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의 규제 해제, 종이 빨대는 어떻게 될까

김소연 기자 2024. 1.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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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매장 내에선 테이크 아웃 잔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2023년 한 해 카페에 갈 때마다 듣던 이 안내, 2024년에는 듣지 못한다. 2023년 11월 7일 환경부가 일회용 종이컵의 실내 사용 규제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투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의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2023년 11월 13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종이 빨대가 박스째 쏟아부어졌다. 11월 7일 있었던 환경부 발표에 대한 항의의 의미였다. 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돌연 정책을 변경한 탓에 친환경 빨대 제조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비판했다.

환경부는 2022년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제도를 확대해 시행 중이었다.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식당과 카페 같은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 매장 내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를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그전까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종합소매업에서 유상으로 판매하던 비닐봉투는 전면 사용 금지되며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 우산 보관용 비닐 또한 사용 금지된다.

이에 따라 2022년 11월부터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그리고 종이컵 사용 규제에 대한 참여형 계도기간이 시작됐다. 계도기간은 1년, 사용 금지 조치를 바로 시행하지 않고 유예기간을 둬 시장이 새롭게 바뀐 정책에 대비할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였다.

2023년 카페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던 종이 빨대는 참여형 계도기간에 의한 변화다. 음료를 주문할 때 “매장 내에선 테이크 아웃 잔(일회용 컵)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원의 안내를 들은 경험도 한 번쯤 있을 것이다.

● 갑자기 뒤바뀐 종이 빨대의 운명

계도기간 종료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2023년 11월 7일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이 반발한 건 이 발표 때문이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서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에 대한 정책을 수정했다.

바뀐 정책에 따르면 매장에서 비닐봉투를 사용해도 단속이나 과태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됐고 종이컵은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품목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환경부는 비닐봉투 대체품 사용이 시장에 자리 잡아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봤다.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규제기간 동안 커피전문점 등에서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빨대 등 대체품을 제공했다. 그러나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많았다. 이에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을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음식점이나 커피전문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다회용컵 세척을 위한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해외 많은 국가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중심적으로 규제한다는 점도 규제 해제의 이유가 됐다.

환경부는 “소상공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회용품 규제 강화로 인한 부담이 가중된다며 제도 유예, 지원 등을 요청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뒤바뀐 정책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건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 업체와 다회용컵 대여 업체 등이었다. 이들 업체는 계도기간이 끝나는 2023년 11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 시장과 다회용품 대여 시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종이 빨대 판매기업인 ‘유온 인터내셔널’의 이상훈 이사는 2023년 12월 11일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업체들은 정부 정책만 믿고 적자를 끌어안고 온 상황이었다”면서 “종이 빨대 생산 기업들의 경우 시장이 활발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융자를 받아 종이 빨대 제조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체들은) 당장 이달 버티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빨대 대체재를 생산하는 다른 기업들도 피해가 크다.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가 2023년 11월 16일 발표한 ‘친환경 빨대 제조 업체 피해 현황’에 의하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빨대를 제조하는 ‘동일프라텍’은 반품률 50% 이상에 주문 취소액이 1억 원에 달했다. 쌀 빨대를 제조하는 ‘아가페코 코리아’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폐업을 고려 중이다.

다회용컵 대여 업체도 마찬가지다. 다회용컵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트래쉬 버스터즈’의 이상준 브랜드 마케팅 책임 PD는 2023년 12월 12일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규제 완화로 인해 확실히 시장의 반응이 차가워진 건 사실”이라며 “실제 저희 서비스에 관심을 갖던 분들이 고민할 시간을 더 갖겠다는 입장을 전해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2022년 11월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에 대한 계도기간을 시작하면서 카페들은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푯말을 내걸었다. 김세희 제공

● 마냥 작다고 할 순 없는 숫자 39%

일반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자.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의 발표 이후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뷰에 일회용품 규제 정책 인식조사를 의뢰했다. 조사는 2023년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으며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이 참여했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50.2%는 규제 철회에 반대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45.3%가 긍정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묻는 질문에선 답변이 쏠렸다. 편의점, 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선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우세(73.7%)했다. 완화하자는 답변은 10.1%에 그쳤다.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규제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카페나 음식점 등 매장 내에서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규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강화하자는 답변(77%)이 완화하자는 의견(10.8%)보다 많았다.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나 기존 규제가 그 답인지에 대해선 반응이 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들의 생각을 자세히 듣고 싶었다. 과학동아는 2023년 11월 27일 과학동아 공식 네이버 카페를 통해 일회용품 폐기물 문제에 관해 그간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독자들이 남긴 댓글을 살펴보면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가 실제로 환경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궁금해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많았다.

“많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일회용컵, 플라스틱 빨대 대신 텀블러와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데,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습니다.”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어느 정도로 환경 보호에 도움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빨대보다 더 중요한 환경 문제가 산재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들의 비판은 2021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씨스피라시는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플라스틱 빨대는 단 0.03%에 불과하며 그보다 더 주요한 요인은 46%를 차지하는 대기업들의 어업 폐기물이라고 지적한다. 빨대가 가리고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주된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내 통계도 씨스피라시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그린피스가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팀과 함께 2023년 3월 발표한 보고서 ‘2023년 플라스틱 대한민국 2.0’을 살펴보자. 2021년 기준 전국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1193만 2000t(톤) 중 56.2%인 670만 t이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생활 속 플라스틱 폐기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2021년 생활계 폐기물의 발생량은 468만 2000t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적어도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39%는 생활 속 작은 변화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린피스가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함께 발행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통계를 분석해 나타낸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추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시간에 따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2021년 기준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은 전체의 56%, 생활계 폐기물은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그린피스 제공

● 빨대, 무엇이 ‘친환경’일까

뭐부터 줄여야 할까. 일회용품 감축을 위한 계도기간이었던 2023년 타겟은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투, 그리고 일회용 컵이었다. 그중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재로 종이 빨대가 주목받았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종이 빨대가 불편하다는 평부터 정말로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환경에 좋을지 궁금하다는 의문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목소리는 과학동아 독자들의 답변에서도 드러났다.

“종이 빨대는 나무를 베서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므로 종이 빨대보다 플라스틱 빨대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학적으로 종이 빨대와 플라스틱 빨대 중 어떤 것이 더 나은지 궁금합니다.”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의 친환경적인 대체재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썩는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따질 땐 그 밖에 생산, 이용, 처리까지 전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분석을 전과정평가(LCA - Life Cycle Assessment)라 한다. 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가공, 수송, 사용, 폐기 등 모든 과정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022년 발표한 일회용 빨대 LCA 보고서를 살펴보자. 이 보고서에서 다룬 일회용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 그리고 종이 빨대다. 연구팀은 빨대가 재료, 생산, 유통, 사용, 폐기되기까지 환경에 미친 영향을 상대적인 수치로 환산해 더했다. 이 수치를 상대적 환경 영향 지수(REI)라 하며, 숫자가 클수록 환경에 대한 영향이 크다. (doi: 10.1016/j.scitotenv.2022.153016)

REI를 계산할 때 고려한 요소는 총 8가지다. 향후 100년간 지구온난화에 기여할 잠재력, 산화될 확률, 부영양화 확률, 오존 고갈 확률, 담수에 독성 영향을 끼칠 확률, 인간에게 독성 영향을 끼칠 확률, 토양에 독성 영향을 끼칠 확률, 화석연료를 고갈시킬 확률이다.

연구 결과 폐기 단계에서 빨대를 소각할 경우 생분해성 빨대의 REI값이 6.8로 가장 컸다. 이어 종이 빨대(4.9), 플라스틱 빨대(3.2)가 뒤를 이었다. 빨대를 매립할 경우에도 이 순서는 달라지지 않았다. 생분해성 빨대(6.4)가 가장 큰 값을 나타냈고 그 뒤를 종이 빨대(5.1)와 플라스틱 빨대(2.4)가 이었다.

플라스틱 빨대의 친환경적 대체품으로 여겨지던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가 오히려 더 환경에 유해했다는 아이러니한 결과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으로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빨대를 사용하도록 독려하기 전에 실제 환경 부담과 이득을 보다 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루나 라나 당시 미국 미시건대 환경 및 에너지정책학과 연구원이 석사학위논문으로 발표한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라나 연구원은 플라스틱 빨대,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 종이 빨대, 금속 빨대가 사용 전과정에서 지구온난화에 기여할 잠재력을 온실가스 배출량을 토대로 계산했다. (doi: 10.37099/mtu.dc.etdr/1064)

그 결과 플라스틱 빨대가 0.857kg CO2eq,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가 2.67kgCO2eq, 종이 빨대가 2.4kgCO2eq 순으로 지구온난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금속 빨대의 경우 따뜻한 물로 씻어 쓰면 35.9kgCO2eq, 찬물로 빠르게 씻으면 0.636kgCO2eq란 결과가 나왔다. 가장 좋은 건 금속 빨대를 찬물로 빠르게 씻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사용하는 과정에서 따뜻한 물을 사용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빨대보다도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효과가 컸다.

● 일회용 컵도 비닐봉투도 결국 답은 ‘안 만들기’

환경을 위한 길은 애초에 일회용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흔히 3R로 줄여 부르는 폐기물 문제의 해법은 Reduce(감축),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로 구성된다. 생산량을 감축하고, 만든 제품은 여러 번 재활용하며 폐기하게 되는 경우 재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금속 빨대도 재사용 방식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졌다는 라나 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알고 나니 두 번째 R인 ‘재사용’ 부문에서 의문이 생긴다. 재사용,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외려 더 커질 수 있다.

“너도나도 텀블러를 사용하고 자랑하기 시작하면서 굳이 살 필요 없는 새 텀블러를 사자, 환경에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맞는 이야기다. 캐나다의 환경보호단체 CIRAIG가 2014년 보고한 기술보고서 ‘재사용 컵과 일회용 커피 컵의 수명 주기 분석’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로 된 컵의 경우 90회 이상은 사용해야 일회용 커피 컵보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덜 미친다.

텀블러 이용이 (90회 이상 사용한다면)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나 정책적으로 시민들에게 매일 텀블러를 들고 다니길 강제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다회용컵 대여 서비스는 기존 일회용컵 기반 서비스보다 환경친화적인 움직임이 될 수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다회용컵 대여 업체가 제공하는 다회용컵을 사용한 뒤 대여 업체에 돌려보내면 대여 업체는 컵을 세척한 뒤 다시 식당이나 카페에 보내는 식이다.

그린피스는 2023년 11월 7일 중국, 대만, 한국, 일본의 다회용컵 및 일회용컵 시스템에 대한 LCA 보고서 ‘재사용이 미래다’를 발표했다. 이들은 동아시아 지역 4개 도시(홍콩, 타이베이, 부산, 도쿄)의 다회용컵 대여 업체 5곳에서 다회용컵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다회용컵과 일회용컵이 각각 생산되고, 운송, 폐기되기까지의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했다. 이때 계산한 환경영향 척도는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인체독성, 담수 생태독성, 화석연료 고갈 등 7가지였다.

그 결과, 모든 환경영향 척도에서 다회용컵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 일회용컵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보다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친다는 것이 드러났다. 단 컵 하나를 1년간 40회 이상 사용하고 컵의 수명은 3년이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다회용컵은 주로 사용이나 세척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일회용 재생 플라스틱 컵, 일회용 종이컵은 생산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장려하는 제도를 운영 중에 있으며 대만도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하고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앤트워프대 생물학과 연구팀이 2023년 8월 24일 국제학술지 ‘푸드 애디팁스 앤 컨태미넌츠’에 발표한 시중에서 판매하는 빨대 39종의 과불화합물(PFAS) 검출 시험 결과. 종이 빨대의 PFAS 농도가 다른 빨대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종이 빨대 판매기업 ‘유온 인터내셔널’의 이상훈이사는 “국내에는 종이 빨대 코팅재로 PFAS를 사용하는 빨대 업체가 없다”면서 “우뭇가사리나 젤라틴 등 인체에 무해한 접착제를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doi: 10.1080/19440049.2023.2240908). Food Additives & Contaminants: Part A 제공

● 규제 vs. 자발적 참여, 경제학자의 답은

정리하자면 이렇다.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중에서 플라스틱 빨대로 대표되는 생활계 폐기물의 양은 무시할 수 없는 정도다. 다만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재로 꼽히는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가 정말 환경에 좋은지는 폭 넓은 분석이 필요하다.

정책 방향을 정하기 전 이 같은 과학적 검증과정이 선행됐어야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애초에 일회용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재사용 시스템을 정책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국민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 게티이미지뱅크, 그린피스 제공
한국의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 게티이미지뱅크, 그린피스 제공

돌고 돌아 다시 정책 얘기다. 바뀐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에서 어쩌면 종이 빨대 이야기보다도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란 대목이다. 여기서 반응이 갈린다.

환경부 발표와 같은 날 소상공인연합회는 “일회용품 사용 허용 및 계도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인력난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한편 환경단체 ‘소비자기후행동’은 그다음 날 성명서를 통해 “날이 갈수록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흐름과 반대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규제 vs. 자유라는 오랜 쟁점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 경제학자인 홍종호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경제학자의 눈으로 봤을 때, 아무런 규제 없이 (폐기물을 감축한다는) 바람직한 사회적 비용이 반영된 소비 형태가 나타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생산과정과 소비과정 모두에서 정부의 간섭 내지 개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이론적으로도 정부의 개입이나 간섭, 규제 없이는 일회용품의 과생산과 과소비가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2024년 하반기엔 한국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국제 협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를 논의하고 있다. 홍 교수는 “국제사회의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 정부가 일관적인 정책 방향성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2021년 발표한 KPGM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는 국가다. 1위는 호주, 2위는 미국이며 한국과 영국이 공동 3위다. 그린피스는 이 자료와 국가별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강도 비교표를 근거로 한국의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린피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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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1월호, 1년만의 규제 해제, 종이 빨대의 향방은?

[김소연 기자 leci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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