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 "실적 위한 수사? 檢,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이용"

전남CBS 시사의창 인터뷰
사건 발생 15년 만에 재심 결정…다시 수면 위로
검찰 수사 영상에서 '강압수사' 등 근거 다수
보호 받아야 할 약자 '실적의 수단' 삼아
검사 불복 없을 시, 재심 확정

핵심요약

■ 방송 : 전남CBS 라디오 <시사의 창> FM 102.1/89.5(순천) (17:00~17:30)
■ 진행 : 유대용 기자 ■ 제 작 : 전남CBS 보도제작국, 이세영 작가
■ 대담 : 박준영 변호사

◇ 유대용> 순천 청사가리 막걸리 사건에 대해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백씨 부녀의 재심이 결정됐습니다. 어제 집행정지로 나왔는데요. 담당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를 통해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준영> 안녕하세요.

◇ 유대용>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 15년 전인 2009년에 일어난 사건인데요. 어제 재심이 결정됐어요.

◆ 박준영> 네 어제 재심이 결정됐습니다.

◇ 유대용> 시간이 너무 흘러서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는 청취자들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 박준영>2009년 7월 6일에 발생한 일입니다. 관할구역은 순천에 있는 작은 마을 이었구요. 그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섞여 있는 막걸리를 마시고 두 분이 돌아가시고 두 분은 뱉어내서 다행히 화를 면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분 중 한 분의 가족들이 지금 백씨라는 남편과 딸인데요. 이들은 범인으로 몰려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받았습니다. 15년 만에 재심이 개시된 거죠.

◇ 유대용> 그렇다면 변호사님께서 이 사건의 재심을 어떻게 맡게 되셨나요.

◆ 박준영>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사건에 대해 세 번 방송을 했는데, 이 사건을 공론화한 작가가 있습니다. 그 작가를 통해 의뢰를 받았고, SBS '당신이 혹하는 사이' 제작진을 통해 다시 다뤄보고 싶었다는 요청을 받게 됐습니다. 이후 제가 2021년 순천지검에 방문해서 영상 녹화물과 수사기록물을 확인했고요. 사건이 방치가 돼 있었고, 제때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 거였죠.

◇ 유대용> 당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백씨 부녀가 범인이 된 이유는요?

◆ 박준영> 시골은 음식을 나눠먹는 문화가 있잖아요. 그 당시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가 대문 근처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누군가가 갖다 놓은 걸로 알고 이 남편분이 일을 나가기 전에 집에 올려놓고 일을 나가신 거예요. 어쨌든 청산가리가 섞인 막걸리인 줄 모르고 갖다 놓았다 하더라도 일단 그 과정 속에 개입이 되어 있고요.

◇ 유대용> 검사의 조사실 녹화 영상을 보고 검찰이 강압수사를 한 것으로 판단하신 건가요.

◆ 박준영> 재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사 과정이 담긴 영상 녹화물을 봤고, 조사 과정 일부를 녹화한 것이긴 하지만 강압, 회유, 이간질 등 못된 수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 유대용> 녹화 영상을 보면서 변호사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나요.

◆ 박준영> 영상 분량이 굉장히 많습니다. 강압수사라고 판단한 직접적인 근거는 영상 전반에 가득합니다. 어느 특정 부분이 좀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실적을 위해서 사람을 이용했다고 본거고요. '실적의 수단화가 됐다'라고 판단됐습니다. 조작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수사를 했던 수사관들이 별다른 근거 없이 너무 쉽게 이 분들을 특정한 거죠. 수사를 하면서 모순이 보이고 의심이 되는 부분이 발견됐는데도요. 이들은 보호 받아야 할 약자였어요. 많이 배우지 못했고 가난했고 발달장애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었고, 결국 못된 수사의 대상이 될만한 사람들로 인식됐던거죠.

◇ 유대용> 그러니까 이런 정황들이 인정되면서 재심이 결정된 거죠?

◆ 박준영> 그렇죠. 영상이 재심 과정에서 제출이 됐고, 당시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굉장히 광범위한 수사를 했는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CCTV도 확인됐고 정말 오이 농사에 청산가리를 사용하는지 농업인들을 상대로 진술도 상당히 많이 받았고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수사를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그런 의미 있는 수사 결과물이 백씨 부녀의 어떤 무죄를 뒷받침하는, 그러니까 혐의를 의심하게 하는 증거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이 누락됐던 거죠.

◇ 유대용> 강압수사한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의 담당 검사의 행적도 궁금한데요. 담당 검사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 박준영> 만나본 적은 없는데요. 좋지 않은 일로 검사직에서 면직됐고 변호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고 지금은 변호사 자격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유대용> 어제 부녀가 출소했는데, 오랜 시간 교도소에 있었기 때문에 사회에 나와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박준영> 어제 출소할 때 만났고요. 십수 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신 거잖아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아버지 백씨의 경우는 60대 중반에서 70대 어르신이 되지 않았습니까. 오늘은 병원에 가신 걸로 알고 있고요. 점점 적응해 가셔야죠. 가족들이 함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대용> 앞으로 재심 절차는요?

◆ 박준영 > 검사가 불복을 하지 않으면 재심이 확정되고요. 재심 확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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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박사라 기자 sarai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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