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100억→KIA 우승→22억 새역사…한국야구에 이런 스토리 또 있을까, 최형우는 이미 전설이다

윤욱재 기자 2024. 1. 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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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최형우는 40대의 나이에도 식을 줄 모르는 방망이를 자랑한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벌써 40세가 넘었는데 그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모른다. '방출생 신화'를 쓰고 FA의 새 역사를 썼던 선수는 4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팀내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

KIA 타이거즈의 '살아있는 전설' 최형우(41)가 이번엔 '40대 신화'를 작성했다. KIA와 역대 최고령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또 한번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KIA 타이거즈는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최형우와 계약 기간 1+1년에 연봉 20억원, 인센티브 2억원 등 총 22억원에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최형우가 2024시즌 인센티브 기준을 충족하면 2025년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내용이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최형우라면 이와 같은 계약을 따낼 자격이 있다. 야구 선수로서 나이가 황혼기에 접어들었다지만 그의 방망이는 여전히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KIA와 비FA 다년 계약을 마친 최형우는 "구단에서 다년 계약이라는 좋은 조건을 먼저 제시해줘 감사하다"며 "가을야구의 함성을 광주에서 들을 수 있도록 팀 동료들과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선수 생활을 하는 마지막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한결 같았던 선수로 타이거즈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구단에서도 최형우의 가치를 인정한 이유는 충분했다. 심재학 KIA 단장은 "최형우는 뛰어난 성적은 물론이고, 클럽하우스 리더로서 동료 선수들에게 항상 모범이 되었기에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동료 선수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KBO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형우가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 입성한 것은 바로 2002년.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의 이야기다. 그러나 천하의 최형우도 처음부터 최고의 타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2002년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그해 1군에서 4경기에 나와 타율 .400을 쳤지만 5타수 2안타를 기록한 것이라 큰 의미는 없었다. 2004년에는 2경기에 나와 2타수 무안타를 남긴 것이 전부였던 최형우는 삼성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으면서 야구 인생에 시련이 시작됐다.

▲ KIA와 1+1년 총액 22억 원에 다년 계약을 한 최형우 ⓒKIA 타이거즈
▲ 최형우 ⓒ곽혜미 기자

그럼에도 최형우는 경찰청에서 재기의 의지를 불태웠고 2008년 삼성에 재입단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최형우 신화'는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마침 세대교체를 단행한 삼성은 최형우를 비롯해 박석민, 채태인 등 젊은 타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했고 최형우도 마음껏 뛸 수 있는 '놀이터'가 제공되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최형우는 2008년 126경기에 나와 타율 .276 19홈런 71타점을 남기면서 급성장했고 프로 7년차에 신인왕을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 역대 중고신인이 신인왕을 차지한 몇 안 되는 사례다. 2009년 113경기에서 타율 .274 23홈런 83타점을 남긴 최형우는 2010년에도 타율 .279 24홈런 97타점을 기록하면서 점차 홈런과 타점 개수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최형우가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의 반열에 올라선 순간은 바로 2011년. 때마침 삼성도 '왕조 시대'를 열어젖힌 시기와 딱 맞아 떨어진다. 최형우는 2011시즌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340 30홈런 118타점을 폭발했고 삼성도 5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에 취했다. 2012년에는 125경기에서 타율 .271 14홈런 77타점으로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최형우는 2013년 128경기에서 타율 .305 29홈런 98타점을 날리며 화려하게 부활하더니 2014년에는 113경기에 나와 타율 .356 31홈런 100타점을 폭발하며 타자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특히 최형우가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터뜨린 끝내기 안타는 시리즈 전체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한방으로 역사에 남았다.

이후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최형우는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2015년에는 144경기에 모두 출전하면서 타율 .318 33홈런 123타점을 폭발하며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작성한 최형우는 2016년 타율 .376 31홈런 144타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표를 남기며 생애 첫 타격왕에 등극하는 감격을 맛봤다.

늦게 피운 꽃이다보니 FA 대박의 순간도 남들보다 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들보다 늦었다고 해서 그의 가치가 하락한 것은 아니었다. 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로 우뚝 선 최형우는 FA 사상 첫 100억 시대를 개척하며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최형우에게 과감하게 100억을 베팅한 구단은 다름 아닌 KIA였다.

KIA는 최형우와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최형우가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 순간이었다. 지금이야 100억원대 계약이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사상 최초'였다. "너무 비싼 금액이 아니냐"는 여론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소리가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최형우는 2017년 KIA 유니폼을 입자마자 142경기에 나와 타율 .342 26홈런 120타점을 폭발했고 KIA는 최형우의 합류로 리그 최강 타선을 구축하며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우승 청부사'였던 것이다. 사실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우승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큰 금액을 들이더라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KIA의 '대투자'는 그렇게 성공으로 귀결됐다.

▲ KIA 최형우는 여전히 건재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KIA 타이거즈
▲ 최형우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KIA타이거즈

최형우는 2018년 143경기에서 타율 .339 25홈런 103타점을 남기며 명성을 이어갔고 2019년 136경기에서 타율 .300 17홈런 86타점을 기록한데 이어 2020년 140경기에 나와 타율 .354 28홈런 115타점을 폭발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8세.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 한번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나이가 거꾸로 가는 선수의 표본이었다. 40대를 앞두고 다시 한번 FA 자격을 얻은 최형우는 KIA와 3년 총액 47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은 것이다.

물론 부침도 있었다. 40대의 나이로 향하던 그는 2021년 104경기에서 타율 .233 12홈런 55타점, 2022년 132경기에서 타율 .264 14홈런 71타점으로 명성에 흠집을 냈다. 보통 이런 경우에 하락세가 지속되기 마련. 그러나 최형우는 달랐다. 지난 해 121경기에 나와 타율 .302 17홈런 81타점으로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사실 불의의 부상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누적 기록과 함께했을 것이다. 최형우는 지난 해 9월 2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팀이 0-1로 뒤지던 7회말 선두타자로 나왔고 우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마침 '최형우 시프트'를 걸었던 KT 2루수 박경수가 점프 캐치를 시도했고 타구는 박경수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나왔다. 황급히 공을 잡은 박경수는 1루로 송구했고 1루수 박병호도 베이스로 돌아가 포구를 시도했다. 마침 1루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던 최형우는 그 과정에서 넘어지고 말았고 그라운드에 쓰러져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경기장에 앰뷸런스가 출동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결국 최형우는 구급차에 실려 경기장을 떠났고 사실상 KIA의 5강 경쟁도 그렇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당시 KIA는 나성범이 햄스트링 부상, 박찬호가 팔뚝 부상, 최원준이 종아리 부상에 시달리는 등 지긋지긋한 부상 악령에 괴롭힘을 당했는데 '최후의 보루'였던 최형우마저 '시즌 아웃'이 되면서 5강 경쟁의 동력을 잃고 말았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최형우는 좌측 쇄골 분쇄고절 및 견쇄관절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즌 아웃이었다.

최형우가 40대의 나이가 넘었음에도 KIA 타선에서 보여주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KIA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최형우에게 1+1년 총액 22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이유도 바로 이런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KIA는 지난 시즌 5강행 티켓을 아깝게 놓쳤고 올해 명예회복의 해로 삼아야 하는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젊은 거포 타자들의 성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최형우라는 버팀목마저 없었다면 KIA의 시즌 구상은 정말 끔찍했을 것이다.

최형우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면 정말 한국야구에 다시 이런 스토리가 나올까 싶다. 방출의 역경을 극복하고 늦깎이 신인왕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KBO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선 최형우는 FA 사상 첫 100억원 계약 시대를 열어 젖혔고 40대의 나이에도 비FA 다년 계약을 맺을 정도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이미 최형우는 KBO 리그 통산 1542타점, 통산 2루타 490개로 역대 1위에 올라섰고 통산 타율 .312로 역대 12위, 통산 2323안타로 역대 3위, 통산 373홈런으로 역대 4위에 위치할 정도로 레전드급 누적 기록을 자랑한다. 스스로는 "나는 레전드 선수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사실 지금 당장 그라운드를 떠나도 레전드라는 칭호가 따라 붙을 커리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그의 야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 최형우는 올해도 KIA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KIA 타이거즈
▲ 최형우가 올해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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