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팅'도 서글픈데…암표 거래에 또 우는 팬들 [N초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최근 대중가요 팬들에게 콘서트 티켓 예매는 일명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이라고 불리고 있다. 마우스 클릭 한 번을 언제 누르냐의 차이만으로 티켓 예매의 성공 여부가 갈릴 만큼, 치열한 열기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쟁을 이용해 '검은 돈'을 만지려는 '암표상'들 때문에, 팬들과 업계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가수 장범준은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며 3일과 4일 양일간 개최할 예정이었던 콘서트 티켓 예매를 일괄 취소하고 공연을 잠정 연기했다.
이에 앞서 장범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작은 규모의 공연인데 암표가 너무 많이 생겼다"라며 "방법이 없으면 공연 티켓을 다 취소시키겠으니 표를 정상적인 경로 외에는 구매하지 말아주시길 바란다"라고 경고했으나 암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공연 취소라는 초강수를 뒀다.
암표 문제는 비단 이번에만 불거진 게 아니다. 지난해에는 가수 성시경이 콘서트 암표 문제가 불거지자 매니저와 함께 직접 콘서트 암표상을 적발하기 위해 나선 경우도 있었다. 당시 성시경은 매니저와 함께 직접 암표상과 거래를 진행, 그 과정에서 적발된 암표상들의 티켓은 모두 취소됐다.
매 공연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임영웅의 경우 16만원 가량의 표가 850만원으로 뻥튀기 돼 거래가 되는 상황도 있었다. 이에 소속사 측은 매 공연마다 암표 거래와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기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와 당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공연들에서 암표 문제가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브루노 마스의 내한 공연에서도 암표들이 등장했고, 공연 주최사는 암표 티켓을 대거 취소했다. 또한 무료 공연으로 진행됐던 KBS의 god 25주년 기념 콘서트에서도 암표가 등장하자 KBS 측은 "불법 거래 사례가 발각되면 법적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콘서트 주최사들이나 소속사들이 앞장 서서 암표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암표상들은 온라인 개인간 거래 사이트를 통해 버젓하게 암표들을 거래하고 있다.
한 공연 업계 관계자는 "암표가 계속 방치될수록 정상적으로 티켓을 예매하려는 팬들도 피해를 입는다"라며 "또한 암표상들이 다수 표를 구매하고 판매가 저조하면 그대로 취소해버리는 경우들도 있어 공연 주최사에게도 타격이 고스란히 전가된다, 계속 암표를 방치하면 올바른 공연 문화 정착보다는 공연계의 손실과 팬들의 피해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처럼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왜 암표들이 근절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일까.
현행법상 암표 거래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에는 '흥행장, 경기장, 나루터 등에서 웃도는 주고 표를 되판 사람'만 암표 거래로 규정한다. 처벌도 약할뿐더러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암표 매매는 적용도 되지 않는다.
이에 오는 3월부터는 공연법이 개정돼 온라인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입장권을 부정 예매하고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사실상 적발은 어렵다는 업계 반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콘서트 현장에서 예매자 본인을 인증하고 티켓을 수령할 수 있는 '티켓 실명제'도 거론되고 있지만, 암표상이 예매표를 취소하고 곧바로 구매자 아이디로 표를 예매하는 '아옮'(아이디 옮기기) 수법들도 나오면서 해결책이 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공연 주최 쪽에서도 모든 티켓 구매자를 인증하는 과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티켓 실명제는 일단 입장 시간도 지연될 경우가 많고, 주최사 입장에서도 스태프를 더 배치해야 하는데 어쨌든 손실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암표가 해결되려면 시스템적으로도 개선이 필요한데, 티켓 판매 사이트나 개인간 거래 사이트에서의 해결책들도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암표들이 판매되고 있는 개인간 거래 사이트에서도 암표 거래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적발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매 티켓들이 다수 거래되고 있는 중고나라 측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뉴스1에 "온라인상 판매되는 티켓 관리에 대해서도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이 되지 않아 중고나라에서 개인 간 거래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사기로 의심되거나 시세보다 너무 비싸게 팔리는 경우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온라인상 거래되는 암표들을 직접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다수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회장은 뉴스1에 "법적으로 암표를 정의하는 것부터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 크다"라며 "또한 암표상들이 다수 조직화 되어 있기에 당장 암표 판매책들의 수장들에 대해서도 검찰과 경찰에서 대대적으로 단속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윤 회장은 "현재 온라인 암표 거래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범죄 행위가 아니다"라며 "경찰에도 암표 거래와 관련해 신고를 여러 번 진행했지만 경찰에서도 범죄행위가 성립되지 않아 조사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다수였다"라며 "온라인 암표 거래와 관련한 법적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 제정이 시급하며, 이후 대대적인 단속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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