하나씩 집중해서 치다 보니 15점에 와 있었다. 나는 스스로 경기 중 일부러 긴장을 주는 편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완급조절이 필요하겠지만, 긴장하면 집중도가 올라가곤 한다.

▲반면 아직까지 PBA 우승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직까지 우승이 없음에도 ‘강호’라고 말씀해 주시는 팬들께 감사드린다. 물론 우승이 없다는 부분은 굉장히 아쉽다. 따라서 누구보다 우승하고 싶다. 그래서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 ‘우승도 해 본 사람이 한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PBA에 오기 전 우승을 몇 차례 해봤기 때문에 ‘PBA는 다르다‘라는 생각보다는 잠시 때가 안 맞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히 노력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조만간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16년간 운영하던 당구장을 최근 매각했다고.

=아내와 미래를 설계하면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했다. 아내도 오랫동안 웨딩사업을 해왔는데 아이도 생겼으니 한쪽 사업을 정리하는게 맞다고 판단했고, 내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동시에 당구에 더 매진하려 한다.

▲많은 선수와 친하겠지만 그 중 각별한 선수를 꼽자면.

=선수생활을 오래 해서 친한 선수들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두 선수만 이야기하겠다. 다른 선수들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하. 우선 나와 같은 시기에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연성 선수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다. 또 2부투어에서 활동 중인 귀여운 동생, 정용권 선수와도 각별하다.

“긴장감이 높아지면 집중도가 올라갑니다. 그런 상태에서 공격하다보면 어느새 15점에 도달합니다.” 김재근은 한 번도 하기 어려운 퍼펙트큐를 네 번이나 기록했다.
▲베테랑으로서 눈여겨보는 후배 선수를 꼽자면.

=항상 장래가 촉망된다 생각했던 선수는 이미 지금 세계 최고 선수가 돼 있다. 바로 조명우다. 과거 함께 국제대회를 다니며 챙겨주고 했던 아들같은 선수가 지금은 세계를 주름잡고 있으니 새삼 대견하고 신기하다. 김행직(전남당구연맹) 김준태(경북체육회)같은 젊은 선수들이 계속해서 잘해주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PBA에서는 프로 최연소 선수인 김영원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와일드카드로 1부투어에 출전해 조재호(NH농협카드그린포스) 선수를 위협했는가 하면, 에디 레펜스(SK렌터카다이렉트)를 이기기도 했다. 근래엔 2부투어로 돌아가 두 대회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애버리지도 상당히 높아 조만간 큰 선수가 되겠더라.

▲후진 양성에도 관심이 많다고.

=내 당구 인생에서 정말 큰 과제 중 하나다. 아직 결혼과 육아 등으로 시가가 안 맞지만 계속해서 구상은 하고 있다. 때가 되면 대규모로, 또 체계적으로 아카데미를 꾸려 후배를 키우고 싶다. 스스로 배우고 가르치는 걸 좋아하다 보니 후진 양성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김재근 선수‘하면 예술구를 빼놓을 수 없는데.

=내가 3쿠션을 접하게 된 계기가 예술구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4구 150점일 때 당구장에 갔는데, 그곳에서 일하던 형이 간단한 예술구를 한번 보여줬다. 그걸 보고 예술구에 매료돼 예술구를 치며 자연스럽게 3쿠션에도 입문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경기 중 난구풀이에는 자신이 있다.

▲사용하는 용품은.

=큐를 비롯해 팁, 장갑 큐가방까지 모두 타스(TAS) 제품을 쓰고 있다. 특히 큐가방은 가벼워 휴대하기 너무 편하다. 오랜기간 나와 동행해주신 타스 강태경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올시즌 개인투어에서의 목표는.

=올시즌 왕중왕전까지 3개 대회가 남았는데, 일단 그 중 한 대회에서는 무조건 우승하고 싶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과거 프로에 오기 전 두 대회 연속 우승하는게 내 장기였는데, 다시한번 그런 장기를 발휘하고 싶다.

▲당구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내가 선수생활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들이다. 당구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있기에 내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시합할 수 있다. 항상 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린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