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사로잡아라" 유통가 '반려동물' 전성시대

이나경 기자 2024. 1.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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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한 쇼핑몰에 고객이 반려견 전용 유모차에 반려동물을 태우고 쇼핑에 나서고 있다. 윤원규기자

 

“이번 설 연휴에는 사랑하는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갈 생각입니다.”

지난 5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의왕시의 한 쇼핑몰. 이곳은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가능한 곳으로 손님들은 강아지와 함께 쇼핑을 하고 있었다. 일명 ‘개모차’(강아지 전용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젊은 부부, 쇼핑을 마치고 반려동물과 함께 앉아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중년의 고객도 있었다.

해당 쇼핑몰에 위치한 한 반려동물 전문 숍에 들어서니 총 4층으로 구성된 공간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수영장에서 강사와 수영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강아지 전용 스파와 반려견과 주인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마련돼 있었다. 마치 사람 옷처럼 큐빅과 프릴이 박힌 앙증맞은 옷을 보던 김현숙씨(57)는 “이번 설에 큰딸 부부와 다함께 리조트로 놀러갈 건데, 그때 입힐 (강아지)옷을 미리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의 한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에 일명 '개모차(반려견 전용 유모차)'가 판매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천만 반려인 시대’에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사로잡기 위한 유통업계 마케팅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지난 2017년 2조원대에서 2027년 6조원대(전망치)로 10년 새 3배 성장이 전망된다. 100만원대 애견 전용 유모차, 1회당 20만원대의 유치원 등 관련 시장은 명품·고급화되며 구매력을 갖춘 고객층을 확보해 펫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업계는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딩펫족’(자녀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부부), ‘펫팸족’(반려동물을 마음으로 낳은 자식으로 생각하는 사람), ‘펫미족’(반려동물을 자신처럼 아끼는 사람), ‘혼펫족’(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가구) 등 다양한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쇼핑몰과 호텔, 카페 등은 앞다퉈 ‘펫 프렌들리(반려동물 친화적 문화)’ 정책을 도입하는 모습이다. 동반 입장만 허용하는 게 아니라 펫 전용 샵, 놀이공간 제공 등 적극적인 마케팅이다. 비발디파크에 위치한 반려동물 동반 숙박시설 ‘소노펫클럽앤리조트’는 지난해 설 연휴 등 명절에 만실의 인기를 보이기도 했다. 반려동물과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연휴에 이러한 숙박시설은 특히 인기다.

스타벅스는 5일 국내 스타벅스 최초로 구리시에 반려동물 동반 매장 구리갈매DT점을 열었다. 이곳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시범매장으로 승인 받았다. 의왕시의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코코스퀘어’ 역시 산자부 특례 허가를 승인 받아 반려동물과 식당 동반 출입이 가능하다.

지난 2016년부터 하남점을 통해 ‘펫프렌들리’ 정책을 펼친 스타필드는 각 지점에 펫 놀이 시설과 펫레스토랑을 도입하고 있다. 이외 남양주시의 현대아울렛 스페이스원에 펫파크 ‘흰디하우스’, 화성시의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반려동물 전용공간 ‘위드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반려동물은 자식과 같은 존재”라며 “내 반려견이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쇼핑몰에 마련한다면 고객들도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는데, 이러한 고객을 사로잡음으로써 결국 본인 것만 구매하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 용품도 함께 구매하니 매출 상승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본인과 ‘동일시’하는 심리를 바탕으로 시장은 더욱 세분화·다양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은 자식과 같은, 말 그대로 ‘인생의 동반자’로 내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만족감에 비한다면 반려동물에게 투자하는 비용은 크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며 “'내가 누리는 것만큼 얘도 그랬으면 좋겠어'라는 심리를 채우기 위해 앞으로 반려동물과 관련한 시장은 더 커지고 세분화되고 다양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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