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최고난도는 '명량'"…'이순신 3부작' 10년 제작기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4. 1. 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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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10년 프로젝트 '이순신 3부작'에 뛰어든 사람들 <하> 제작자 편 ②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함께한 빅독 스튜디오 김주경 대표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함께한 빅스톤 픽쳐스 이나라 프로듀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인 빅독 스튜디오 김주경 대표(왼쪽)와 빅스톤픽처스 이나라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 스포일러 주의

"무모한 도전이 잘 될까 생각했어요." _김주경 대표

'이순신 3부작'을 모두 담당한 김주경 대표 역시 '무모한 도전'이라 부를 정도로, '명량'(2014)을 기획할 당시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불가능'한 프로젝트라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수십수백 척의 함선이 충돌하는 것은 물론이고 백병전(白兵戰)까지 벌여야 했다. 더군다나 전례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명량'은 세트는 물론 직접 건조한 판옥선, 안택선, 세키부네를 바다 위에 띄웠다. 이때의 치열한 노력과 경험은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과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의 '물 없는 해전'을 가능하게 했다.

'명량'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산'에서는 물 위에 배를 띄우지 않고 촬영했다. 실제 비율의 판옥선과 안택선 2~3척이 들어갈 초대형 규모의 실내세트와 야외세트를 조성했다. 마무리 작업인 VFX(시각특수효과)를 통해 '물 있는 해전'으로 스크린에 구현했다. '노량'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나라 프로듀서는 "'명량'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한산'과 '노량'에서는 조금 더 빠른 판단과 효율성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물 위 촬영 '명량'의 노하우는 물 없는 해전 '한산'을 만들었고, '명량'과 '한산'으로 쌓인 10년 노하우는 '노량' 속 100분에 달하는 롱테이크 해전을 완성했다. 김한민 감독은 10년 세월이 만들어 낸 것들을 두고 "정말 큰 자산"이라고 했다.

두 제작자 역시 마찬가지다. 김주경 대표와 이나라 프로듀서는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실이 한국 영화의 더 큰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될 거라 자부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인 빅스톤픽처스 이나라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3488 프레임을 만든 10년의 시간

 
'명량'은 유례없는 해전 장면을 아무런 전례 없이 만들어야 했기에 '이순신 3부작' 중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정말 '명량'은 압도적으로 힘들었어요. 현장 측면에서 본다면 모든 지점에서 말도 안 되게 힘든 작업이었죠. 김 감독이 '명량' 당시 개봉할 때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렸어요. 그리고 정말 성실한 사람인데 '나 못 찍겠어'라고 할 정도로…. 차라리 24시간을 찍으면 찍었지 정말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만큼 정말로 말도 안 되게 힘들었어요." _김주경 대표

'명량' 당시에는 물의 질감 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였다. 그는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때에도 VFX 화두가 '물' '금속' '털'이었다. '물을 구현하는 게 가능해?' '이 정도 퀄리티가 가능해?' 등이 화두였다"며 "자본과 시간, 기술력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프로덕션을 힘들게 갔었다. 다행히 '명량'이 성공하고, 기술력이 뒷받침되면서 '한산'에서는 더 과감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프로덕션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포스트 프로덕션'이라 불리는 VFX 등 영화의 후반 작업을 담당한 이나라 프로듀서는 "'한산' '노량' 후반 작업에 참여한 사람만 거의 800~1천 명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하나씩 맞춰가며 채워 넣어가며 작업하는 거다. 그렇기에 감독님의 선택 하나에 800명이 순식간에 움직여야 했다. 힘들었다"며 웃었다.

덕분에 '노량'의 후반부 100분에 달하는 해전 신은 영화를 관람한 모든 관객이 입을 모아 극찬하는 장면이 됐다. 이 프로듀서 역시 "'노량' 최고의 장면은 롱테이크 신"이라며 "VFX에서 제일 힘들다는 게 카메라가 움직이는 거다. 롱테이크 신에서는 카메라가 계속 움직여야 하고, 그 움직임 안에 제일 어려운 기술이라는 물과 폭탄이 다 있다"고 했다.

"보시는 분들은 '롱테이크로 찍었구나' 하는 2분이란 시간, 그 3488 프레임 안에 대한민국 VFX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다 쏟아부어야 하는 거예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800명이 만들어내고 또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끼리는 '머니 샷'(money shot)이라고 불러요."(웃음) _이나라 프로듀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량'과 김한민 감독이 이룬 성취

 
'명량'은 '한산'으로, '한산'은 '노량'으로 그간 쌓은 자산을 물려줬다. 물려받은 자산을 바탕으로 '이순신 3부작'은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단순히 기술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3부작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결국 10년을 관통해 '노량'에서 만개했다.

김주경 대표는 "결국 '명량'에서의 난전(亂戰·전투나 운동 경기 따위에서, 마구 뒤섞여 어지럽게 싸움)이 기술적으로나 콘셉트적으로나 '노량'에서의 마지막 원신 원컷(one scene-one cut·하나의 커트가 완벽한 신을 이룸) 백병전의 출발점"이라며 "'지옥도'라 명명하고 의기투합해 찍었던 그 경험이 우리 팀의 자산이 됐다. 그 DNA가 남아서 '노량'에서의 난전으로 이어진 거 아닐까 싶다"고 했다.

또한 "'노량'의 난전은 3국의 입장과 이해관계와 전쟁의 비극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순신 장군이 동료와 자식 그리고 본인의 죽음까지 감수하고서라도 왜 끝까지 전쟁을 하려 했는지가 담겼다. 이 마지막에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며 "그런 지점에서 난 김 감독이 멋진 성취를 이뤘다고 본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나라 프로듀서는 '노량'의 난전에는 김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이 숨어 있다고 알려줬다. '이순신 3부작'을 본 관객이라면 알 수 있듯이 영화 속 전투 신에서는 자막이 들어간다. 함포 소리로 인물들의 대사가 들리지 않는 것을 고려한 선택이다.

이 프로듀서는 "그런데 '노량'에서는 난전 장면부터 자막이 나오지 않는다. 피아(彼我·저편과 이편)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 속에 관객을 오롯이 넣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또 그 장면은 장군의 죽음에 대한 복선이 정확히 깔려 있다"고 말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사인 빅독 스튜디오 김주경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10년 프로젝트가 두 제작자와 한국 영화에 남긴 '자산'


이 프로듀서는 "기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한국 영화가 여기까지 할 수 있겠구나"라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명량'이 그만큼 했기에 '한산'이 또 이상을 할 수 있었고, '노량'은 또 그 이상을 할 수 있었다"며 "그리고 '노량'으로 인해 한국 영화가 분명히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더 나아갈 수 있다는,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첫 출발은 무모하고 말도 안 되는 도전이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10년에 걸쳐서 끝났다"며 "여러 많은 게 있겠지만 영화의 가장 큰 속성 중 하나는 '새로움'인 것 같다. 영화적인 문법이든 소재든 캐릭터든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런 지점에서 무모한 10년 여정을 잘 마무리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이런 거 했으면 좋겠다"고 웃은 뒤 진지하게 "이제는 조금 큰 시장을 목표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나만이 아니라 한국 영화가 욕심을 내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 위부터 차례대로) 영화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프로덕션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제작자에게는 도전으로 시작해 가능성을 남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가 관객들에게 "3부작의 이순신은 다 다르지만, 하나의 이순신 장군이 담긴 영화면 좋겠다"(이나라 프로듀서)는 바람과 함께 "조금 오래 기억되면 영화였으면 좋겠다"(김주경 대표)는 소망이 있다.

그렇다면 '이순신 3부작'이 두 제작자에게 남긴 건 무엇일까. 인터뷰를 통해 마주한 건 한국 영화의 '자신감'과 '가능성'이었다. 자신 있게 "정말 재밌는 작품이었다"고 한 이나라 프로듀서는 자신 역시 김주경 대표와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이순신 3부작'을 한 줄로 정리하면, 한국 영화의 아름다운 도전이자 김한민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의 진심이 담긴 아름다운 도전이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이렇게 기념비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할 수 있었다는 데 감사해요. '더 힘든 작품이라도 얼마든지 와라!'는 마음입니다. 이유가 있으니 힘든 거 아니겠어요? 힘든 작품, 아쉬운 작품, 좋은 작품을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웃음) _김주경 대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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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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