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도 끄덕없는 철강 제조…현대제철 인천공장[역동의 산업 현장을 가다⑦]

이다솜 기자 2024. 1.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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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철강회사' 현대제철 인천공장 방문기
전기로 통해 철스크랩 쇳물로…'H형강 탄생 과정'
까다로운 제작 과정으로 '건설강재 선두주자' 우뚝
[인천=뉴시스] 현대제철 인천공장 H형강 생산 모습. (사진=현대제철) 2024.0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이다솜 기자 = "고철 덩어리에 불과한 철 스크랩이 이곳의 전기로를 거치며 쇳물로 변신합니다. 1시간에 90톤에 달하는 철 스크랩이 전기 에너지를 통해 금새 액체로 바뀌는 거죠."

지난 5일 찾은 현대제철 인천공장. 국내 최초의 철강업체인 현대제철은 1953년 6월 '대한중공업사'로 출범했다. 인천공장은 같은 해 국내 최초로 설립된 한국 철강업계의 모태다.

이날 방문한 '80톤 제강공장'은 1992년 준공한 4300평 규모의 공장으로, 연간 70만톤 형강을 생산한다. 특히 현대제철의 건축용 H형강인 H-BEAM의 소재 '빔 블랭크'(BEAM BLANK)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철덩어리가 쇳물로…인천공장 '전기로'

공장에 들어서자 공중에 매달린 회색빛의 커다란 쇠 바구니 '장입 버킷'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버킷에는 배합비에 맞춘 다량의 철스크랩(고철)이 한가득 담겨 있다. 이후 기중기가 철컥-하며 전기로 상단으로 이동시키자 곧 바켓의 바닥이 열리며 내용물이 전기로로 쏟아졌다.

주황색을 띤 전극봉을 통해 전력 에너지를 전달하자 굉음과 동시에 전기로에 화염이 솟구쳤다. 귀마개를 꽂고 있어도 선명한 굉음이었다.

이는 고철 덩어리인 철 스크랩을 고온을 통해 용강(쇳물)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수십미터를 떨어져 있어도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이렇게 불순 성분을 제거하는 정련 과정까지 거친 뒤 쇳물은 다시 '래들'에 담긴다.

다음 단계는 LF(LADLE FURNACE) 공정이다. 래들 안에 담긴 쇳물을 전극봉을 통해 1200도까지 높이고, 품질 향상을 위해 합금처리나 부원료 등을 넣어 추가 정련을 거친다. 이후 쇳물은 기중기를 통해 연속주조설비로 올라가, H형상의 몰드(틀)에 주입돼 냉각수를 통해 단단한 형태로 응고된다. 여기까지 마치면 H형강의 반(半)제품인 빔 블랭크가 완성된다.

압연공장서 쇳물은 'H모양 형강'으로 변신

빔 블랭크를 원하는 모양과 길이에 맞게 성형하는 '압연' 과정도 중요하다.

제강공장과 붙어있는 압연공장에 들어서자 1200도로 온도가 높아져 붉은색으로 잔뜩 달궈진 빔 블랭크가 롤링 테이블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 목격됐다. 뜨겁게 달궈진 고철 여러개가 이동하기 때문에 제강공장도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1차 압연에서는 빔 블랭크가 압연기를 좌우로 왔다 갔다하는 '리버싱 방식'을 통해 압연을 진행했다.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10m의 빔 블랭크는 1차 압연을 통해 30~40m로 늘어난다.

이후 2차 압연에서는 빔 블랭크가 3개의 압연기를 통과하며 단면적은 줄어들고, 길이는 더 길어진다. 이 단계에서 역시 고온으로 달궈진 형태가 지속됐고, 최종 형상 전 단계까지 끊임없이 압연이 이뤄졌다.

최종압연은 제품 형상을 결정하는 마지막 과정이다. 용도에 따라 두께, 폭, 길이 등이 천차만별인 만큼 고객의 주문에 따라 이를 적절한 모습으로 성형해 완제품을 완성한다. 추후 길이에 맞게 잘라 묶으면 비로소 고객사로 출고될 준비를 마친다.

공장 뒷편에서는 출고 준비를 마친 기다란 모양의 H형강 완제품 수십개를 직접 볼 수 있다. 두께가 아주 얇은 것부터, 두꺼운 것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김윤필 현대제철 대형압연팀 책임매니저는 "두께 40mm 이상의 H형강 '극후빔'은 기술이나 핸들링이 어려워 국내에서도 제작할 수 있는 곳이 극소수"라며 "통상 유명 대형 쇼핑몰 등 큰 건축물 지하 등에 기둥을 세우는 데 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현대제철 H형강 제품. (사진=현대제철) 2024.01.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건설강재 강자'된 현대제철 H 코어…롯데월드타워에 쓰여

이처럼 까다로운 제작 과정을 거치는 만큼 현대제철은 건설분야 구조용 강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내진성능이 확보된 SHN(건축구조용 압연형강) 강재를 개발했고, 2019년에는 고강도 내화내진 복합성능을 가진 H형강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제품들은 국내에서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김천 한국전력기술사옥 및 해외에서는 필리핀 아레나콘서트홀, 남극 장보고기지 등 각종 건축물에 쓰였다.

이런 노력을 기반으로 지난 2022년에는 프리미엄 건설용 강재인 'H 코어'를 론칭했다. 건축 분야뿐 아니라 도로, 교량, 댐 등 토목분야와 플랜트, 플랜트, 에너지 시설 등 건설산업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주력 제품 역시 형강·후판·철근강관·열연냉연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지난 2017년에는 내진용 건축 브랜드인 'H 코어'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지진으로 인한 건축물 붕괴로 재산과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재부터 안전성을 확보한 특별한 제품이다.

쇼핑몰서 옷 사듯 형강 구매…구매 편의성 ↑

현대제철은 최근 H 코어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구매 편의성를 더욱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H 코어 스토어'를 오픈하고 철근과 형강 등 봉형강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B2B 도매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통해 주문부터 배송까지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구매자는 일반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듯 최저가를 제시하는 유통사를 선택해 비교 구매가 가능해졌다. 최소 구매 단위도 없고, 결제방식도 가상계좌를 활용한 현금결제 외에 현대카드 등 카드결제도 지원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 현장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여러 강재를 개발하고 양산체제를 갖춰온 만큼, 앞으로 고성능 강재 개발에 역량을 기울여 산업발전에 더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itize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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