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말고 이웃 정치인 필요” 주호영에 도전장 낸 이 남자 [금배지 원정대]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4. 1. 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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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원정대-14]
정상환 전 인권위 상임위원, 대구 수성갑 도전
검사 인생길 걷다 워싱턴 근무때
오바마 당선 보며 인권에 관심
저소득층 무료 법률상담 등 진행
“주민들, 거물 정치인에 오히려 불만”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Q. 정상환에게 정치란?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가장 선한 것을 뽑아내는 종합예술
Q. 정상환에게 금배지란? 언제나 국민의 공복임을 가슴에 새기라는 명령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사진= 정 전 위원 제공]
대구 수성구갑은 대구·경북(TK) 지역의 ‘정치1번지’로 불린다. 이 지역이 배출한 정치인은 노태우 정부 당시 ‘6공의 황태자’라 불렸던 박철언, 제5공화국 경제부총리이자 포스코 회장을 지낸 김만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3선의 이한구,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출신 김부겸 등이 있다. 현역인 주호영 의원 역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5선 중진이다.

그런 주 의원의 아성에 도전하고, 나아가 수성갑의 정치사를 다시 쓰겠다고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현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이 패기있게 출사표를 던졌다. 인권위 상임위원은 차관급 정무직이다. 정 전 위원은 1987년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9기)에 합격해 25년을 검사로, 그 이후 10년은 인권위원·변호사 등으로 다른 삶을 살았다. 2007~2010년 주미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근무해 외교관 경험도 있다는 게 정 전 위원의 설명이다.

정 전 위원은 “대구 수성구갑은 거물 정치인들이 많이 나왔던 지역구지만, 이들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활동하느라 지역구의 고민을 듣고 소통하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라며 “이제는 수성구갑에 살면서 이웃 주민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위원은 수성구 내 고산·황금·만촌·범어동 등에서 10년 넘게 살았다. 영선초, 경북대사범대학부설중, 능인고를 졸업한 뒤 검사로서 2000~2005년 6년여 간 대구지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국민의힘 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 절차를 마치고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보수의 심장’이지만 최근 표심은 변화무쌍
TK지역 정치1번지로 불리는 대구 수성구갑이지만 최근 이 지역의 표심은 출렁이고 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되며 지역주의 타파의 한 획을 그었다. 2018년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소속 시의원 2명이 모두 승리를 거뒀다. 대구 지역 중에서는 비교적 야당 성향이 강한 곳이다. 대구의 교육·문화 중심지역으로서 초·중등 자녀를 둔 30·40 젊은 학부모들의 비율이 높다는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선거 결과
정 전 위원은 수성구갑의 문제점을 ‘일자리 부족과 그에 따른 청년인구 유출’로 짚었다. 대구 내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지만 젊은이들이 전부 다른 도시로 취업하러 떠난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지역 주민들이 “잘 키워서 남 주는 도시가 돼버렸다”고 토로한다고 정 전 위원은 전했다.

정 전 위원은 현재 대구시가 수성구 대흥동, 삼덕동 등에 추진하는 ‘제2수성알파시티’를 디지털 지식산업단지로 육성해 청년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며 “최고의 교육열과 학력을 자랑하는 수성구 청년들이 일자리도 지역 내에서 구해 커리어를 쭉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美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보며 인권에 눈 떠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역 주민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검사로 공직에 입문한 정 전 위원이지만 그는 현재 본인의 정체성을 단순히 하나의 직업과 경험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검사보다는 ‘인권’에 더 비중을 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 정 전 위원의 설명이다. 그가 인권에 눈을 뜨게 된 건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파견 근무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는 걸 지켜봤을 때다. 이를 계기로 노예 무역부터 시작해 최초의 미국 대통령 당선까지 흑인들의 굴곡진 역사를 다룬 ‘검은혁명’이란 책을 썼다.

이는 그가 2016~2019년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정 전 위원은 “위원 시절 장애인, 쪽방촌 등 사회적 소수자·약자 계층과 수없이 접촉하며 문제 고민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변호사로 다시 변신한 정 전 위원은 대구시각장애인 협회 자문 변호사, 대구변호사협회에서 운영하는 차상위 계층 무료 법률상담 등을 진행 중이다.

“영남 검사 공천 반대… 정정당당히 경선할 것”
정 전 위원은 최근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략공천 시나리오에 대해 “영남 중진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그 자리에 검사 출신을 꽂는 것은 반대한다”며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며, 나 역시 그렇게 공천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 상대가 누구든 정정당당히 경선을 거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위원은 “국회의원이 된다면 인권위원회에서 일하던 시절의 경험을 살려 포용적인 정치문화를 정착시키고, 비정상적인 정치문화를 되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금배지 원정대’는 2024년 4월 열리는 22대 총선에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인을 소개하고, 해당 지역구를 분석해보는 매일경제신문 정치부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절대 반지’를 찾아 떠난 반지 원정대처럼, 현역 의원은 물론 정치 신인까지 집중 추적해 유권자 여러분의 선택을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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