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관위원장에 '판사 출신' 정영환…한동훈표 '물갈이론' 탄력
총선 정국 주요 당직에 비정치인 출신…당내 '물갈이' 위기감 고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4‧10 총선에서 당 공천 관련 업무를 관장할 공천관리위원장에 판사 출신의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검찰 출신의 한동훈 위원장을 비롯해 판사 출신인 장동혁 사무총장까지, 총선 관련 주요 당직에 '법조인 출신'이 다수 포진된 셈이다.
한 위원장은 이번 인선에서 정치, 당무 경험 대신 '공정성'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천 국면에서 한 위원장의 결정 권한을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동훈표 물갈이론'을 위시한 당내 위기감이 번져가는 이유다.
한 위원장은 5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내정 사실을 밝히며 "정 교수는 공정한 법 연구로 유명하다.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 판단으로 국민의힘의 설득력 있고 공정한 공천을 맡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정에 없던 '깜짝' 발표로 당은 술렁였다. 총선 후보자 추천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공관위의 권한은 막강하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공관위의 후보자 추천은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현재 비대위)의 의결로 확정되는데, 재의 의결권을 가진 최고위가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공관위가 재적 2/3 이상이 찬성으로 이를 재의결하면 최고위는 그 결정을 따라야 한다.
따라서 대개는 정치 경험이 있고 당내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이 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20대 총선 전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4선 국회의원이었고 21대 총선 전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5선의 국회의장 출신이었다. 19대 총선 전엔 검사 출신 안강민 변호사가 있었지만, 18대 총선 전 김문수 공관위원장 역시 당시 재선 의원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렇지 않아도 힘이 잔뜩 실려 있는 한 위원장의 '그립'이 더욱더 커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그 배경엔 예상을 뛰어넘는 전폭적인 '인사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판단도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공관위원장이 힘 있게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선은 아니라고 본다. 당무도, 공천도 한 위원장이 세게 쥐고 이끌어 가겠다는 게 노골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며 "대규모 물갈이가 복잡한 당내 이해관계 문제를 돌파하고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요 당직에 법조인 출신 인사들이 집중 배치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다선 의원은 "공관위에서 재판을 하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리걸마인드(법률적 사고)'가 필요한 건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라며 "공천이 공정해야 하는 건 원래 당연한 거고, 주요 당직에 검사, 판사 출신들을 등용해야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 자아'가 강하지 않은 공관위원장 인선에 따른 '안정성'에 기대하는 의견도 다수 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최소한 윤석열 대통령, 한 위원장에서 이어지는 '검찰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피하지 않았나"라는 한편, "당에서 앞서 '공천 파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공관위원장들이 경험 많은 정치인 출신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이번엔 한 위원장 자신처럼 파격적이고 신선한 공관위원장 인사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당내 또 다른 다선 의원은 "사실 총선 정국에선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게 오히려 훨씬 더 위험하다"며 "'시스템 공천'을 실현하는 측면에서도 차라리 당과 아예 거리가 있는 사람이 낫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공관위원장 내정을 시작으로 오는 10일까지 비대위 인선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공관위는 10인 이내 위원으로 구성되며, 2/3 이상은 당 밖의 인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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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명지 기자 div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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