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파리올림픽 성적보다 경기력 향상 초점"[인터뷰]
문체부와 협의해 로잔 국외연락사무소 가동
[서울=뉴시스] 문성대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올해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지원과 엘리트 체육 활성화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신년을 맞아 뉴시스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오는 7월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1980년대 들어 스포츠 강국 반열에 올랐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종합 10위에 오른 후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한 번(2000년 시드니올림픽 12위)을 제외하고 모두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6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그쳐 종합 16위에 머물렀다.
한국 스포츠의 세계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기흥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20위권 성적을 예상하기도 했다. 태권도, 양궁 등 전통적인 효자 종목에서 격차가 좁혀지면서 더 이상 금메달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이 5~6개에 그칠 수도 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훈련을 통해 선수단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엘리트 체육을 강화해 장기적인 발전 방향과 함께 올해 추진할 정책과 사업, 로잔 국외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갈등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이기흥 회장과의 일문일답
-2024년 올림픽의 해를 맞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대한체육회는 파리올림픽 경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2024년 국가대표 강화훈련 사업을 신속하게 승인받아 2분기 내 종목별 예산을 집중 지원하고 선수촌 운영 및 올림픽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유망주 특별지원 및 올 케어 서비스를 확대 지원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파리올림픽 선수단장을 조기 확정해 안정적인 경기력 지원을 도모하고자 한다. 또 올림픽 대비 TF 구성을 통해 항저우하계아시아경기대회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경쟁국 훈련시스템에 대응해 대한민국 선수단의 경기력 극대화 및 성적 반등을 이루고자 한다."
-파리올림픽 예상 성적은.
"엘리트 체육의 과도기와 선수단 세대교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지난 항저우하계아시안게임에서 직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대비 일본과 금메달 격차를 26개에서 10개로 줄였고, 전체 메달 수는 일본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20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다변화된 종목의 활성화와 선수 육성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이 5~6개에 그칠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위기 의식을 갖고 훈련을 통해 선수단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단기적으로 파리올림픽, 장기적으로는 2026년 나고야하계아시안게임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
-한국 엘리트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최근 대한민국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선수 수급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엘리트체육의 국제 스포츠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한 학교운동부 및 학생선수의 증가를 유도해 엘리트체육에 대한 관심 증대 및 선수의 풀을 넓히고자 한다. 우선 상장기업의 학교운동부 후원 의무 조항을 신설해 코스피,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이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학교운동부를 의무적으로 후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 아울러 전국체육대회 종합점수 제도를 개편해 인구 감소 및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역별 경기력 편차를 줄이고 타 시도의 체전 관심도를 제고해 지방의 선수 육성 및 창단 동기를 부여하고자 한다."
-올해 추진할 중점 사업은?
"효율적인 국가 체육정책의 수행을 위해 의사결정과 집행기능을 수행하는 합의제형 중앙행정기관인 '국가스포츠위원회'의 신설을 본격 추진하고자 한다. 또한 전국체육대회가 특정 시도(경기, 서울, 경북)에서 종합순위 1~3위 대부분을 석권하고 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화로 서울·경기 등 특정 시도의 종합순위 석권으로 이어져 종합순위제도가 고착화 되고 있다. 이에 올해는 전국체육대회의 종합순위제도 등에 대한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앞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전국체육대회의 개최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 마련을 추진하겠다."
"지방체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체육대회 개최뿐만 아니라 생활체육 프로그램의 보급 등 풀뿌리 체육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체육회의 재정 안정화가 필요하다. 국민체육진흥법에 국가, 지자체의 지방체육회 예산 지원이 의무화 되어 있긴 하나, 지자체의 운영비 지원 범위(금액)는 지자체별 조례에 따라 규정되고 있어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지방체육회 지원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체육회장의 정치적 성향 차이에 따라 예산 지원이 끊겨 지방체육회가 재정난을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교육 분야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같이 지방체육회 운영 지원에 대해 법령으로 지원 비율을 명시하는 방안 등 지방체육회의 재정 안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
-올해 초부터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된다. 체육회의 역할은.
"1월에는 강원도에서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가 펼쳐진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올림픽대회 유산과 가치를 계승, 발전하면서 우리나라 동계스포츠의 여건 및 경쟁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한체육회는 대회 조직위원회와 함께 정부 및 지자체 간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회 준비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대회 준비 막바지인 현재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서 무엇보다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단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대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박인비의 IOC 선수위원 가능성이 있는데.
"박인비 선수가 파리올림픽에서 열리는 IOC 선수위원회 선거의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것은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를 한 단계 더 확장하는 데 있어 고무적인 성과다. 박인비 선수가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달성한 골프 역사상 최초의 '골든 그랜드슬램'과 같은 상징적인 성과를 낸 점, 현재 '워킹맘'이자 '선배 운동선수'로서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동료 및 후배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올림픽 가치가 확고한 점에서 다른 후보자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 때문에 차기 선수위원으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다."
-IOC가 있는 스위스 로잔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로 문체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데, 해결 방안은.
"로잔 국외연락사무소를 설립해 전문 인력을 상주 근무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의 스포츠 외교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사업예산은 2023년 국회 예산 8억원과 2024년 정부예산 4억원이 반영돼 있으며, 지난 9월 스위스 현지 방문을 통해 IOC와의 사전 협의를 완료했다. 또한 스위스 주 정부 및 주스위스대한민국대사관 등 유관기관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사무소 운영 여건 조성을 위해 국제스포츠과학기술원(AISTS) 시설 내 대한체육회 사무공간을 확보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현재까지 약 9개월간 사업 추진을 위해 문체부와 사업계획 협의를 지속했으나, 문체부의 사업계획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문체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부처와 사업계획 추진 방향에 대해 협의가 마무리 되는대로 조속히 현지 법인설립을 추진하고 올해 스위스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스포츠기구와 협력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dm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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