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여행이었는데…” 괌 한국인 관광객 총격 사망에 현지도 ‘충격’

스티븐 이그나시오 괌 경찰서장이 5일 합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관광객 피살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령 괌에서 50대 한국인 관광객이 강도 일당에게 총을 맞아 숨진 가운데, 현지에서는 치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과 함께 관광객들에게 안전 위험이나 대응 수칙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괌 경찰은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용의자를 검거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6일(현지 시각) 퍼시픽데일리뉴스와 괌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5일 7시 40분~8시 사이 발생했다. 한국인 관광객 부부가 괌 투몬 지역의 건비치에서 츠바키 타워 호텔을 향해 걸어가던 중이었다.

경찰 브리핑에 따르면, 당시 어두운색의 SUV가 이 부부 뒤에서 다가왔다. 차에는 운전자 이외에 동승자 1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한 명이 총기를 지닌 채 차에서 내려 이들 부부에게 소지품을 요구했고, 이후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한다. 남편이 총에 맞았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다음날 숨졌다.

남편은 은퇴를 기념해 아내와 여행을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내는 깊은 괴로움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루 레온 게레로 괌 주지사는 전했다. 게레로 주지사는 이날 오전 병원을 찾아 “오늘은 한국에서 온 관광객과, 그 가족의 삶에 있어서 매우 슬프고 비극적인 날”이라며 “아내가 남편 장례식을 한국에서 치르기를 원하는 만큼, 아내의 뜻을 따르기 위해 정부와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 경찰 테이프가 감겨 있다. /AP 연합뉴스

아직 용의자들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총격이 발생한 지역이 매우 어두웠던 탓에 용의자 인상착의 등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괌 경찰은 용의자들에 관한 결정적인 제보에 포상금 5만달러(약 6600만원)를 걸었다.

현지에서도 이번 피살 사건이 적잖이 충격인 모양새다. 괌에서 관광객 대상 살인 사건은 2013년 일본인 관광객 3명이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 이후 10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뉴스에는 고인에 대한 애도와 함께 “이번 일은 끔찍하고 부끄러운 일” “용의자를 하루빨리 잡아 사건을 수습해야 한다” “우리 커뮤니티 후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해결책을 신속히 찾아야 한다”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관광객 치안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지속되면서, 괌 관광청도 나섰다. 칼 구티에레스 괌 관광청 최고경영자(CEO)는 “조명이 없어 어두운 거리와, 범죄자들이 관광객들을 노리기 위해 숨어서 기다릴 수 있는 폐가나 버려진 건물 등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 조처를 하겠다”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관광청이 자체적으로 지역 순찰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