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혐의' 유아인, 30분의 첫 재판 비하인드

2023년 12월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 (박정길·박정제·지귀연 부장판사)에서 배우 유아인의 첫 재판이 진행됐다.

유아인은 무슨 말을 했나

2023년 12월 12일, 마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유아인에게 적용된 혐의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이다.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 사이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을 위한 수면 마취를 이유로 181차례나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투약량이 프로포폴은 무려 9635.7ml나 되며 미다졸람 567mg, 케타민 11.5ml, 레미마졸람 200mg 등으로 조사됐다.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타인 명의로 44차례에 걸쳐 스틸녹스·자낙스 등의 수면제 1,100여 정을 불법 처방받아 구입한 혐의도 있다. 또한 2023년 1월 공범인 지인 최 아무개 씨(32세) 등 4명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불법 흡연했으며 타인에게 대마초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유아인은 지인 최 씨와 함께 공범인 유튜버 양 아무개 씨를 해외로 도피시키고 또 다른 공범에게는 진술 번복을 위해 회유 및 협박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의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유아인 측 변호사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대마 흡연은 인정한다”고 밝히면서도 “증거 기록 열람·등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통상 기록보다 (양이) 2배는 되고 개인정보도 있어 시간이 걸려 사실관계 등은 차회 의견서를 통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 엄홍식의 대마 흡연 교사, 증거인멸 교사 혐의와 피고인 최 씨의 마약류 방조와 보복 협박 혐의는 다투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유아인 측은 대마초 불법 흡연만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유아인 측 변호사는 “나머지 공소사실은 일부 사실과 다른 과장된 부분이 있어 사실관계와 법리에 비춰 검토할 부분이 다수”라며 “증거 기록을 충분히 검토한 후 의견을 밝히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유아인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입장이 재판에서도 이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검찰이 다양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데 반해 유아인 측은 대마초 흡연을 제외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법정 다툼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과 피고인 변호인 측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 등으로 진행되는 첫 재판의 특성상 법정에서 유아인은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재판부가 직업을 묻는 질문에 “배우입니다”라고 답한 정도가 전부다.

법정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을 만난 유아인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남은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하며 할 수 있는 설명들을 해나가도록 하겠다”면서 “특히 저로 인해 크게 실망하시고 피해를 보신 이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첫 재판이 끝난 뒤 다시 취재진 앞에 선 유아인은 “공소사실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다수 있다”며 “해당 부분에 대해 앞으로의 재판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어느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법조계에서 화제가 될 만큼 막강 변호인단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유아인은 인피니티 법률사무소의 변호사 3명을 선임했다. 가장 눈길을 끈 박성진 변호사는 대검 마약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검찰 마약 수사통 출신으로, 2012~2013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재직 당시 ‘연예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수사를 주도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 입장에선 직계 전관인 데다 박 변호사가 대검 차장검사 출신으로 검찰총장 직무대리까지 지냈음을 감안하면 가장 막강한 전관이기도 하다.

안효정·차상우 변호사 역시 검찰 출신으로 형사사건이나 특수 사건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이렇게 3명의 검찰 출신 변호사를 기용한 유아인은 경찰과 검찰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졌지만 두 차례 모두 기각시키는 성과를 얻어냈다.

재판을 앞두고는 변호인단을 ‘판사 출신 변호사’로 변경했다. 법무법인 동진에 이어 법무법인 해광을 추가로 선임했는데, 법무법인 해광은 최근 서초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판 전문 부티크 로펌으로 실력파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 대거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통해 유아인은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와 대검찰청 마약과장 출신 변호사, 마약 수사 전문 검찰 출신 변호사 등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에 적합한 최상의 변호인단을 구축했다.

일반적으로 전관 변호사들은 마약 사건 선임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아인은 막강한 전관 변호인단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꾸렸다. 물론 천문학적인 비용이 불가피하지만 광고 위약금 등 얽힌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유아인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을 한 것이라는 게 서초동 변호사들의 반응이다. 그만큼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유아인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신민섭(일요신문) | 사진 : 일요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