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영역] "새대가리" 조롱 받은 헤일리, 트럼프 집에 보낼까?
이수진 기자 2024. 1. 6. 08:50
하이힐 정치·인도계·최연소 주지사…일부 주에선 트럼프 '맹추격' 중
올해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자격 없는 전직 대통령 트럼프와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이 맞붙는 게 거의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의회 폭동 선동, 선거 개입, 성 추문 무마 등 무려 91개 혐의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 81세 고령에 역대 대통령 중 최하위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미국 유권자들은 '또 트럼프냐' '또 바이든이냐' 기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사람이 있습니다. 우아하고 밝은 표정으로 바이든과 트럼프를 동시에 저격하는데요. (물론 같은 당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우회적인 트럼프 저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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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냥 말할게요. 바이든은 늙었어요. 미국 의회는 특권층의 요양원일 뿐입니다."
"대통령은 반드시 도덕적 잣대가 명확해야 합니다.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니키 헤일리 TV광고 중
공화당 경선 후보 니키 헤일리에겐 특별한 이력들이 많습니다. 최연소 주지사, 미국 행정부에서 일한 최초의 인도계. 유독 '최초, 최연소' 수식어가 많은데요. 앞서 '혜성'으로 표현했지만 알고 보면 20년 경력의 정치 고단수입니다. 1972년생인 헤일리는 2004년 32살에 정치에 뛰어듭니다. 그리고 이듬해 공화당 소속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의원에 당선됩니다. 그 뒤 내리 3선을 했는데, 특히 재선 때 득표율이 무려 99.48%였으니 거의 만장일치나 다름없었습니다.
이후 정치의 가속페달을 더욱 세게 밟았는데요. 38살이 이던 2010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주지사이자 미국 정치사에서 최연소 주지사라는 기록을 씁니다. 재선에도 성공했고요. 주지사로 일하며 보잉, 벤츠, 볼보 같은 큰 기업의 공장을 유치해 '경제 분야'의 업적도 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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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의 '별의 순간'을 딱 하나 꼽자면, 바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재선에 성공한 직후였습니다. 당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15년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총격 테러를 가한 겁니다. 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이 모두 숨져 이 지역이 충격에 빠졌죠. 헤일리는 이때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국회의사당에서 내리게 했습니다.
남부연합기가 왜 인종차별의 상징이냐, 남북전쟁 때 남부 연합이 노예제 수호를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노예제의 중심에 있던 지역인 데다, 남북 전쟁의 첫 번째 총성이 울렸던 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 깃발이 상징하는 차별의 의미가 더욱 컸을 겁니다. 이걸 내림으로써 상처받은 흑인들에게 위로를 건넸고, 니키 헤일리는 '정계 거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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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헤일리가 인도 이민자 2세라는 점도 주목받았습니다. 헤일리네 가족은 뱀버그에 사는 유일한 인도계였는데, 아버지가 시크교라서 머리에 터번을 쓰고 다녔다고 합니다. 하루는 시장에서 헤일리 가족이 과일을 사려는데,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그저 물건을 사려고 한 것뿐인데, 도둑으로 몰렸으니까 얼마나 창피하고 억울했을까요? 경찰은 아버지가 물건을 다 살 때까지 지켜보았고,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무 말도 없으셨다고 합니다. 헤일리가 겪은 '차별의 경험'이 뒷받침되면서 진정성에 사람들이 공감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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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도 헤일리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대선에 도전하는 여성 정치인들은 보통 중성적으로 옷을 입죠.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주로 바지 정장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헤일리는 주로 빨간색 치마 정장에 높은 킬 힐을 신습니다. 헤일리의 리더십을 '벨벳 해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여성스러우면서도 강한 리더십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때론 여성스러운 패션은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 나라를 최우선 순위에 놓는 차세대 지도자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3인치 힐을 신은 딕 체이니를 원하십니까?"
-비벡 라마스와미, 공화당 후보 TV토론 중
"우선 제 힐은 더 높은 5인치(12.7cm)고요. 저는 이걸 신고 달릴 수도 있어요. 또 힐을 신는 이유는 패션 차원이 아니라 이게 무기가 되기 때문이죠."
-니키 헤일리, 공화당 후보 TV토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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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니키 헤일리를 두고 '야망이 지나치게 큰 새대가리(Bird brain)'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었죠. '새대가리'란 표현을 쓴 바로 다음 날, 헤일리가 묶고 있는 호텔에 새장과 새 모이를 보내기도 했다는데요.
그와의 악연은 2016년 시작됩니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때 니키 헤일리는 트럼프에 반대하며, 다른 후보를 밀었던 거죠. 그러다 트럼프가 후보로 확정되니 어쩔 수 없이(?) 지지했는데 트럼프가 대통령까지 되자 태도가 180도 달라집니다. '트럼프 사단'으로 불릴 정도로 열혈 참모가 됐고, 2017년 트럼프는 헤일리를 ' 유엔 미국 대사'로 임명합니다. 헤일리는 스스로 북한 문제에 있어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한 유엔 대사라고 자인하기도 했죠.
애초에 트럼프는 '국무장관'을 시키려 했지만, 본인이 사양했던 설도 있는데요. 미국에서 국무장관? 정권의 실질적인 2인자 자리죠. 악연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인연으로 바뀐 건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악연이 된 걸 보면 미국의 정치도 변화무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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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로서 헤일리의 장점은 이렇습니다. 행정과 외교 경험, 중도 확장성. 여기에 보호무역주의가 아닌 시장 자유주의를 추구하다 보니까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이나 JP모건 회장 등 미국의 부자들도 선거 자금을 대며 니키 헤일리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전체로 보면 공화당 지지율 1위는 트럼프지만, 일부 주 여론조사에서는 헤일리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뉴햄프셔주에서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이 12월 14일부터 20일까지 조사한 결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33% 헤일리는 29%였습니다. 4%p 차이인데, 오차범위가 ±4%p이니 '바짝 따라붙었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죠.
본선에 트럼프 대신 헤일리가 가면 바이든을 더 큰 차이로 이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미국 정치매체 더힐이 36개 여론조사 평균치를 분석했더니, 헤일리 42.9%, 바이든 39.4%로 헤일리가 3.5%p 앞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다만 헤일리가 트럼프를 꺾는 게 만만치는 않아보입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압도적이기도 하지만, 최근 헤일리는 이 한마디 때문에 휘청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 "남북전쟁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무엇이죠?"
헤일리: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남북 전쟁의 원인은 정부 운영의 문제가 있었죠"
질문자: "2023년에 한 이 질문에 노예제를 뺀 답변을 듣다니, 놀랍네요."
헤일리: "내가 노예제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길 바라세요?"
역사인식 논란, 이 간결한 말 뒤에는 헤일리를 지지해온 사람들의 실망감이 포함돼 있습니다. 앞서 헤일리의 '별의 순간'이 남부연합기를 내리며 다가왔다고 설명드렸는데요. 정작 남북전쟁의 원인에 대해선 모호하게 답변하니, 이 경험을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준 거죠. 트럼프에 대한 태도나, 남북전쟁에 대한 인식이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게 헤일리의 가장 약점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약 열흘 뒤면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시작으로 공화당 경선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데요. 과연 헤일리 돌풍이 끝까지 이어질지, 미풍으로 끝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인물탐구영역
대화할 때 "나도 이 사람 알아!"라고 말하고 싶은 분, '사람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10분 안에 세상을 보는 해상도를 높이고 싶은 분께 '인물탐구영역'을 추천합니다.
인물을 알면 맥락이 보입니다. 화제가 되는 인물의 스토리를 발굴해 매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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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흔드는 니키 헤일리, 돌풍? 미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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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월 15일 아이오와주를 시작으로 미국 대선 경선의 막이 오릅니다. 공화당 반(反)트럼프계에선 "트럼프를 버려야 바이든을 이긴다"는 말이 나오는데, 트럼프 대항마로 꼽히는 인물이 바로 니키 헤일리입니다. 하이힐 정치, 인도 이민자 2세, 최연소 주지사…여러 매력적인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공화당의 유일한 여성 경선 후보 니키 헤일리에 대해 탐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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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월 15일 아이오와주를 시작으로 미국 대선 경선의 막이 오릅니다. 공화당 반(反)트럼프계에선 "트럼프를 버려야 바이든을 이긴다"는 말이 나오는데, 트럼프 대항마로 꼽히는 인물이 바로 니키 헤일리입니다. 하이힐 정치, 인도 이민자 2세, 최연소 주지사…여러 매력적인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공화당의 유일한 여성 경선 후보 니키 헤일리에 대해 탐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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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개 혐의 트럼프 vs. 81살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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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자격 없는 전직 대통령 트럼프와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이 맞붙는 게 거의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의회 폭동 선동, 선거 개입, 성 추문 무마 등 무려 91개 혐의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 81세 고령에 역대 대통령 중 최하위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미국 유권자들은 '또 트럼프냐' '또 바이든이냐' 기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사람이 있습니다. 우아하고 밝은 표정으로 바이든과 트럼프를 동시에 저격하는데요. (물론 같은 당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우회적인 트럼프 저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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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 새로 쓴 '최연소 주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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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냥 말할게요. 바이든은 늙었어요. 미국 의회는 특권층의 요양원일 뿐입니다."
"대통령은 반드시 도덕적 잣대가 명확해야 합니다.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니키 헤일리 TV광고 중
공화당 경선 후보 니키 헤일리에겐 특별한 이력들이 많습니다. 최연소 주지사, 미국 행정부에서 일한 최초의 인도계. 유독 '최초, 최연소' 수식어가 많은데요. 앞서 '혜성'으로 표현했지만 알고 보면 20년 경력의 정치 고단수입니다. 1972년생인 헤일리는 2004년 32살에 정치에 뛰어듭니다. 그리고 이듬해 공화당 소속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의원에 당선됩니다. 그 뒤 내리 3선을 했는데, 특히 재선 때 득표율이 무려 99.48%였으니 거의 만장일치나 다름없었습니다.
이후 정치의 가속페달을 더욱 세게 밟았는데요. 38살이 이던 2010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주지사이자 미국 정치사에서 최연소 주지사라는 기록을 씁니다. 재선에도 성공했고요. 주지사로 일하며 보잉, 벤츠, 볼보 같은 큰 기업의 공장을 유치해 '경제 분야'의 업적도 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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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의 '별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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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의 '별의 순간'을 딱 하나 꼽자면, 바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재선에 성공한 직후였습니다. 당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15년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총격 테러를 가한 겁니다. 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이 모두 숨져 이 지역이 충격에 빠졌죠. 헤일리는 이때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국회의사당에서 내리게 했습니다.
남부연합기가 왜 인종차별의 상징이냐, 남북전쟁 때 남부 연합이 노예제 수호를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노예제의 중심에 있던 지역인 데다, 남북 전쟁의 첫 번째 총성이 울렸던 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 깃발이 상징하는 차별의 의미가 더욱 컸을 겁니다. 이걸 내림으로써 상처받은 흑인들에게 위로를 건넸고, 니키 헤일리는 '정계 거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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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버그의 유일한 인도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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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헤일리가 인도 이민자 2세라는 점도 주목받았습니다. 헤일리네 가족은 뱀버그에 사는 유일한 인도계였는데, 아버지가 시크교라서 머리에 터번을 쓰고 다녔다고 합니다. 하루는 시장에서 헤일리 가족이 과일을 사려는데,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그저 물건을 사려고 한 것뿐인데, 도둑으로 몰렸으니까 얼마나 창피하고 억울했을까요? 경찰은 아버지가 물건을 다 살 때까지 지켜보았고,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무 말도 없으셨다고 합니다. 헤일리가 겪은 '차별의 경험'이 뒷받침되면서 진정성에 사람들이 공감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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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정치, 그리고 벨벳 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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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도 헤일리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대선에 도전하는 여성 정치인들은 보통 중성적으로 옷을 입죠.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주로 바지 정장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헤일리는 주로 빨간색 치마 정장에 높은 킬 힐을 신습니다. 헤일리의 리더십을 '벨벳 해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여성스러우면서도 강한 리더십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때론 여성스러운 패션은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 나라를 최우선 순위에 놓는 차세대 지도자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3인치 힐을 신은 딕 체이니를 원하십니까?"
-비벡 라마스와미, 공화당 후보 TV토론 중
"우선 제 힐은 더 높은 5인치(12.7cm)고요. 저는 이걸 신고 달릴 수도 있어요. 또 힐을 신는 이유는 패션 차원이 아니라 이게 무기가 되기 때문이죠."
-니키 헤일리, 공화당 후보 TV토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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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헤일리, 악연인가, 인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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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니키 헤일리를 두고 '야망이 지나치게 큰 새대가리(Bird brain)'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었죠. '새대가리'란 표현을 쓴 바로 다음 날, 헤일리가 묶고 있는 호텔에 새장과 새 모이를 보내기도 했다는데요.
그와의 악연은 2016년 시작됩니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때 니키 헤일리는 트럼프에 반대하며, 다른 후보를 밀었던 거죠. 그러다 트럼프가 후보로 확정되니 어쩔 수 없이(?) 지지했는데 트럼프가 대통령까지 되자 태도가 180도 달라집니다. '트럼프 사단'으로 불릴 정도로 열혈 참모가 됐고, 2017년 트럼프는 헤일리를 ' 유엔 미국 대사'로 임명합니다. 헤일리는 스스로 북한 문제에 있어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한 유엔 대사라고 자인하기도 했죠.
애초에 트럼프는 '국무장관'을 시키려 했지만, 본인이 사양했던 설도 있는데요. 미국에서 국무장관? 정권의 실질적인 2인자 자리죠. 악연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인연으로 바뀐 건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악연이 된 걸 보면 미국의 정치도 변화무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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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버려야 바이든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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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로서 헤일리의 장점은 이렇습니다. 행정과 외교 경험, 중도 확장성. 여기에 보호무역주의가 아닌 시장 자유주의를 추구하다 보니까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이나 JP모건 회장 등 미국의 부자들도 선거 자금을 대며 니키 헤일리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전체로 보면 공화당 지지율 1위는 트럼프지만, 일부 주 여론조사에서는 헤일리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뉴햄프셔주에서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이 12월 14일부터 20일까지 조사한 결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33% 헤일리는 29%였습니다. 4%p 차이인데, 오차범위가 ±4%p이니 '바짝 따라붙었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죠.
본선에 트럼프 대신 헤일리가 가면 바이든을 더 큰 차이로 이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미국 정치매체 더힐이 36개 여론조사 평균치를 분석했더니, 헤일리 42.9%, 바이든 39.4%로 헤일리가 3.5%p 앞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다만 헤일리가 트럼프를 꺾는 게 만만치는 않아보입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압도적이기도 하지만, 최근 헤일리는 이 한마디 때문에 휘청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 "남북전쟁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무엇이죠?"
헤일리: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남북 전쟁의 원인은 정부 운영의 문제가 있었죠"
질문자: "2023년에 한 이 질문에 노예제를 뺀 답변을 듣다니, 놀랍네요."
헤일리: "내가 노예제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길 바라세요?"
역사인식 논란, 이 간결한 말 뒤에는 헤일리를 지지해온 사람들의 실망감이 포함돼 있습니다. 앞서 헤일리의 '별의 순간'이 남부연합기를 내리며 다가왔다고 설명드렸는데요. 정작 남북전쟁의 원인에 대해선 모호하게 답변하니, 이 경험을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준 거죠. 트럼프에 대한 태도나, 남북전쟁에 대한 인식이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게 헤일리의 가장 약점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약 열흘 뒤면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시작으로 공화당 경선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데요. 과연 헤일리 돌풍이 끝까지 이어질지, 미풍으로 끝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인물탐구영역
대화할 때 "나도 이 사람 알아!"라고 말하고 싶은 분, '사람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10분 안에 세상을 보는 해상도를 높이고 싶은 분께 '인물탐구영역'을 추천합니다.
인물을 알면 맥락이 보입니다. 화제가 되는 인물의 스토리를 발굴해 매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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