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병원 기부한다더니 14억원 꿀꺽… 3000만 인플루언서 최후
이탈리아 인플루언서가 제과업체와 협업해 케이크 수익금을 어린이병원에 기부하겠다고 홍보해 놓고, 실제로는 한 푼도 기부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논란이 빚어졌다. 현지에서는 ‘광고계 손절’은 물론 총리까지 해당 인플루언서를 간접적으로 비난하고 나서는 등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5일(현지 시각)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3000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키아라 페라니(36)는 2022년 11월 제과업체 ‘발로코’와 협업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고 어린이병원에 기부도 하자”는 취지로, 케이크는 페라니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점을 강조해 홍보에 나섰다.
이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의 3배 가격에 판매됐다. 케이크 홍보를 대가로 페라니가 발로코 측으로부터 받은 광고비는 100만유로(약 14억4000만원) 이상이었다.
이탈리아 반독점 당국의 조사 결과, 발로코는 어린이병원에 수익금을 일절 기부한 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함께 기부하자”는 취지의 홍보를 내세웠던 페라니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태와 별개로 페라니가 과거 해당 어린이병원에 5만유로(약 7200만원)을 기부했던 게 전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당국은 ‘부정확한 상업 광고’ 혐의로 지난달 페라니와 발로코에 각각 107만5000유로(약 15억5000만원), 42만유로(약 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에서는 “단지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고 먹은 케이크가 됐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페라니가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호화스러운 생활을 올려왔던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거짓말로 모은 돈으로 삶을 과시하면서 산 거냐”는 것이다. 논란이 불거진 뒤 순식간에 9만명의 팔로워가 줄었다. 디지털 전략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 기업 ‘드레브’는 라레푸블리카에 “예상과 달리 팔로워 감소 곡선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점점 더 팔로우 취소 추이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페라니가 어린이병원에 광고비였던 100만유로 기부를 약속하며 “상업적 활동과 자선 활동을 연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광고계에서는 페라니를 발 빠르게 지웠다. 당초 이탈리아 코카콜라는 지난해 12월 페라니와 촬영한 광고를 올해 현지 국민 가요제인 ‘산레모 가요제’ 개막 직전인 이달 말부터 송출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철회했다. 현지 안경테 제조업체 ‘사필로’도 페라니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했다.
여파는 정치권으로도 이어졌다.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는 한 청년 주최 행사에서 페라니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자선 활동을 할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케이크이지만, 그 가격은 단지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며 “진정한 역할 모델은 이탈리아의 우수성을 발명하고,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두산, 외국인 투수로 메이저리그 28승 좌완 콜 어빈 영입
- 러 국영 TV서 “우리 걸프렌드”라던 자가 美 정보기관 총괄 수장?
- South Korean opposition leader convicted of election law violation
- 농구 드래프트 사상 처음으로 고교생이 1-2순위 지명받아
- 북한 소음방송 피해 강화 주민들에 ‘방음창 설치’... 인천시, 긴급 지원
- 베네수엘라-미국, 지옥문 지나 프리미어12 4강 진출
- 與 “이재명 징역형 사필귀정…비겁한 거짓말 사죄해야”
- 중년 접어든 후 매일 딱 ‘160분’… 기대수명 5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
- 이재명에게 징역형 선고, 한성진 부장판사는 누구?
- 법원 모인 이재명 지지자들, 재판부 향해 “미친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