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보다 무서운 겨울 식중독…손 깨끗이 씻어야 [ESC]
노로바이러스 저온에서 번식
면역력 약한 영유아·고령층 주의
구토·고열·탈수…장염 악화할 수도
식중독은 음식에 들어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원인이 돼 구토·두통·어지럼증·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대부분 2~3일 안에 호전되지만, 면역력이 부족하면 일주일 넘게 증상이 계속되거나 장염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이런 식중독은 기온이 높아 세균 등이 번식하기 좋은 여름철에 많지만, 한겨울에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낮은 기온에서 잘 번식하고 감염력이 매우 강한 노로바이러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병원을 찾은 식중독 환자 수도 봄이나 가을보다는 한겨울에 더 많다.
‘겨울이니까’라는 방심은 금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2년 한해 식중독 환자 수는 약 3만2천명이다. 병원을 찾은 사람이 이 정도이므로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식중독 환자 수는 계절별로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여름철인 6~9월에 매달 3천명이 넘게 보고됐다. 특히 7월에 환자 수가 가장 많아 약 3700명이었다. 반면 봄·가을 환자 수는 2000~2300명을 오간다. 하지만 12월부터 환자 수가 늘어나 약 2400명으로 나타나고, 1월에는 2600명이 넘었다. 1월에 식중독 환자 수가 많은 건 노로바이러스의 위력에 더해, 겨울철에는 음식이 잘 상하지 않으므로 주의를 덜 기울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해마다 늦가을인 10월 중순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다음 해 봄철까지 환자 수가 많다. 또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의 노로바이러스 감염 현황을 보면, 2018년 4725명에서 2019년 5782명으로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2020년 3219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22년에는 4672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잘 지키다가 유행이 지나면서 점차 이를 소홀히 한 탓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올 겨울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이 특히 영유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손 씻기, 끓인 물 마시기, 음식 익혀먹기 등을 당부한 바 있다.
주로 소화기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빠르게는 12시간, 늦어도 이틀 안에 메스꺼움·구토·설사 증상이 나타난다. 복통·오한·발열·근육통 등이 추가될 수 있다. 주된 감염 경로는 노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하수나 음식을 먹을 때인데, 음식은 특히 어패류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오염된 지하수로 씻은 과일이나 채소 등을 먹었을 때에도 감염될 수 있다. 또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 접촉했을 때에도 감염이 가능할 정도로 이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매우 강하다. 또 면역 유지 기간이 짧아 재감염되는 사례도 많다. 노로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환경에서도 사흘 정도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감염이 확인되면 철저한 소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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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로바이러스, 철저히 소독해야
2022년 10월15일~11월18일 노로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연령대로 보면, 0~6살이 39%로 가장 많았다. 이어 65살 이상 20%, 7~18살 16% 순이었다. 영유아의 경우 면역력이 약한 데다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물론 키즈카페 등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감염이 쉽게 전파된 탓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집계한 결과를 봐도 지난달 둘째주까지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된 28건 가운데 20건(71.4%)이 0~6살이었다.
노로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려면 우선 철저한 손 씻기 습관을 들여야 한다. 외출하고 돌아온 뒤에나 식사 전에는 반드시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비누를 이용해 손을 씻어야 한다. 음식을 조리한다면 조리 전 반드시 손 씻기가 필수이며, 배변 뒤에도 마찬가지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있다면 내부 소독도 필수다. 바이러스 감염은 환자의 침과 오염된 손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실이나 변기, 문 손잡이 등은 가정용 소독제로 소독해야 한다. 소독할 때는 시판용 락스를 물과 1 대 50 비율로 희석한 뒤 천에 묻혀 닦아내면 된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배변을 치울 때에도 비말을 통해 감염되지 않도록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감염된 환자가 화장실을 이용한 뒤 물을 내릴 때에는 변기 뚜껑을 꼭 닫아야 노로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능하다면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는 화장실을 비롯해 생활공간을 분리하는 게 좋다. 질병관리청은 영유아나 학생의 경우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증상이 사라진 뒤 48시간까지는 등원·등교를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식중독이 생기면 가장 심한 증상이 구토다. 식중독의 원인균이나 독소 등이 위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구토나 설사는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으로 독소를 배출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라면 지사제 등을 쓰도록 권고하지는 않는다. 설사를 멈추는 지사제가 오히려 독소 배출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탈수를 막기 위해 이온음료나 당분이 포함된 음료 등은 보충해 줄 필요가 있다. 탈수 증상이 나타나거나 고열이 계속되면 장염 등으로 악화가 우려되므로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김양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했다.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로 재직하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사를 썼고,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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