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AI 사진은 그래픽일까, 사진일까 ?
새해 벽두부터 온통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뉴스뿐이다. 작년에 훅하고 찾아온 챗지피티(Chat-GPT)는 인공지능이 누구나 사용가능한 도구임을 알렸다. 챗지피티의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로 미리 학습된 생성형 트랜스포머로, 트랜스포머는 인공지능의 하나다. 인공지능이 미리 공부해서 사람의 요구에 글이든 그림이든 만들어낸다.
AI는 글 뿐 아니라 그림과 사진도 만든다. 빈칸에 문장(프롬프트)으로 요구하면 사진과 그림도 뚝딱 만든다. 미드저니(Midjourney), 스태이블디퓨전(Stable Diffusion), 달이(Dall-E2), 빙(Bing) 이미지 크리에이터 등이 대중적인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들이다. 이미 수많은 AI 사용법 책들이 쏟아졌고 많은 예술가들이 AI로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AI로 만든 사진으로 전시한 사진가들이 있다. 그중 안준과 정현목 사진가를 소개한다.
금지된 말로 세상에 없는 풍경을 불러낸 안준
안준은 “컴퓨터와의 대화가 재밌다”고 했다. 사실 챗지피티나 빙 AI를 써보면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인공지능(자비스)과 수다 떠는 것이 이해간다. 안준은 지난해 7월 수술을 하고 한동안 밖을 못 나갔다. 나가서 사진을 못 찍은 사진가는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AI로 사진을 만들었다. 안 씨는 미드저니나 빙으로 1만장이 넘는 사진을 빼면서 여러 실험을 해보았다.
그렇게 AI로 만든 안준의 사진들은 독특하다. 바로크풍 유럽의 어느 궁전처럼 보이는 고급스러운 장식의 방에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누군가 창밖을 보고 있다. 벽엔 미지의 형상을 한 그림이 걸려있다. 커다란 바위가 공중에 뜬 사진들도 있는데, 이들은 안준이 일관되게 추구한 사진들-중력에 반하는 순간을 잡아낸 것이다. AI에게 사진가는 뭐라고 말했까?
안준은 당시 빙의 금지어(금칙어)인 ‘너 자신(yourself)’과 ‘신(god)’을 써서 너와 신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다. 금지어는 AI가 답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 왜 AI는 이 단어들을 제한했을까?
우선 사진가는 컴퓨터가 자신 스스로를 말할 수 없기에 금지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신은 우리가 신의 형상을 모르는 것도 있지만, 전 세계에서 가리키는 신들은 종교마다 다르고 심지어 악마의 모습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지어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사진가는 단어를 직접 쓰는 대신에 우회적으로 단어의 의미가 통하도록 설명해서 이미지를 불러냈다. AI를 활용하는 팁을 물어보았다.
안준은 막연한 문장이 아니라 AI로 불러낸 사진에서 더 구체적인 이미지를 위해 다음과 같은 프롬프트를 사용했다. 방을 묘사하는 인테리어의 시대적 스타일과 촬영시간, 바닥 재질 그리고 카메라 기종과 조리개(f값), 셔터스피드, 필름까지 지정해서 프롬프트를 작성했다. 단종된 필름을 찾거나 다게레오타입 같은 사진발명 초기의 방식도 시도했다. 챗Gpt가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면 답변하는 데이터는 더 구체적이고 분명한 형태로 나오는 것처럼 AI 사진도 같은 원리인 셈이다.
처음 사진가가 ‘신과 당신을 위한 방’이라고 AI 빈칸에 넣었을 때에도 여러 가지 구문 속에 일단 이미지는 생성되었다가 10분 정도 지나면 시각화된 이미지가 사라지고 검토중(review)이나 차단(block) 처리가 된다. 안준은 차단 처리되기 전에 생성된 이미지를 바로 다운로드하는 것이다. 그런데 AI의 금지어는 항상 동일하지 않고 자주 바뀐다고 했다.
안준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디지털 ‘합성사진’으로 규정했다. 이는 AI 이미지의 재료가 실제 세계의 디지털 사진에 근거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AI 사진은 기계가 세상을 인식했지만 분명히 ‘빛이 변환된 신호’가 메타데이터로 섞여 있기 때문에 합성사진이라고 했다.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사진으로 불러낸 정현목
정현목 사진가는 유럽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에 영감을 받아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정물사진들을 위주로 작업해왔다. 그런 그가 AI 사진도 정물(still life) 형태로 작업한 것은 이런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사진가는 미드저니로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얀 브뤼헐(Jan Brueghel de Oude)이 그린 꽃 정물화를 업로드해서 그림을 사진으로 바꿔서 AI 사진을 만들었다. 사진가는 이를 통해 사진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AI가 스스로 해석한 이미지가 보여주는 예술적 가능성을 실험했다.
정현목은 미드저니로 1천장 넘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작업노트를 통해 이미지의 대량 생산이 전보다 훨씬 진보했고 이제 인류는 “단어 몇 개로 무한대에 가까운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AI 이미지의 사진 여부에 대해 정현목도 “빛으로 기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진이 맞다”고 했다. 다만 그는 원본 사진을 어디선가 무단으로 가져와 조합하는 것인데, 누군가 어렵게 촬영한 사진들이고 AI가 이미지를 복사해가기 전에 작가들의 사진 저작권이 제대로 법제화가 되어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AI 사진, 사진인가 그림일까?
사진평론가 진동선은 사진에서 변치 않는 것은 바로 ‘대면성’이라고 했다. 사진가가 사물과 마주해서 촬영한 사진을 AI로 조합하는 것은 사진이다. 그러나 명령어로 컴퓨터가 이미지를 조합하는 것은 그래픽에 가깝다고 했다. 사진은 동시대 기술발전과 함께 흘러왔고, 디지털카메라가 나왔을 때도 사진이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발전했지만, 대면성은 사진의 고유한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경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사진이냐 그림이냐를 따지는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매체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이 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물었다. 그는 작가(사진가)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반영되는가가 중요하고 뻔한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작품의 독창성을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개념미술(Conceptual Art)도 기존 작품(Ready-made)에 작가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예술로 완성된다. AI도 새로운 예술창작의 도구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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