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타워크레인에 함바집도 문 닫아… 서울 강북 ‘최대어’ 은평구 대조1구역 가보니
"조합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 곪다가 결국 터질 게 터졌다. 공사가 멈춰버렸으니 어쩔 텐가. 요즘 들어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주 골치 아파 죽겠다."(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원)
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의 공사가 1월 2일 전면 중단됐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공사비 1800억 원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공사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1월 1일자로 공사 중단 및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고, 새해 첫 근무일인 2일 실제로 현장은 멈춰 섰다.
조합원들 "골치 아파 죽겠다"
대조1구역 공사 현장 주변 상가 건물 1층에는 근로자가 주 고객인 함바집과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가 여럿 있었다. 특히 함바집 간판을 내건 업소 대부분은 오전 11시가 넘은 시간까지 문을 열지 않았고, '오늘은 쉽니다'라고 써 붙인 곳도 적잖았다. 평소라면 공사 현장 근로자가 오전 5시 30분쯤 아침식사를, 오전 11시쯤 점심식사를 하는 식당들이다. 공사 현장 출입문에서 가까운 한 식당은 아예 집기를 모두 빼낸 채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식당 사장 60대 주 모 씨는 "공사가 멈춰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김에 아예 리모델링에 나섰다"고 말했다. 심경을 묻자 그는 "답답하지만 어쩌겠느냐"면서 "조합 내부 갈등이 워낙 심했는데, 지난해 11월 총회 개최가 불발된 게 현대건설 입장에선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밝혔다.
2415채 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
문제는 그간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 안팎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사 착공 때만 해도 순조로워 보이던 사업은 지난해 2월 소송으로 조합장 직무가 정지되고, 직무대행 체제마저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으로 난항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상반기로 예정됐던 일반분양도 불발됐다. 조합 집행부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에서 그간 '외상공사'를 해왔다는 게 시공사 측 설명이다. 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고금리 및 건자재 값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생기는 경우는 많지만, 대조1구역은 상당히 특이한 경우"라면서 "조합장이 사실상 공석인 상황에서 조합이 시공사에 공사비를 제대로 못 줬는데 공사가 1년 넘게 진행된 재개발 현장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데다 공사비가 높아진 점도 큰 문제다. 다행히 공사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조합원 분담금이 커져 또 다른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조1구역 조합원들은 공사 중단이나 조합 내홍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길 꺼렸다. 지역사회와 조합원 분위기가 "풍선에 바늘을 갖다 대면 뻥 하고 터질 것 같은 긴장 상황"이라는 것이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일부 조합 간부나 비상대책위원회 인사 이름을 거론하며 "공사 중지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하루빨리 조합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건설의 공사 중단 후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조합원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뜻을 같이하는 수백 명이 새로이 단체 카카오톡방을 만들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게 조합원들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현대건설 측이 공사 중단 상황을 알리고자 연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한 조합원은 "결국 터질 게 터졌구나 싶었지만 실제 공사 중단은 어떻게든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공사가 하루빨리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평(3.3㎡)당 공사비를 올려줘도 좋으니 아무튼 빨리 집을 지어야 할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인근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공사 중단이 언론에 보도된 후 매수 문의가 1~2건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재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도 같이 살 수 있는데, 공사가 언제 정상화될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조합 집행부 부재로 공사 어렵다 판단"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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