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만 있다는 러쉬에도 60대 직원…시니어 파워가 이 정도?

정인지 기자 2024. 1.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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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OPAL·Older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가 온다] 제2의 인생 2-①
[편집자주] 1958년에 태어난 신생아는 무려 100만 명.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의학에서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만 65세'에 지난해 대거 합류했다. 숨 쉬는 모든 순간 건강과 행복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58년생 개띠들은 사회에서 은퇴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첫 세대로 꼽힌다. 나보다 가족의 건강을 우선시한 이전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살아있는 동안 '건강한 장수'를 꿈꾸는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웰니스(Wellness)'다. 의료계에서도 시니어 세대의 길어진 평균수명과 이들의 건강관리 수요를 반영해 치료법마저 바꾸고 있다.

#"저희 제품을 사용해보셨나요? 혹시 피부타입은 어떻게 되세요?" 외국인과 젊은 사람들로 가득찬 명동 한복판에 자리잡은 러쉬 매장. 62세(61년생) 시니어 직원인 '롤리팝(매장 내 직원명)'씨는 여느 직원과 마찬가지로 밝게 손님을 응대한다.

롤리팝씨는 "의류·돌봄 서비스 등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다 자녀를 다 키운 뒤 내 일을 하고 싶어 이곳저곳 원서를 넣어봤지만 긍정적인 대답을 듣기 어려웠다"며 "어느날 딸이 러쉬 공고를 보고 알려줘서 지원하게 됐다"고 밝게 웃었다. 그는 "가족을 돌보는 행복도 있었지만 새로운 일을 도전해보고 알게 되는 성취감이 크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 시니어 직원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반 기업의 은퇴 연령은 보통 55세 전후지만, 60대도 여전히 건강하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60세 이상의 노년층은 자산이 타 연령층에 비해 높아 중요한 소비자층이기도 하다. 직원이자 소비자로 60대를 공략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8일 러쉬코리아는 지난해 9월 새로 문을 연 명동점에 최초로 시니어 파트타이머(55세 이상 기준)를 채용했다.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성을 넓히면 구성원의 만족도와 소비자의 선호도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정책이다. 시니어 직원이 매장 응대를 하면서 시니어 고객의 매장 진입 장벽도 낮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쉬코리아 측은 "이번 시니어 채용을 통해 전 직군 대상, 시니어 채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롤리팝씨는 2년 계약으로 채용돼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제품 교육을 받고, 재고 정리, 신제품 홍보 등을 하고 있다. 자녀보다도 어린 20대 직원들과 함께 일하다보니 처음에는 동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솔직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직원들이 많아 애정도 가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그는 "내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왔는데 막상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속상한 일"이라며 "함께 인생의 피날레를 즐길 수 있는 동료들이 사회에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GS25

편의점도 시니어 일자리를 넓히는 데 한 몫하고 있다. 비교적 업무가 단순한데다 청결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매장을 깨끗하게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 직원을 채용하면 정부 지원도 받는다. 현재 운영 중인 편의점에서 시니어를 고용하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통해 월급 4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총 24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시니어 직원은 월급 80만원 이상, 9개월 이상 장기 근로계약해야 한다. CU, GS25 등에서 지난해 말 기준 77명이 지원금을 받고 있다.

또 지자체,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등이 시니어 일자리를 위해 '시니어스토어'라는 편의점을 개점하기도 한다. 역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으로부터 사업비를 연 267만원 받을 수 있다. 현재 48개점이 운영되고 있는 데 이 중 47개점이 GS25다. GS25는 2018년 부산광역시에 시니어 스토어 1호점을 개점한 이래 지난해에도 경남 창원과 창녕, 인천 등에서 시니어스토어를 연 바 있다. 편의점 관계자는 "시니어 분들은 성실성과 청결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라며 "다소 사용이 어려울 수 있는 단말기나 신제품 등을 위주로 교육 드린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온라인 '시니어마켓' 운영을 통해 시니어 일자리를 지원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시니어 다수 고용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관련 기업들은 입점 심사 절차를 완화하고 수수료를 경감하는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참기름·제과제빵·해산물 등 먹거리, 비누·수공예품 등 일상용품을 포함해 200여종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홈플러스는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2023 노인일자리 주간' 행사에서 대형마트로는 최초로 노인일자리 분야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온라인 판로가 부족한 노인생산품의 매출 창구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다만 아직까지 대형마트를 포함해 대부분 유통업계 정직원 정년은 만 60세로 규정돼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인구 감소, 고령화 등 사회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정년 연장과 관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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