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金' 같은 꿈꾸는 황선우·우상혁 "파리에서 함께 일내자"
[인천공항=뉴시스] 김희준 기자 = '한국 수영의 희망' 황선우(21·강원도청)와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은 변방에서 피어난 꽃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기초 종목인 수영과 육상에서 '변방'이었다.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과 그 다음으로 큰 규모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는 선수조차 보기 힘들었다.
수영에서는 박태환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등장해 한국의 위상을 높였지만, 박태환의 은퇴 이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육상은 도로 종목인 마라톤, 경보에서 올림픽,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를 배출했으나 트랙·필드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를 단번에 바꾼 것이 황선우와 우상혁이다. 둘 모두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세계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황선우는 도쿄 올림픽 자유형 200m 예선에서 당시 한국신기록이자 세계주니어신기록인 1분44초62를 기록하고 결승에 진출해 최종 6위를 차지했다.
자유형 100m에서는 예선에서 47초97의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며 6위로 준결승에 올랐고, 준결승에서 47초56의 아시아신기록을 수립하며 전체 4위에 올라 결승 무대를 밟았다.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승에 오른 것은 65년 만의 일이었다. 결승에선 5위에 자리했다.
황선우는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47의 한국신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 지난해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는 이 기록을 1분44초42로 앞당기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수영선수권 2회 연속 메달 획득은 박태환도 하지 못한 일이다. 한국 수영 사상 최초였다.
황선우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에서는 1분44초40의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땄다. 계영 800m에서도 한국 대표팀의 아시아신기록 수립과 사상 첫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우상혁은 한국 육상 트랙·필드의 '개척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쿄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8로 9위에 올라 결선에 진출한 우상혁은 2m35의 당시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며 4위를 차지했다. 아쉽게 메달을 놓쳤으나 한국 육상 트랙·필드의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다.
2022년 3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계실내선수권에서는 2m34를 뛰어넘으며 개인 첫 메이저대회 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해 7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벌어진 실외 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2m35로 은메달을 땄다. 한국 육상 사상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 8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는 6위에 머물렀지만, 9월에 나선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는 2m35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역시 한국 육상 사상 최초다.
우상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높이뛰기 현역 최강자로 손꼽히는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은메달을 수확했다.
도쿄 올림픽 이후 3년간 화려한 업적을 쌓아온 우상혁과 황선우는 올해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바로 파리 올림픽 금메달이다.
비슷한 길을 걸으며 같은 목표를 품어온 둘은 가끔 응원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인데, 우연히 같은 날인 지난 5일 나란히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다.
황선우는 계영 대표팀과 함께 호주 퀸즐랜드로 전지훈련을 떠났고 우상혁은 독일 뮌헨으로 이동해 훈련에 들어간다.
둘 모두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메이저대회를 한 차례 거친다.
황선우는 올해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격해 3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우상혁은 3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펼쳐지는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2연패를 노린다.
'본 무대'인 파리로 가는 길목에서 펼치는 메이저대회라 이들의 각오는 대단하다.
황선우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한 해에 모두 치르는 것에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점검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파리로 가는 관문이라 생각하겠다"며 "롱코스(50m) 세계선수권에서는 은, 동메달만 땄는데 이번에는 금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우상혁은 "높이뛰기는 상대적이다. 계속 지는 선수들은 더 위축되고, 계속 이기는 선수들은 자신감에 차 있다"며 "실내 시즌에 기선을 제압해야 실외 시즌에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이라고 세계실내선수권 2연패 각오를 내비쳤다.
파리 올림픽에서 황선우는 '금빛 역영'을, 우상혁은 '금빛 도약'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황선우는 "파리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단체전에서 모두 메달을 따고 싶다. 자유형 200m에서 1분43초대 기록을 내는 것이 올해 가장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파리 대회가 벌써 개인 3번째 올림픽인 우상혁은 "앞서 두 차례 경험을 바탕으로 파리 올림픽에 나설 생각이다. 그간 쌓인 경험 덕에 경기 운영 등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며 "목표는 높게 잡아야 근접할 수 있다. 내가 할 것을 다 하고, 메달 색은 운에 맡길 것"이라고 전했다.
언제나 서로 응원하는 둘은 출국길에서도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약 1시간 정도 빨리 출국한 우상혁은 "기사를 통해 황선우가 파리 올림픽 전 세계선수권을 치른다는 것을 알았다. 호주에 가서 컨디션을 조율할 텐데, 잘 맞춰서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며 "이후 그 기운을 이어가 파리에서 같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우상혁은 "물에는 (황)선우 네가 있으니 땅에서는 내가 높이 뛰어볼게. 파리 올림픽까지 파이팅하자!"며 웃었다.
이를 전해들은 황선우도 "(우)상혁이 형이 응원해주셔서 너무 고맙다. 나도 늘 상혁이형을 응원하고 있다"며 "파리 올림픽에서 함께 일을 냈으면 좋겠다"고 동반 선전을 다짐했다.
3년 전 도쿄에서 메달리스트만큼이나 빛나는 성적을 냈던 황선우와 우상혁이 파리에서 목표한 바를 이루면 한국 수영과 육상에서 동반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 연출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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