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은행’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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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선진국에서도 은행 부문에 횡재세가 부과됐으나 캐나다의 경우 은행 주가 하락으로 오히려 배당 관련 세수입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횡재세보다는 은행권의 자발적인 상생협력 방식을 지지한다." 2023년 12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윤석열 대통령과 접견한 자리에서 한 말이라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빅스텝·자이언트스텝' 같은 국내외 정책금리 인상에서 비롯된 한국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수익'에 상생기여금(부담금)을 거두거나 '횡재세'를 물리자는 논란에 IMF 총재까지 한마디 보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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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선진국에서도 은행 부문에 횡재세가 부과됐으나 캐나다의 경우 은행 주가 하락으로 오히려 배당 관련 세수입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횡재세보다는 은행권의 자발적인 상생협력 방식을 지지한다.” 2023년 12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윤석열 대통령과 접견한 자리에서 한 말이라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빅스텝·자이언트스텝’ 같은 국내외 정책금리 인상에서 비롯된 한국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수익’에 상생기여금(부담금)을 거두거나 ‘횡재세’를 물리자는 논란에 IMF 총재까지 한마디 보탠 셈이다.
은행산업의 높은 이자수익(국내 은행 2023년 1~9월 이자이익 44조2천억원)이 은행 자체의 별다른 노력이나 신기술 개발보다는 단순히 시장금리 상승에서 비롯된 것은 틀림없다. 즉 대출금리 산출식에서 은행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항목은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조정일 뿐이고, 은행채 같은 시장자금 조달 비용과 기본금리(코픽스)는 한국과 미국 등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영역에 맡겨졌다. 누적된 고금리로 고통을 겪는 취약층 가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은행 이자이익 중 일부를 세금으로든 기여금 방식으로든 돌려주자는 요구가 정부·국회·시민사회 곳곳에서 시대적 요청처럼 제기된 게 벌써 약 2년째다.
은행법상 은행은 민간주식회사다. 주주가치를 지향하는 소유·지배 구조와 영리활동 추구를 원리로 하지만, 소비자·생산자·판매자와 가계·기업·정부 누구나 이용할 수밖에 없는 기초 경제인프라다. 국가의 은행 영업면허 규제가 보여주듯이, 은행은 공적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조직의 성격을 갖는다. 은행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한국은행과 함께 이른바 ‘무자본 특수법인’으로서 준공공기관 위상인 것과 같다.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변경 효과가 금리·신용공급·자산가격·환율·기대 등 수많은 경로로 국민경제 각 부문에 파급되듯이, 금융인프라로서 은행의 수익과 영업 행태도 시장에서 생산·소득·분배·지출, 상품·자본 가격 등 거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비의도적이고 소극적 의미에서의) 힘이 있다. 가계대출이 주택가격을 움직이고, 고금리 이자수익은 대출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를 낳는다. 예금금리 조정은 주식·채권 같은 자본시장의 가격변동과 얽혀 있을 뿐 아니라, 대출자로부터 받은 이자이익의 일부를 예금자에게 얼마만큼 넘겨줄 것인가의 문제도 포함한다.
은행의 이자이익 함수는 예대마진(대출금 이자수익률-저축성 예수금 이자비용률), 순이자마진(예대마진+요구불 예금금리+채권 등 유가증권과 외화자금 이자), 대출액 총량(총자산 및 자기자본), 대손충당금 등으로 구성된다. 은행 쪽은 “마진율보다는 지난 10여 년간 주택담보가계대출 급증세 지속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중소·자영업·소상공인 정책금융 요청에 따른 대출총액 증가가 주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부담금이나 횡재세에 따른 은행의 전략적 선택(우선·차등 대출 취급 등 대출 포트폴리오 변경)에 따라 취약계층이나 벤처혁신 부문 대상의 대출신용이 오히려 과소 공급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물론 은행 영업에서 발생한 이익의 최종 처분 권한이 주주총회에 있고 IMF 총재도 그래서 ‘은행 주가 하락과 배당금’을 언급한 것일 테다. 하지만 은행의 경제적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이자이익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즉, 대출금리와 예대마진율 하향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어떤 ‘사회적 개입’은 세금이든 부담금으로든 그럴 만한 정당성과 근거가 있고, 은행 자신도 일종의 책무를 느낄 수밖에 없다.
한겨레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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